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폴리시, 최고 정책전문가가 말한다] 임금체계개편·재고용으로 인구문제 풀라

2024. 2. 19.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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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원 K정책플랫폼 노동위원장·고용노동정책연구원장

지난해 출산률이 0.78 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보였다. 지난 10년 사이에 아동 인구는 200만 명이 감소했다. 반면에 작년말 기준 65세 인구는 973만 명으로 전체 인구에서 18.96%를 차지했고 이는 전년 대비 46만 명, 5%가 증가한 수치이다.

아이를 낳지 않는 많은 원인이 진단되고 제시되지만 대체로 경쟁적 교육의 피곤함과 일자리 불안이 가장 대표적으로 지목된다. 아울러 경쟁적 교육의 문제도 대체로 미래 일자리 불안으로 인해 발생된다고 보았을 때 일자리 문제는 저출산과 가장 관련성이 높은 이슈이다.

그런데 일할 사람이 부족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외국인력의 확충이 많이 논의되고 있지만 그보다 우선적으로 해결할 일은 내국인들의 일자리 유지율을 높이는 것이다. 많은 청년들이 만족하면서 생산적인 일자리에 종사할 수 있도록 하고 고령자들이 괜찮은 일자리에서 더 일하도록 하는 것이다.

지난 10여 년 동안 우리나라 청년(15~29세)의 경제활동참가율과 고용률은 전반적으로 증가하였고, 청년실업률은 2017년경에 최고점을 찍은 뒤 하락하였다. 전반적인 고용지표를 보면 청년 노동시장의 상태는 지난 5년에서 10년 동안 상당히 개선되었다. 그러나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통계에 의하면 작년에 '그냥 쉬었다'는 청년이 40만 명인데 이는 전체 청년 중 4.9%에 달한다. 나아가 현재의 직장이나 일자리에서 만족하지 못하고 사직을 꿈꾸는 이들도 많다. 그냥 쉬었다는 청년들의 74.6%가 직장 경험이 있었던 청년들이다. 청년 취업자 중 한시적 근로자의 비중도 2018년 이후 많이 늘었다. 2022년 통계에 따르면 청년 임금근로자의 약 4분의 1이 한시적 근로자이다.

우리나라 청년의 80%는 대학 이상의 교육을 받았거나 받고 있으며, 이들은 예전보다 더 권리의식에 민감한 고급 인력들이다. 최근 MZ세대의 일자리에 대한 인식 조사 연구에 따르면 이 세대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공정성이다. 이들은 특히 호봉에 따른 임금 인상에 대해 매우 비판적이고, 급여가 능력이나 업적에 따라 결정되는 것을 선호한다. 그리고 임금 결정 방식에 불만이 있을 때 이직하고 싶은 생각이 강하게 든다고 조사되었다.

따라서 연공형 임금체계를 직무와 성과 중심의 임금체계로 개편하고 직무 중심의 노동시장을 구축해야 한다. 최근 연구 결과를 보면 연공급 임금체계를 운영하는 기업은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체계를 운영하는 기업들보다 청년들 취업이 저하되었다.

청년들의 좋은 일자리 기회 보장과 직결되는 문제는 고령자들의 정년 문제이다. 국내 연구들에 의하면 정년 60세 연장은 고령자 고용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지만, 다수의 연구에서는 이로 인해 청년층 고용을 감소시켰다는 분석이 나왔다. 일할 사람이 부족한 현실에서 고령자들의 일자리 기회를 더 늘려주어야 하는 것은 중요하나 청년들의 취업기회를 제한하는 갈등을 빚어서는 안된다.

최근 고령자들의 정년을 실질적으로 늘릴 방안, 즉 계속고용 제도를 둘러싼 사회적 대화가 다시 촉발되었다. 그런데 계속고용 방식과 관련해서 기업들은 임금 조정을 거치고 계약기간을 별도로 정하는 정년 후 재고용을 선호하고 노조는 대체로 임금 조정을 피하거나 최소화하는 법적 정년 연장이나 또는 교섭에 의한 기업별 정년 연장을 원하고 있다.

해고가 어려운 국내 법제도 현실에서 기업들이 최소한의 고용 유연성을 확보하고 늘어나는 인건비 부담을 줄여 청년 신규 인력들을 채용하도록 유인하려면 법적 정년 연장보다는 정년 후 재고용이 활성화되도록 노사정이 합의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리 노동시장에서 직무와 성과 중심의 보상을 강화하고 정년 후 재고용을 통해 오랫동안 일하되 아래 세대에게 부담을 덜어주는 타협을 할 때 청년들이 신나게 일하고 고령자들이 보람차게 일하는 세대 통합이 이루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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