[광화문에서/김현지]포스코, 새 CEO 임명때부터 차기 회장 승계 계획 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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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회장 선임의 역사는 일명 '주인 없는 회사'에서 일어날 수 있는 리스크의 집합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권이 교체되면 포스코의 회장도 자의 반 타의 반 옷을 벗었고 한 번 선임된 회장은 지위를 지키기 위해 '참호 구축(entrenchment)'에 몰두했다.
회장이 교체될 때 뒷말이 나오지 않은 경우가 한 번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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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8년 설립된 포스코는 2000년 정부가 지분을 전량 매각하며 완전 민영기업으로 재탄생했다. 회장 5명이 민영화된 포스코를 이끌었다. 5대 유상부 회장은 1차 임기를 마친 후 연임에 성공했으나 타이거풀스 주식 매입 의혹 사건을 포함한 정경유착 논란 속에 2차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사퇴했다. 6대 이구택 회장 역시 연임했으나 정권 교체와 함께 남은 임기를 7대 정준양 회장에게 넘겼다. 정 회장은 정치권 실세의 이권을 챙겨준 혐의를 받는 등 외압과 외풍에 시달리다가 역시 임기 만료 전 사의를 밝혔고 8대 권오준 회장은 최순실 게이트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9대 최정우 회장은 참호 구축 논란에 발목 잡힌 사례다. 참호 구축이란 경영자가 자리 보전에 유리한 판을 짜기 위해 이사회를 측근으로 채우거나 우호 지분을 확보하는 행위를 말한다. 전투지에서 참호를 파 자신을 보호하는 것에 비유한 말이다.
최 회장은 지난해 8월 최고경영자(CEO) 후보추천위원회 멤버를 이끌고 초호화 캐나다 출장을 다녀온 사실이 드러나 업무상 배임 혐의로 입건되는 불명예를 안았다. 차기 회장 후보 리스트에서도 제외됐다. 지난해 4월에는 18년 만에 부활시킨 자사주 인센티브 제도를 통해 주요 임원들과 함께 100억 원 상당의 자사주를 받았다. 회사 측은 “임원들의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지만 전사적 비상경영체제 아래 소수 임원에게만 인센티브가 주어지자 포스코 노조가 거세게 반발했다. 학술지 ‘국제 비즈니스 및 금융 연구(Research in International Business and Finance)’의 연구에 따르면 CEO의 참호 구축 행동은 경영 성과가 부진한 상황에서도 CEO에게 과도한 보상을 안기는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말 많고 탈 많은 승계 리스크의 대물림을 끊어내려면 지금보다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경영 전문지 하버드비즈니스리뷰의 연구진은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훨씬 전에 승계 계획을 수립하라”며 승계 계획은 신임 CEO가 임명되는 순간부터 시작되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HBR Korea 5-6, 2021)
승계 프로세스가 탄탄하면 외압과 외풍에 휘둘릴 여지가 적다. 사내외 세력으로부터 독립된 이사회가 승계 프로세스를 계속 모니터링하고 필요한 경우 미리 손보고 조정할 수 있어야 뒤탈 없는 승계가 이루어질 수 있다. 마스터카드의 전 CEO 아제이 방가는 CEO 직을 맡기 전 마스터카드 이사진과 인터뷰를 할 때부터 언제 어떻게 후임자에게 직을 승계할지 논의했다고 한다.
HBR 보고서에 따르면 잘못된 CEO 교체로 인해 미국 S&P 1500 기업에서 연간 1조 달러에 가까운 시장 가치가 사라지고 있다. 되풀이되는 회장 선임 흑역사 때문에 날아간 포스코의 시장 가치는 얼마나 될까.
김현지 미래전략연구소 사업전략팀장 n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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