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손실 보전'은 없다···ELS 배상안, 투자이력 따져 결정할 듯 [파이낸스 포커스]
'최소 배상비율' 없앨 가능성 높아
투자자 상품 인지 여부 등에 초점
투자 횟수 많을수록 배상액 줄여
증권사 온라인 가입 제외도 유력
금융 당국이 마련하고 있는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배상안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이르면 다음 주에 배상안을 공개할 예정이다. 금감원은 배상 유형을 구체화하기 위해 16일부터 주요 ELS 판매사를 대상으로 2차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19일 서울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과거에 ELS 상품에 투자를 했던 경험이 있는 투자자에 대해서는 배상액을 줄이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또 해외 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때와 달리 단지 손실을 봤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투자자가 최소한의 배상을 받는 것도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상품에 대한 정확한 설명과 투자자 성향에 따른 상품 추천을 하지 않았다는 불완전판매 여부와 투자자가 ELS 상품의 특징에 대해 어느 정도 실제 인지하고 있었는지가 배상액을 가르는 중요한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투자 이력 따라 배상액 달라질 듯=금융 당국은 ELS 투자자의 과거 경험을 배상 기준으로 삼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투자 횟수가 많을수록 배상 규모를 줄이거나 단순히 투자 경험 유무만 따져 배상액을 차등하는 식이다. 앞서 금융 당국은 2019년 DLF 손실 사태를 수습할 때도 금융투자 상품 구매 경험에 따라 배상 비율을 달리 적용한 바 있다. 특정 금융 상품에 대한 투자 경험이 있다면 특성에 대한 이해도도 높을 가능성이 많은 만큼 배상 비율에도 이를 감안했던 것이다.
과거 투자 때 수익을 낸 투자자에 대해 배상액을 낮추는 방안도 논의 테이블에 올라 있다. 이익을 봤을 때는 침묵하고 손실이 발생하면 배상을 요구하는 사례마저 용인하면 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과거 수익의 일부를 이번 홍콩H지수 ELS에서 입은 손실에서 공제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과거 수익을 손실에서 공제하는 안은 구체적으로 검토한 바 없다”면서도 “소비자가 과거 수익을 냈던 경험이 있는지를 따져 손실액을 차등하는 방안 등을 살펴보고 있다”고 전했다.
◇손실 봤다고 무조건 배상 없다=당국이 최소 배상 비율을 설정할지도 관심거리다. 과거 DLF 배상 사례를 보면 당국은 기본 배상 비율을 손실액의 20%로 책정했다. 은행이 소비자에게 내민 서류 자체에서 문제가 발견됐을 정도로 은행 전반의 불완전판매 정황이 심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ELS 검사 과정에서는 은행 전반에 적용할 수 있을 정도의 공통적이면서 심각한 불완전판매 혐의는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당국 안팎에서는 ELS 배상안에 최소 배상 비율이 담기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손실을 봤다는 이유만으로 배상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것이다.
만약 최소 배상 비율이 없거나 미미할 경우 DLF 배상안보다 손실 보전 수준이 전반적으로 낮아질 수도 있다. 금융 당국은 DLF 사태를 수습하면서 손실액의 최대 80%를 배상하도록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투자 경험이나 연령 등 세부 기준을 세우고 각 기준을 충족하면 배상 비율을 단계적으로 높이는 식으로 가이드라인이 마련될 것이라 본다”면서 “DLF 사태 때와 달리 은행권을 몰아붙일 ‘한 방’이 없기 때문에 최저 배상액을 정하기 난해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증권사 온라인 투자 배상안서 빠질 듯=증권사를 찾아 ELS 상품에 투자한 경우는 배상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원금 보장 상품이 대다수인 은행과 달리 증권사를 찾은 고객은 상품의 원금 손실 가능성을 인지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아울러 창구 직원의 권유를 받지 않고 온라인을 통해 직접 가입한 소비자도 배상 대상에서 빼는 방안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ELS 상품을 비대면으로 가입했을 정도라면 투자했을 때 손실이 날 수도 있는 상품이라는 점을 이미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 때문이다.
금융 당국은 막판까지 다양한 배상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다양한 배상 방식을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확정된 안은 없다”면서 “검사 결과 워낙 다양한 사례들이 발견된 만큼 공정성에 초점을 맞추는 작업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우보 기자 ubo@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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