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가시개 반려동물 가는길 운구·염습·수의까지

김동은 기자(bridge@mk.co.kr) 2024. 2. 19.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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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지는 반려동물 장례시장
국민 25%가 반려동물 키워
불법매장 대신 장례수요 급증
보람상조는 전용상품도 출시
직원이 자택 방문해 운구 후
사람처럼 예 갖춰 장례 진행
비용 20만원부터 천차만별
21그램

"문상객이 없다는 점만 빼면 사람과 똑같더라고요."

양 모씨(35)는 지난 18일 여자친구와 반려동물 장례식장을 다녀왔다. 열여덟 살 된 여자친구의 반려견이 죽었기 때문이다. 장례식장에 도착하자마자 직원들의 안내로 반려견을 넣어 화장할 관을 골랐다. 깨끗한 종이로 곱게 싸서 화장을 할 수도 있고 비용을 더 지불하면 나무 관에 넣거나 생화로 관을 장식할 수 있다. 양씨는 일반 관에 생화를 넣어 화장하기로 했고 면으로 된 파란색 수의도 입혔다. 화장이 끝난 후엔 도자기로 만든 유골함에 담아 일단 집으로 데려가기로 결정했다. 관과 수의 등을 사는 데 드는 비용 외에 화장 비용이 따로 계산되는데 이는 반려동물 몸무게에 따라 달라진다. 이날 쓴 비용은 70만원. 양씨는 "여자친구가 중학교 때부터 키우던 반려견이라 많이 상심했는데 격식을 갖춘 장례식을 치르고 나니 마음이 편해 보였다"며 "돈이 아깝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모씨(48)는 최근 3년간 키우던 반려 고슴도치가 무지개다리를 건너자 집에서 가까운 펫 장례식장을 찾았다. 예복을 갖춰 입은 직원이 고슴도치 유해를 정리하고 관에 안장하는 동안 김씨 가족은 개별 추모실로 안내받았다. 추모실로 들어가니 미리 전달한 고슴도치의 생전 사진이 인쇄돼 놓여 있었다. 영정사진인 셈이다. 커다란 LED 화면에서 생전 사진들이 차례로 나왔고 한편에는 하얀 국화가 놓여 있었다. 화장이 진행되는 15~30분간 조용한 음악이 흐르는 휴게실에 앉아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다. 화장이 끝난 뒤 유골을 확인하고 이를 분골해 화장장에 마련된 추모 숲에 뼛가루를 뿌리자 모든 절차가 끝났다. 장례 비용은 25만원이었다.

반려동물 장례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프리드라이프와 보람상조 등 상조업체들이 반려동물 장례 시장에 진출하기 시작했고 각 지역에 반려동물 장례 전문 중소업체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반려동물 장례업이 각광받는 이유는 두 가지다. 먼저 반려동물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자료에 따르면 반려동물 산업 시장 규모는 2022년 기준 8조원에서 매년 평균 14.5%씩 성장해 2027년 15조원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려가구 수는 2022년 말 기준 552만가구로, 전체 가구의 25.7%에 달한다.

반려동물 사체를 처리하는 방법에 대한 인식도 달라지고 있다. KB경영연구소가 지난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반려동물의 죽음을 경험한 반려가구의 58.7%는 반려동물을 '직접 땅에 매장'했다. 하지만 앞으로 반려동물 장례를 어떻게 치를 것인지에 대한 답변을 보면 '화장 후 수목장'(30.0%)이나 '메모리얼스톤'(15.0%), '봉안당에 안치'(10.9%), '자택 내 보관'(8.6%) 등 정식 장례 절차를 고려하고 있었다. KB경영연구소에 따르면 반려가구가 반려동물 장례를 치를 때 쓴 비용은 평균 38만원이었지만 향후 장례식 비용으로 예상하는 금액은 평균 48만1000원으로 더 높았다.

반려동물 장례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든 곳 중 하나가 보람상조다. 보람상조 관계자는 "반려동물 장례 전문업체인 펫닥 등과 제휴해 강원, 충청, 전라, 경상 지역까지 '펫 장례식장' 전국망을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반려동물 전용 상조상품도 출시됐다. 보람상조는 지난해 '스카이펫' 상품을 출시했다. 반려동물이 죽으면 고객 요청에 따라 운구를 위해 직원이 집을 방문하고 보람상조의 전문 장례지도사가 직접 염습해 장례를 치른다. 또 상품 종류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펫 전용 관과 유골함, 고급 수의, 액자 등 용품을 기본적으로 제공받는다. 단독 추모실 이용과 꽃, 장례증명서 등도 제공한다. 고객이 선택할 경우 반려동물의 털이나 발톱, 유골 등 생체 원료를 혼합해 제작하는 '비아젬'을 오마주(위패)나 주얼리 형태로 제공한다. 일반 상조처럼 분납도 가능하다.

프리드라이프도 지난해 반려동물 서비스 전문기업과 협력해 반려동물 장례 전문 기업 21그램그룹과 함께 장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서비스에 가입하면 원목 액자나 털 목걸이, 천년포, 꽃다발 등을 받을 수 있다. 더 비싼 상품을 선택할 경우 고급 수의, 고급 오동나무 관, 백자 유골함, 고급 보자기 등을 받을 수 있다.

[김동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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