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몸 어르신 모신 ‘1식7찬’ 천원의 밥상…가순이네, 그 따뜻한 한끼

정대하 기자 2024. 2. 1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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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광역시 광산구 송정1동 식당 '가순이네' 대표 박가순(55)씨는 일주일에 한 차례 '천원의 사랑 행복한 밥상'(천원 밥상)을 차린다.

지난 16일 낮 12시 가순이네를 방문한 박병규 광산구청장은 "이웃들이 십시일반 정성으로 차린 천원 밥상을 보니 든든하다. 이웃을 돌보는 아름다운 동행이 지속할 수 있도록 구에서도 적극적으로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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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광산구 송정동 식당 ‘가순이네’ 박가순 대표
소박하지만 정성스레 차린 천원 밥상. 광산구 제공

광주광역시 광산구 송정1동 식당 ‘가순이네’ 대표 박가순(55)씨는 일주일에 한 차례 ‘천원의 사랑 행복한 밥상’(천원 밥상)을 차린다. 홀로 사는 이웃들이 단돈 1000원만 내고 점심을 먹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매주 금요일 낮 12시 82.64㎡(25평) 규모의 이 식당은 하루 영업을 접고 1인 가구 이웃 30명씩을 초대한다. 지난 16일 천원 밥상엔 정성스레 끓인 소고기 미역국과 삼치 조림, 족발, 김자반, 숙주·미나리나물 무침, 전, 겉절이 등 7가지의 반찬이 올랐다.

박씨는 19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조용하게 시작한 일인데, 부끄럽네요”라고 말했다. 천원 밥상은 기영철(51) 송정1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위원장이 제안해 시작한 나눔 프로젝트다. 박씨는 3년 전부터 마을 이웃들이 어려운 이웃을 돌보기 위해 설립한 이 단체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기영철 위원장은 “1인 가구의 고독사를 막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홀몸 가구 주민들이 어울려서 식사하는 자리를 만들자고 제안했는데, 박 사장님이 흔쾌히 동의했다”고 말했다.

광주시 광산구에서 1인 가구 이웃을 위해 천원 밥상을 차리고 있는 박가순 대표. 광산구 제공

천원 밥상은 송정1동 1인 고립가구를 위해 이웃들이 차린 자리다. 식사비로 1000원을 받기로 한 것은 “눈치 보지 않고 당당하게 식사를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배려의 차원”이었다. 송정1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는 지난달 26일 금요일부터 1인 가구 주민 30명씩을 천원 밥상에 초대해 점심을 함께 나누고 있다. 나상석 송정1동 맞춤형복지2팀장은 “1인 가구 주민들도 점심을 함께하며 고립감을 덜 수 있고, 우리도 금요일마다 안부를 살필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박병규 광산구청장이 16일 ‘천원의 사랑 행복한 밥상’을 운영하는 송정1동 가순이네 식당을 찾아 주민과 점심을 나눴다. 광산구 제공

박씨가 차리는 천원 밥상에 이웃 가게 주인들도 후원하고 나섰다. 지난 16일 밥상에 오른 족발과 삼치, 방울토마토도 후원품이다. 광산구에서도 쌀 100㎏을 후원했다. 천원 밥상 참석자들도 따뜻한 밥상에 초대받고 감사해 한다. 김원주(66)씨는 “매일 ‘혼밥’하면서 입맛도 없었는데 천원을 내고 사람들과 얘기하면서 식사를 하니 기분이 참 좋았다. 반찬도 많아 밥을 2그릇이나 비웠다”고 말했다.

박씨는 “살면서 이웃돕기 행사 등이 열리면 식당 때문에 나갈 수는 없으니 음식이라도 조리해 기부해왔다”고 했다. “기쁜 마음으로 밥상을 차리고 있어요. 이웃들이 오셔서 맛있게 드시고 가시면 기분이 좋아요.”

과거 반찬가게를 운영하고 병원 조리장을 지낼 정도로 음식을 잘하는 박씨는 6년 전 송정1동으로 이사해 이름을 내건 작은 식당을 차려 운영하고 있다. 박씨는 “그래도 집세를 싸게 해주셔서 봉사도 가능하다. 천원 밥상 수익금은 전액 연말 이웃돕기 성금으로 기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16일 광주 광산구 송정1동 식당 가순이네 천원 밥상을 마친 뒤 박병규 광산구청장(왼쪽에서 두 번 째)과 박가순 대표(왼쪽에서 세 번 째), 기영철 송정1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위원장(맨 오른쪽) 등 참석자들이 환하게 웃고 있다. 광산구 제공

송정1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는 주변 이웃들의 후원과 나눔을 활성화해 주말에도 천원 밥상을 차릴 꿈을 꾸고 있다. 기영철 위원장은 “주말에 복지 서비스 기관들이 쉬니까 1인 가구 도시락 배달도 원활하지 않다. 주말에 천원 밥상을 차리는 방안도 마을에서 함께 풀어볼 생각이다”고 말했다. 그리고 천원 밥상을 상시 운영하는 것이 이들의 최종 목표다. 지난 16일 낮 12시 가순이네를 방문한 박병규 광산구청장은 “이웃들이 십시일반 정성으로 차린 천원 밥상을 보니 든든하다. 이웃을 돌보는 아름다운 동행이 지속할 수 있도록 구에서도 적극적으로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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