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떠안은 간호사들 “불법의료 책임도 떠안아”

김태훈 기자 2024. 2. 19.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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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전공의 업무 수행 상당수…간협 “업무 범위 명시화해야”
전공의 공백에 난감해진 간호사들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대형 종합병원인 이른바 ‘빅5 병원’ 전공의들의 사직서 제출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19일 간호사들이 서울의 한 대형병원 병동을 지나가고 있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하는 전공의들이 의료현장을 이탈하자 일부 수련병원에서 이들이 담당했던 업무까지 떠맡게 된 간호사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정부가 전공의를 대체해 투입하겠다는 진료보조(PA) 간호사들이 맡을 업무에 대한 법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19일 간호계에 따르면 전공의 중에서도 일부 인턴들이 먼저 현장을 떠난 병원을 중심으로 해당 업무가 간호사에게 전가된 데 따른 불만이 이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위 ‘빅5 병원’(서울대·세브란스·서울성모·서울아산·삼성서울병원) 소속인 한 간호사는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앱 ‘블라인드’에 올린 글에서 “간호사가 인턴 업무하고 있다”며 “전공의(레지던트)까지 파업하면 간호사들이 환자의 컴플레인(불만)과 의사의 업무를 덮어쓰고, 환자가 잘못될 경우 법적으로 간호사가 모든 책임을 떠안도록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장에서 벌어지는 환자·의료인력의 피해·고충 사례를 수집하고 있는 보건의료노조에서도 전공의 업무를 간호사가 떠맡으면서 실제 법적 업무 경계를 넘어선 불법의료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조가 파악한 사례 중 전공의 업무를 간호사가 대신한 예로는 동의서 서명, 드레싱, 동맥혈 가스 검사, 배설관리(인공항문·방광) 등이 포함됐다. 대한간호협회(간협)도 정부가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명확히 규정하지 않으면 의료공백을 메우기 위해 PA 간호사를 투입하는 방침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나섰다. 간협은 앞서 간호법 국회 통과 이후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정부와 대치한 바 있지만, 의대 증원을 포함한 의료개혁 정책에 대해선 협조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러나 의료공백 사태가 장기화하고, 업무 범위 명문화 없이 간호사가 대체 업무에 투입되면 법정 범위 외의 업무와 책임을 떠맡는 전례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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