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들 “작년 7월부터 기다린 수술 취소” “쌍둥이 출산도 연기”

김현주 2024. 2. 19.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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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들, 중증·응급도 고려…'최소한으로' 수술 일정 조정하는 듯
연합뉴스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해 인턴, 레지던트 등 전공의들이 집단사직에 나서면서 전국적으로 의료 현장의 혼란이 심각해지고 있다.

특히 필수의료의 핵심을 맡는 전공의들이 병원 현장을 떠나면서 암수술, 출산, 디스크수술 등 긴급한 수술이 취소되거나 연기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의료대란'이 현실화하는 모습이다.

19일 연합뉴스와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병원 등 '빅5' 병원의 전공의들은 이날까지 전원 사직서를 내고, 20일 오전 6시를 기해 근무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이 가운데 세브란스병원은 응급의학과에서 일하던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회장이 사직서를 제출하는 등 전공의 상당수가 진료 현장을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세브란스병원은 이미 '전공의 총파업'을 가정한 채 내부에서 수술 스케줄 조정에 착수한 상태다.

세브란스병원뿐만 아니라 다른 병원들도 이미 다수의 전공의가 사직 의사를 표하고 있는 만큼, 스케줄 조정이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관계자는 "20일 아침부터 전공의들이 단체행동을 예고해 진료과별로 중증도와 응급도를 고려해 최소한으로 진료, 수술 일정 등을 조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공의들은 "기저질환으로 인한 가슴 통증으로 장시간 근무가 어려워 사직한다"는 등 개인적 사유를 이유로 서울부터 제주까지 전국적인 사직 행렬에 동참하고 있다.

상급종합병원 의사 인력의 30∼40%를 차지하는 전공의들은 교수의 수술과 진료를 보조하고, 입원 환자 상태를 점검하는 등 각 병원에서 중요한 업무를 맡고 있다.

이미 서울 시내 주요 병원에서 수술 스케줄이 조정됐다는 사례는 잇따르고 있다.

세브란스병원은 지난 16일 전공의 공백에 대비해 진료과별로 수술 스케줄 조정을 논의해달라고 공지했고, 마취통증의학과 전공의의 부재로 수술을 절반 이상 감축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세브란스병원 하루에 200여 건, 일주일에 1천6백여 건의 수술이 이뤄진다. 이들 수술 일정이 '반토막' 난다는 얘기다.

마취과 전공의는 수술 중 마취과 교수의 마취 업무를 보조하면서 환자 상태를 살피는 등의 역할을 한다.

서울대병원과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도 전공의 집단사직이 현실화했을 때 혼란이 가중하지 않도록 수술과 입원을 어떻게 조정할 수 있을지, 대체인력을 어떻게 배치할 지 등을 다각도로 논의 중이다.

하루 200∼220건 수술하는 삼성서울병원은 이날 10%가량인 20건의 수술이 연기됐다. 이 병원은 20일이면 약 70건의 수술이 미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서울병원은 이날 오전 현재 전체 전공의 525명 중 30∼40% 정도가 사직서를 낸 것으로 집계됐다.

대부분 병원은 가용할 수 있는 인력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응급·위중한 수술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서울성모병원 역시 전공의들의 집단사직과 전면 파업으로 인해 응급·중증도에 따라 수술과 입원 스케줄이 조정될 수 있다고 환자들에게 안내할 준비를 하고 있다.

전공의들의 집단사직이 현실화하면서 "그대로 수술받을 수 있는 거냐"는 환자들의 문의도 쏟아지고 있다.

빅5 병원에서 오는 21일 수술 예정이었다는 한 암 환자는 환우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 "입원 안내하는 문자가 오지 않아 전화해보니 월요일(19일)은 돼야 확실히 알 수 있다며 일단 대기하라고 하더라"며 "입원해도 수술이 취소될 수 있다는데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서울대병원에서 제왕절개로 쌍둥이를 출산할 예정이었으나, 수술을 하루 앞두고 연기를 통보받았다는 환자의 사연도 전해졌다.

오랫동안 기다려온 부모님의 목디스크 수술이 무기한 연기돼 당황스럽다는 보호자의 성토, 당장 분만을 앞두고 출산 시 무통 주사가 불가능하다는 통지를 받았다는 임신부 등의 사례도 있다.

복지부 산하 의료기관인 국립암센터마저 전공의 집단사직이 가시화하면서 수술 일정이 조정되는 모양새다.

난소암으로 국립암센터에 수술 일정을 잡았는데 무기한 연기됐다거나, 수술을 앞두고 입원했다가 급히 한 달여 밀리는 바람에 하루 만에 퇴원했다는 보호자들의 증언이 나오고 있다.

다만 국립암센터는 전날까지 공식적으로 수술이 미뤄진 사례는 없다고 밝혔다.

전공의들이 빠져나가면서 예정됐던 입원과 수술이 늦어질 뿐만 아니라, 이미 입원 중인 환자를 돌보는 데에도 어려움이 큰 상황이다.

보건의료노조에 따르면 채혈이나 요도관 삽입, 환자로부터 수술 전 동의서 서명 확인 등 전공의들이 맡았던 업무를 간호사에 맡기는 경우도 속출하고 있다.

일부 병원은 '진료보조(PA·Physician Assistant) 간호사' 인력을 충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각 병원에서는 전공의 공백이 '장기화'하는 상황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더욱이 임상강사, 펠로 등으로 불리는 '전임의'들도 가세할 경우 감당하지 못할 상황으로 악화할 수도 있다. 전임의는 전공의 과정을 마치고 전문의를 취득한 후 병원에 남아 세부 전공을 배우는 의사들이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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