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살 백혈병 보호자 망연자실…“새벽에 나섰는데 검사 취소” [의료대란 현실화]
20일부터 전국 곳곳 집단행동
서울서만 1000여명 사직행렬
尹 “전 정부처럼 넘기지 않아”
의협 집행부 2명에 면허정지
전국서 ‘전공의 사직서’ 수천장 쌓여
“현장 과부하 초읽기”
“암환자 언제 나빠질지 모르는데”
“의사들 이래선 안돼” 환자들 호소
세브란스 600명 등 ‘집단 사직’
경남 350명… 인천도 270명 넘어
“교수가 당직 떠맡아” 병원도 비상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한 전공의 수천명이 집단 사직했다. 세브란스병원에서 600명이 넘는 전공의가 사직서를 쓰는 등 서울에서만 1000명 이상, 전국적으론 수천명이 사직 행렬에 동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20일부터 자리를 비우기로 함에 따라 의료 대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부도 강경 대응 방침을 꺾지 않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의료계의 집단행동이 본격화하는 것과 관련해 보고를 받은 뒤 “지난 정부처럼 지나가지 않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대한의사협회 집행부 2명에게 면허정지 행정처분에 관한 사전통지서를 발송하며 양측의 대립은 격화할 전망이다.
근심 가득 안고… 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등 일부 진료 과목 전공의들이 무더기 사직서를 제출하며 근무 중단을 선언한 19일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어린이병원으로 환자 가족이 들어가고 있다. 남정탁 기자 |
취재진이 이날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에서 만난 환자와 의료진들은 전공의 파업에 따른 불확실성에 불안해하는 모습이었다. 특히 치료를 정기적으로 받아야 하는 고위험군과 난치 질환자들은 치료 기간이 밀리면 상태가 급격히 나빠질 수 있어 걱정이 더 컸다. 박씨는 “(환자들) 항암 순서가 있는데 치료가 늦어지면 전이 위험도 있고 암이 재발할까 두렵다”며 “항암으로 아기나 보호자는 안정감이 생기는데 기약 없이 (정부와 의사가) 싸우고 있으니까 불안하다”고 말했다.
세브란스병원 일부 전공의들은 예고된 파업 일정보다 하루 일찍 근무를 중단했다. 병원 측은 이번 주 수술 일정을 절반 수준으로 줄이는 등 비상 체제에 들어갔다.
세브란스병원 소속 한 교수는 “지난주 월요일만 해도 이런 파업 얘기는 전혀 몰랐다”며 “환자들께 위해를 가하려고 한 게 전혀 아닌데 급작스레 이렇게 돼서 너무 안타깝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 교수는 “전공의 없이 가능한 수술을 수행하고 인력, 일정 등을 조율하면서 다들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식도암 4기 동생이 있다고 밝힌 C씨는 “환자들 두고 의사들이 이래선 안 된다”며 “동생이 아프면 병원에 와야 하는데 의사들이 없으면 대체 어떻게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원에선 이날 오후 5시 기준 강원대병원 전공의 101명 중 64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오전에는 연세대 원주세브란스 기독병원 전공의 152명 중 97명이 사직했다.
인천에서는 이날 오후 4시 기준 지역 전체 전공의 540명 중 273명이 사직한 것으로 집계됐다. 인하대병원이 100명으로 가장 많았고 가천대 길병원 71명, 가톨릭대인천성모병원 60명 순이었다. 부산에서도 부산대병원 소속 전공의 100여명과 동아대병원 전공의 10명이 사직서를 냈다.
동아대병원 관계자는 “전공의 단체행동이 장기화할 경우 의사 보조 인력을 동원해 급한 불은 끌 수 있겠지만, 당장 전공의들이 맡아 오던 당직근무 등의 업무를 전문의 교수들이 떠맡아야 해 과부하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과 부산 등 각 지방자치단체는 비상진료대책 계획 마련에 부산한 분위기다. 서울시는 의료계 전면 파업에 대비해 시립병원 8곳의 내과·외과 등 필수의료 과목 진료를 오후 8시까지 연장하고, 서울의료원·보라매병원·동부병원·서남병원 응급실을 24시간 가동하기로 했다. 부산시도 부산 지역 25개 종합병원에 환자를 분산 입원시켜 계속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김택우 위원장과 박명하 조직강화위원장 등 집행부 2명에게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을 교사했다는 이유로 의사 면허정지 행정처분에 관한 사전통지서를 등기우편으로 발송했다.
이정한·이예림 기자, 세종=김유나 기자, 부산=오성택 기자,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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