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현장] ‘깜짝 발표’ 한·쿠바 수교…쿠바 경제난 반영?
[앵커]
지난주 우리나라가 북한의 형제국, 쿠바와 전격 수교한 사실이 공개됐죠.
극비리에 추진되던 중 깜짝 발표됐는데, 이번 수교의 배경엔 쿠바의 심각한 경제난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쿠바 현지에 KBS 특파원이 나가 있습니다.
송락규 특파원, 지금 있는 곳은 어디인가요?
[기자]
제 뒤로 보이는 곳은 쿠바 수도 아바나의 정중앙에 있는 카피톨리오입니다.
쿠바의 가장 상징적인 건물로 원래 국회의사당으로 쓰이다가 현재는 박물관으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현재 이곳의 거리는 비교적 한산한 모습입니다.
[앵커]
한국과의 수교에 대해 현지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제가 만난 이곳 주민 대부분은 아직 한국과 수교한 사실을 잘 모르고 있었습니다.
다만 취재진이 수교 소식을 전해주자 경제에 도움이 될 거라며 환영하는 분위기였습니다.
[루이스/쿠바 아바나 주민 : "(한국과의 수교는) 잘한 것 같아요. 제 생각에는 경제를 좀 일으키지 않을까 싶어요."]
[훌리오/쿠바 아바나 주민 : "(한국과의) 수교는 잘한 것 같습니다." (쿠바에 어떤 도움이 될까요?) (쿠바는) 지금 경제적으로 너무 상황이 안 좋습니다."]
K팝과 K드라마 등 한류 콘텐츠에 대한 관심과 인기도 상당했습니다.
쿠바 수도 아바나의 공연장에선 주말마다 K팝 음악에 맞춰 춤 경연대회가 열리는데요.
직접 가보니 한국 아이돌 그룹 노래에 '칼군무'를 선보이는 쿠바 청년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2015년 탄생한 쿠바 최대 한류 커뮤니티 '아르코르'에선 만 명 규모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한국과의 수교가 "깜짝 선물과도 같다"며 더 많은 문화 교류가 있길 희망한다고 말했습니다.
[앵커]
그런데 이번 수교 배경엔 쿠바의 심각한 경제난이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직접 둘러본 현장 분위기, 어떻던가요?
[기자]
지난 주말 쿠바 수도 아바나의 시장과 주유소, 환전소를 차례로 둘러봤는데요.
물가 폭등과 식량난, 에너지 부족까지 삼중고를 겪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주말 아침 일찍부터 국가에서 배급하는 빵을 받기 위해 줄을 선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고요.
또 한 달에 한 번 한 사람당 6알 정도 배급되는 달걀의 경우 암시장에선 높은 가격에 팔리고 있었는데요.
40년을 일한 쿠바 사람이 한 달 받는 연금이 천5백 쿠바페소인데, 30알짜리 달걀 한 판이 3천 쿠바페소에 팔리고 있었습니다.
[쿠바 현지 시장 상인 : "30개에 3천 쿠바페소!"]
2021년 단행한 화폐 개혁 실패로 화폐가치는 더 떨어졌고 이로 인해 수입 물가는 3년 동안 10배 이상 치솟았습니다.
에너지난 역시 심각합니다.
2년 전 사상 최악의 연료저장시설 화재 사고 이후 유류 부족 사태는 아직도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이 때문에 한 번 주유하려면 짧게는 3시간 길게는 며칠씩 밤을 새워 기다려야만 합니다.
이런 심각한 경제난에 결국 쿠바가 한국과의 수교를 결단한 것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다만 한국과 쿠바의 전격 수교에도 미국의 쿠바 제재로 인해 양국 간 민간 교역이 곧바로 늘어나긴 어려울 전망입니다.
우선은 정부 차원의 공적개발원조 제공 등으로 물꼬를 튼 뒤 향후 기업 진출 시도가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쿠바 아바나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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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락규 기자 (rockyou@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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