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중 사망한 나발니 시신, 시베리아 북부 병원에 안치”

조성민 2024. 2. 19.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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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트비아 독립매체, 구급대원 제보 인용 보도
경련으로 인한 다수의 멍자국
심폐소생술 시도 흔적도 발견
사인은 미상… 심장마비死 추정
유족 여전히 시신 인계 못 받아
서방국가 對러 공세 수위 높여
테러지원국 지정 등 강력 촉구
우크라 추가 무기 지원 힘 실려
이르면 하반기 F-16 실전 투입

러시아 시베리아 감옥에서 급사한 반정부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의 시신이 시베리아 북부에 위치한 한 병원에 안치돼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라트비아에서 발행되는 독립매체 노바야 가제타 유럽은 18일(현지시간) 익명의 구급대원을 인용, 나발니의 시신이 시베리아 북부 살레하르트 마을 병원에 있다며 몸에 멍 자국들도 발견됐다고 전했다.
‘포스트 나발니’ 누구? 18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주재 러시아 대사관 문에 시베리아 교도소에서 돌연 사망한 반정부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를 추모하는 꽃과 함께 “다음은 누구?”라는 문구가 적힌 사진이 붙어 있다.런던=AP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나발니 몸의 멍 자국들은 사망 당시 발생한 경련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 제보자는 “나발니의 가슴에 든 멍은 심폐소생술(CPR)을 시도한 흔적”이라며 “그들(교도소 직원들)은 그(나발니)를 살리려고 노력했지만 아마도 심장마비로 사망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러나 나발니의 유족은 여전히 그의 시신을 인계받지 못하고 있다. 나발니 대변인 키라 야르미쉬는 19일 유족과 함께 해당 병원을 찾아갔지만 입장을 거부당했다고 전했다.

나발니 사망에 대한 의혹이 커지면서 서방의 러시아 제재와 우크라이나 무기 추가 지원에도 힘이 실리는 모습이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19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외교장관회의에 앞서 “회원국들이 (러시아에 대한) 새로운 제재를 제안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나발니의 사망을 기리기 위해 EU의 인권침해 제재 프로그램 공식 명칭을 ‘나발니 인권침해 제재’로 바꿀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나발니의 아내 율리아 나발나야도 외교장관회의에 직접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가까운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은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러시아를 미국 법률하에서의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해 나발니를 죽인 대가를 치르게 하자”고 주장했다. 미국은 북한, 쿠바, 이란, 시리아 4개국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대 정적이었던 야권 정치인 알렉세이 나발니. AFP연합뉴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독일 연방 하원 국방위원회 위원장인 마리아그네스 슈트라크치머만은 이날 우크라이나에 장거리 순항 미사일 ‘타우러스’를 보내야 한다고 올라프 숄츠 총리를 압박했다. 보렐 고위대표도 뮌헨안보회의(MSC)에서 “우리는 F-16을 보내고 있다”며 “우리가 이 결정을 더 빨리 내렸다면 아마도 전쟁은 달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 F-16 전투기 비행훈련을 받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투기 조종사들은 5월부터 순차적으로 훈련을 마치게 된다. 이르면 올해 후반기부터 F-16 전투기를 직접 조종하며 러시아군과 싸울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는 24일로 개전 2년이 되는 우크라이나 전쟁은 동부 요충지 아우디이우카를 장악한 러시아에 기울고 있다.

러시아 내에서는 내달 대선을 앞두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 맞서 야권을 단결시킬 ‘포스트 나발니’가 하나둘 드러나는 분위기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하일 호도르코프스키, 막심 카츠, 일리야 야신 등이 떠오르고 있다. 호도르코프스키는 석유회사 ‘유코스’를 운영하며 한때 러시아 최대 갑부였지만, 푸틴 대통령에게 맞서다가 탈세 및 돈세탁 혐의로 10년간 복역했다. 이후 수년간 망명 생활을 한 그는 현재 영국 런던을 근거지로 러시아 고위층의 부정부패를 추적하는 탐사보도 매체를 운영하고 있다.

카츠는 유튜브 인플루언서이자 포커 러시아 챔피언에 올랐던 인물이다. 러시아에서 정치활동을 하다 우크라이나 침공에 반대한다고 선언한 후 출국해 현재 이스라엘에서 활동 중이다. 정치인 야신도 야권서 주목받는 인사다. 우크라이나 부차에서 러시아군이 민간인을 학살했다고 발언한 후 8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러시아 야권은 중요한 지도자를 잃었지만 순교자를 얻었다”고 평가했다. 다만 러시아 고위 관리들의 부정부패를 폭로하고 반정부 시위를 주도하며 푸틴 대통령의 최대 정적으로 꼽힌 나발니 외에 다른 야권 인사들이 대부분 감옥에 갇혔거나 망명 중이어서 나발니를 대체할 만한 인물이 없다고 진단했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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