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소박한 꿈을 응원해 주는 ‘나의 작은 집’[천지수가 읽은 그림책]

기자 2024. 2. 19.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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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작은 집



intro

그림책을 읽다 보면 왠지 모를 아늑한 기분에 빠지곤 한다.

가장 소중한 존재가 돼 보살핌을 받는 느낌이랄까. 온 우주가 나를 향해 미소 지어 주던 시절이 있었다. 휙~ 하고 나를 그 시간으로 보내 주는, 그림책은 폭신하고 따뜻한 타임머신이다.

화가 천지수가 읽은 열일곱 번째 그림책은 ‘나의 작은 집’(김선진 그림책 / 길벗어린이)이다.

‘만약에 나의 집이 사람처럼 살아 있다면, 내 모든 역사를 기억하고 있겠지?’

나는 이런 엉뚱한 상상을 해본 적이 있다. 집은 살아 있는 생물은 아니지만, 거주했던 사람들의 흔적과 이야기를 기억하기 때문에 집의 모습에 새겨진다고 생각한 것이다. 집은 지구에 사는 다양한 사람들만큼 그 모습이 각양각색이다. 특히나 집 안의 풍경은 사는 사람을 닮아서, 똑같은 집은 하나도 없다.

김선진의 그림책 ‘나의 작은 집’에는 낡고 소박한 작은 집을 거쳐 가는 다양한 사람들의 삶의 모습과 꿈들이 나온다. 작은 집이 품었던 사람들의 이야기는 평범하지만, 열심히 삶을 살아가며 꿈을 꾸는 모습은 마치 우리의 진솔한 현장처럼 특별하게 다가온다. 나는 이런 이야기를 마주할 때면, 평범할 것만 같은 일상의 장면들을 아름답게 주목시키는 작가의 표현력에 감동을 느끼곤 한다. 이 작은 집의 풍경은 처음에는 자동차 수리공의 카센터, 동네 사람들의 추억을 찍어 주는 아저씨의 사진관, 길고양이들을 돌보며 혼자 사는 할머니의 보금자리, 모자를 사랑하는 청년들의 모자가게로 변화한다. 저마다의 소망을 꿈꾸고 이루어 나가는 상상의 장면들이 따뜻하고 감동적이다.

천지수


모자 가게가 이사 가고 작은 집은 오랫동안 비어 있다가, 한 아가씨가 이사를 온다. 아가씨는 인테리어도 직접 하고, 집안 구석구석 청소하면서 자신의 집에 애정을 쏟는다. 보통 소유한 물건들을 보면 그 사람에 대해서 짐작할 수 있는데, 나는 그림책 속 아가씨의 물건들을 보면서 이 그림책 작가가 사는 집의 이야기라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녀의 집에 자리한 소지품들은 나에게는 보기만 해도 설레는 미술도구이기 때문이다.

작가의 그림은 섬세한 관찰로 소품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앙증맞고 아기자기하게 표현했다. ‘애정하는’ 집에서 그림을 그릴 때의 행복이 느껴진다. 작가는 이 작은 집에 집주인이 바뀔 때마다 집안을 채웠을 물건들을 생각하며 그렸는데, 그 물건들을 그릴 때 그들의 꿈도 같이 상상하며 그린 것이다. 오랜 세월 사람들이 거쳐갔던 만큼 그 시대의 정서를 느낄 수 있는 추억의 소재들을 찾아보는 재미가 있고, 소박한 집의 느낌처럼 담백한 그림은 편안하고, 정감이 넘친다.

이 그림책의 제목은 ‘나의 작은 집’이지만, 사람들의 꿈의 이야기다. 나는 집이란 낡은 집, 새집, 큰 집, 작은 집이라는 물질적 기준보다 그 안에 사는 사람이 어떤 꿈을 꾸느냐에 따라 공간 이상의 가치를 갖는다는 생각이 든다. 그림책 ‘나의 작은 집’은 ‘나는 지금 어떤 꿈을 꾸면서 살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하도록 일깨워 주기도 한다. 세상이라는 무대에서 꿈을 펼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대기실 같기도 하고, 쉼터이기도 한 집은 정말 살아 있는 것처럼 모든 것을 기억할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나의 집은 정말 나의 소박한 꿈을 응원해 줄 것만 같다.

천지수(화가·그림책서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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