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호모 프롬프트
기자 훈련을 받을 때 자주 들은 얘기가 “인터뷰의 성패는 질문에 달려 있다”는 것이었다. 제대로 질문해야 제대로 된 답이 나온다는 인터뷰의 철칙은 인공지능(AI) 시대에 더욱 들어맞는 얘기가 됐다. AI가 알아서 글을 쓰고 그림과 동영상까지 척척 만들어 내는 세상에서 콘텐츠 제작 기술은 하찮은 능력이 되어 가고 있다. 대신 AI에 어떻게 명령해 원하는 결과를 정확하게 끌어내느냐는 질문 능력이 중요해졌다.
▶지난주 오픈AI가 공개한 고화질 동영상 제작 AI 서비스 ‘소라’는 챗GPT에 버금가는 충격을 주었다. 간단한 명령만 입력하면 몇 분 만에 할리우드가 수개월에 걸쳐 찍었을 법한 고품질 영상을 토해 냈다. 사람들은 자신의 편집 기술과 그래픽 실력을 ‘소라AI’와 비교하며 뒷머리를 긁었다. 팔로어를 2억여 명 거느리고 떼돈 벌던 미국의 유명 유튜버는 “제발 저를 홈리스로 만들지 말아주세요”라고 외쳤다. 영상 제작 기술로는 도저히 따라갈 수 없다는 항복 선언이다.
▶호모 사피엔스는 ‘호모 프롬프트(지시·명령어)’로 진화하고 있다. 프롬프트를 입력하며 AI를 활용하는 인간종이란 뜻이다. 석기에서 철기·디지털까지 도구 개선과 함께 문명을 발전시켜온 인류가 AI라는 혁신적 도구와 함께 전혀 새로운 진화를 시작했다. 호모 프롬프트 시대엔 인공지능을 이해하고 활용·구사하는 ‘AI 리터러시(문해력)’가 핵심 경쟁력이 된다. 테크닉이나 기능보다 문제를 분석하고 개념을 추론하고 결과를 구성하는 ‘사고의 힘’이 인간의 능력을 좌우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아이들에게 언어를 가르치듯 유년기부터 AI 문해력을 키워주자는 움직임이 생겨나고 있다.
▶지금의 인류 사회를 만든 과학은 인문학과 만나 꽃을 피웠다. 같은 기술이라도 ‘인간성’과 철학적 맥락을 입힌 기술이 보편화하고 발전했다. 과학과 인문학은 자연과 사람을 이해하려는 비슷한 뿌리에서 나왔다.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생전 신제품 발표회에서 ‘테크놀로지’와 ‘리버럴 아츠(인문학)’를 각각 가리키는 이정표를 화면에 띄우고 “애플의 창의적인 IT 제품은 기술과 인문학의 교차점에 있다”고 설명하곤 했다.
▶오픈AI의 ‘챗GPT’와 구글의 AI ‘제미나이’에 “AI를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필요한 능력이 무어냐”고 질문했다. 두 AI 모두 ‘AI에 대한 이해’와 ‘비판적 생각과 문제 해결력’ ‘의사소통 능력’을 꼽았다. 첨단 과학기술의 최정수인 AI가 요구한 것은 ‘가장 인간적인 능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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