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소년원생들의 특별한 외출
소년법에 따른 보호처분의 목적은 반사회성이 있는 소년이 건전하게 성장하도록 돕는 것이다. 따라서 가정과 학교에서 일탈하고 소외된 청소년을 재사회화하여 사회의 건전한 구성원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은 소년원의 존재 이유이자 목적이다. 가정법원 소년부는 초범이나 비교적 경미한 범죄를 저지른 소년들에게 보호관찰·수강명령·사회봉사명령 처분을 결정한다. 사회 내 처우인 보호관찰 처분을 결정받은 소년이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재범하면, 보호처분 중 가장 무거운 소년원 처분을 받을 수 있다. 짧게는 6개월, 길게는 2년 동안 소년원에 수용된 소년들은 교과교육과 인성교육, 직업능력개발훈련 등을 통해 사회에 정착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한다.
누군가에겐 어린 시절의 가정과 부모는 자신을 보호해 주고 사랑과 관심을 쏟아주는 든든한 버팀목이지만, 소년원 처분을 받은 청소년들에게는 가정폭력과 학대, 부모의 이혼과 사망으로 가정이 해체된 아픈 기억일 수 있다.
A군(18)은 10호 처분(소년원 2년)을 받고 지방의 한 소년원에 수용 중이다. 헤어반에서 미용을 배워 미용기능 자격증을 취득했고 검정고시에도 합격했다. 퇴원해서 사회로 복귀할 날이 6개월 정도 남았다. 사회에 있을 때 아버지의 가정폭력을 피해 가출과 비행을 반복하다 소년원 처분을 받았다. 퇴원하면 자신을 키워주신 할머니와 단둘이 살아가야 한다. 어린 나이에 취업을 하고 할머니를 부양해야 하는 사회생활에 대한 두려움도 크지만, 이제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충만해 있다.
최근 A군은 헤어반 담임 선생님, 동료 학생과 함께 강원도 산간 마을로 미용봉사를 다녀왔다. 마을에서 가장 가까운 미용실이 40㎞나 떨어진 오지였다.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에게는 너무 힘들고 먼 거리였다. 참가 학생들은 봉사를 앞두고 커트, 펌, 염색, 샴푸 등 미용기능을 집중 수련했다. 소년원생들에게 가장 필요한 나눔과 배려를 교실에서만 가르칠 수 없었다. 정기적인 봉사활동을 통해 봉사의 의미와 가치를 체득할 수 있는 사회복귀 교육이 필요했다.
처음엔 어색해하던 A군은 이내 할아버지, 할머니들에게 살갑게 인사를 건네며 정성껏 머리를 다듬어드렸다. 집에 계신 할머니가 생각났다. 커트와 펌을 하고 염색을 해서 10년은 젊어졌다고 밝게 웃으며 행복해하시는 어르신들의 모습을 보면서 자긍심이 생겼고, 더불어 사는 삶의 가치를 되새길 수 있었다.
A군은 소년원에서 J M 바스콘셀로스의 소설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를 인상 깊게 읽었다. 주인공인 소년 제제가 말했다. “왜 아이들은 철이 들어야만 하나요?”
조만간 다시 어르신들을 찾아 뵙기로 한 A군은 이제 철이 들어야 한다는 믿음이 생겼다. 한때에는 질풍노도의 길을 갔지만, 이제 듬직한 청년이 된 A군에게 따뜻한 관심과 격려를 부탁드린다.
최원훈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 보호직 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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