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권, ‘등’ 돌린 이스라엘·미국 대신 러시아로 ‘눈’ 돌리나

손우성 기자 2024. 2. 19.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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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타냐후, 라마단 기간 아랍계 주민들 ‘성지’ 방문 제한
미국은 ‘학살 금지 결의안’ 반대…팔 인사들 모스크바행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사진)가 다음달 시작되는 이슬람 금식 성월인 라마단 기간에 아랍계 주민들의 동예루살렘 알아크사 사원 방문을 제한하기로 했다. 이스라엘 최대 후원국인 미국도 아랍권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 제안한 휴전 결의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미국·이스라엘 행보에 분노한 아랍권이 러시아와 손을 잡을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스라엘 매체 채널13에 따르면 18일(현지시간) 네타냐후 총리는 3월10일부터 한 달간 이어지는 라마단 기간에 아랍계 주민들의 동예루살렘 알아크사 사원 방문을 막겠다고 밝혔다. 알아크사 사원은 이슬람 3대 성지로, 아랍계 주민들은 라마단 기간 이곳을 찾아 기도하는 전통이 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1967년 3차 중동전쟁 승리로 요르단 일부였던 동예루살렘을 불법 점령한 뒤 질서 유지를 명목으로 아랍계 주민들의 알아크사 사원 방문을 방해해왔다. 특히 지난해 12월 네타냐후 총리가 재집권한 이후 압박 강도는 더욱 세졌다.

이번 조처도 동예루살렘 치안을 책임지는 이스라엘 내각 대표 극우 인사인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이 제안하고 네타냐후 총리가 동의해 이뤄졌다고 채널13은 전했다. 채널13은 또 네타냐후 총리가 정보기관 신베트와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 등의 반대 의견도 모두 묵살했다고 보도했다. 갈란트 장관은 “총리가 안보기관의 의견을 무시했다”며 “우리는 큰 실수를 저질렀다”고 네타냐후 총리를 비판했다. 이스라엘 내각은 이에 앞서 각료회의를 열고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려는 국제사회의 일방적 조치를 거부한다는 내용의 결의문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결의문을 직접 작성해 제출한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주민의 영구 정착에 관한 국제사회의 강제적 권고를 즉각 거부한다”고 밝혔다.한편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이날 “알제리가 안보리에 제안한 결의안 초안은 현재 진행 중인 협상을 망칠 수 있다”며 “미국은 초안이 표결에 부쳐진다면 채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안보리 이사국인 알제리는 아랍권을 대표해 즉각적인 휴전과 국제사법재판소(ICJ)가 지난달 이스라엘에 명령한 집단학살 금지 이행 등의 내용이 담긴 결의안을 안보리에 제출하고 20일 표결해달라고 요청했다. 뉴욕타임스는 거부권을 보유한 상임이사국 미국이 반대 의사를 밝힌 만큼 초안이 안보리 문턱을 넘기는 어렵다고 전망했다.

이스라엘과 미국의 아랍권 자극이 러시아엔 호재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가디언에 따르면 무함마드 슈타예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총리는 이날 폐막한 뮌헨안보회의에서 집권 여당 파타뿐 아니라 하마스 일부 인사와 함께 오는 26일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해 고위 인사들과 전후 가자지구 통치 문제와 관련해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가디언은 “미국 등 서방은 전후 가자지구 통치에서 하마스가 역할을 하는 데 부정적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며 “하지만 팔레스타인의 다양한 파벌이 모스크바로 향하게 되면서 하마스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와 계약을 맺고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지구를 공동으로 통치할 가능성이 다시 살아났다”고 평가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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