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치기 작전 성공” 환호…조작영상에 속아 총사령관 자른 우크라
“우크라 총사령관 해임 유도”
지금까지는 효과 미미했지만
美추가지원 불확실성 이유로
우크라 분열 가속화 가능성
러시아 크렘린궁의 ‘우크라이나 프로파간다팀’이 지난 해 크렘린궁에서 매주 진행했다는 ‘정보 심리 작전’ 브리핑 장면이다. 1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유럽 정보기관으로부터 입수한 100개 이상의 관련 문건을 분석하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지도부부터 시민사회까지 전방위에서 분열을 일으키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 소셜미디어(SNS)에 허위정보를 퍼뜨렸다고 폭로했다.
지금까지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유포하는 허위정보에 크게 흔들리지 않았으나 최근 분열 위험이 관측되고 있다.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피로감이 누적됐고 ,미국의 추가 지원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러시아가 공세까지 강화하고 있어 ‘패배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사회에 퍼졌기 때문이다.
지난 달 8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발레리 잘루즈니 총사령관에 대한 전격 해임을 발표할 때 러시아 관리들은 기뻐했다고 WP는 전했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프로파간다팀이 1년이라는 시간을 들인 공작이 성공한 순간이어서다. 젤렌스키 대통령과 잘루즈니 총사령관 사이 불화설은 지난해 1년 내내 계속됐다.
프로파간다팀은 지난해 1월부터 5월 첫째주까지 SNS에 “잘루즈니 사령관이 우크라이나의 차기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내용의 게시글을 꾸준히 올렸다. 서방의 지도자들이 젤렌스키 대통령을 대체할 리더를 찾고 있으며 잘루즈니가 러시아에 대한 반격을 중단할 수도 있다는 등의 허위정보가 담겼는데, 조회수가 도합 430만건에 달한다. 지난해 말에는 잘루즈니 사령관이 젤렌스키 대통령을 ‘국민의 적’이라고 지칭하면서 “쿠데타”를 외치는 모습의 ‘딥페이크’ 영상까지 퍼졌다.
팀은 지난해 1월 세르게이 키리옌코 크렘린궁 행정실 제1부실장 주도로 결성됐다. 지난 2022년말 서방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은 우크라이나가 동부 하르키우와 헤르손 지역을 탈환하는 등 거센 반격에 나서자 러시아는 장기전에 대비해 정보전을 강화하기로 했다. 키리옌코 부실장은 크렘린궁 관리들과 정치 전략가들로 팀을 구성했다. 우크라이나의 군사·정치적 지도력을 약화시키고, 우크라이나 엘리트들과 국민들 모두를 분열시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허위정보를 생산하고 유통하는 인력인 ‘트롤’은 정부가 직접 고용했다. 프로파간다 활동이 집중됐던 지난해 1월부터 3월까지 트롤들은 매주 1300개 이상의 텍스트와 3만7000개가량의 댓글을 우크라이나 SNS에 쏟아냈다. 수십 명의 트롤들은 하루에 100개 정도의 댓글을 작성했는데, 그 대가로 6만루블(약 87만원)의 월급을 받았다.
러시아는 매주 크렘린궁에서 회의를 열어 성과를 점검하고 전략을 가다듬었다. 성과는 구체적인 지표로 측정했다. 젤렌스키 대통령, 우크라이나 정부와 군 지휘부 주요 인사들의 지지율을 매주 여론조사를 통해 파악했다. 정부 인사들에 대한 해임과 공공 분야에서 촉발된 갈등의 수 등도 지표로 여겨졌다.
지난해 초중반까지 성과는 두드러지지 않았다. 문건에는 예상과 달리 우크라이나에 쉽게 분열이 조장되지 않자 프로파간다팀 내부에서 좌절감을 토로했다는 대목이 있다. 하지만 앞으로 분열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있다. 러시아는 지난달 잘루즈니 총사령관의 해임을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WP는 미국의 추가적인 군사적, 재정적 지원이 불확실한 점, 갑작스러운 군 지휘부 교체와 러시아의 공세 강화 등을 정보 심리전이 먹혀들 수 있는 환경적인 요인으로 꼽았다. 유럽의 고위 안보 관리는 “특히 딥페이크는 효과가 크다. 적절한 시기에 언제든 활용될 위험이 있다”고 WP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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