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가 ‘2월 매화축제’…반가운가요? 곤충도 식물도 안 반갑대요

기민도 기자 2024. 2. 19.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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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로 봄꽃이 평년보다 일찍 피면서 봄꽃 축제 개막도 점점 빨라지고 있다.

시민들은 봄꽃 축제를 조금 더 일찍 즐길 수 있게 됐지만, 생태계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해동 계명대학교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는 19일 한겨레와 통화에서 "시민들은 축제도 일찍 즐기고, 날씨가 따뜻해서 좋아할 수 있겠지만, 생태계에는 혼란이 온다"며 "꽃과 곤충의 활동기가 맞지 않아, 꽃은 수분을 못 하고, 곤충은 먹이가 사라진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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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 매화·구례 산수유 축제, 3월 초로 당겨져
식물-곤충 ‘탈동조화’로 생태계 악영향 우려
“식물은 수분 못 하고 곤충은 먹이 사라져”
절기상 우수인 19일 대구 중구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에서 한 시민이 우산을 쓴 채 휴대전화로 홍매화를 촬영하고 있다. 대구/연합뉴스

기후변화로 봄꽃이 평년보다 일찍 피면서 봄꽃 축제 개막도 점점 빨라지고 있다. 시민들은 봄꽃 축제를 조금 더 일찍 즐길 수 있게 됐지만, 생태계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남 광양시는 ‘2024 광양매화축제’를 3월8일에 개최할 예정이다. 코로나19 이전인 2014∼2018년 3월 중·하순에 축제가 열린 점을 고려하면 1∼2주, 지난해에 견주면 이틀 빨라졌다. 올해 전남 구례 산수유 축제도 지난해보다 이틀 빨라진 3월9일 개막한다. 1회 축제(1999년)에 견주면 11일 정도 앞당겨졌다.

수도권 지역에 비가 내린 2023년 4월5일 오후 호수벚꽃축제가 열린 서울 석촌호수에 벚꽃들이 떨어져 있다. 연합뉴스

벚꽃 축제도 이른 시기에 열릴 것으로 보인다. 올해로 62회를 맞는 진해군항제는 3월22일 경남 창원시 전역에서 개최된다. 지난해보다 사흘 빠른 역대 가장 이른 개막이다. 서울 영등포 여의도 봄꽃 축제는 지난해(4월4일)에 견줘 8일 빠른 3월27일을 개막일로 잠정 결정됐다. 벚꽃 개화 시기에 따라 날짜가 변동할 수 있지만, 2005년 축제가 시작된 이래 처음으로 3월 말 벚꽃 축제가 개막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기후변화 등으로 전국적으로 봄꽃 개화가 평년보다 빨라지고 있다. 기상청 개방포털 계절관측 자료를 보면, 매화는 창원과 흑산도에서 지난 12일, 울산, 여수에서 지난 15일, 대구에서 지난 16일, 전주, 서울에서 지난 17일, 광주에서 지난 18일 개화했다. 평년(1991∼2020년)에 견줘 최소 12일에서 최대 42일 이른 개화다. 제주(1월26일), 서귀포(2월1일), 부산(2월16일)은 이미 매화가 ‘만개’ 상태다. 서울 홍릉숲에서 복수초는 평년(2월12일)보다 2주 빠른 지난 1월31일 피었고, 포항에서는 전날 평년보다 18일 빠르게 개나리가 ‘발아’했다. 기상청에서는 발아, 개화, 만개 3개의 관측 기준을 두고 있다. 발아는 관측목 잎눈이나 꽃눈 중 20% 정도가 발아했을 때, 개화는 관측표준목의 대표 나뭇가지 한 묶음의 꽃봉오리에서 세 송이 이상 완전히 꽃이 피었을 때, 만개는 80% 이상 개화했을 때를 가리킨다.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른 관측지점별 벚꽃의 개화시기 전망. 기상청 제공

기후변화로 인한 봄꽃의 이른 개화는 축제 일정을 당기는 문제로만 나타나지 않는다. 식물과 곤충 등 서로 연결된 종들이 기후변화에 다른 속도로 반응하면서 ‘탈동조화’ 현상이 나타나 생태계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지적이다. 식물이 꽃을 피우고 다시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곤충이 꽃가루를 옮겨줘야 하는데, 곤충은 꽃에 견줘 온도 변화를 느리게 감지한다는 것이다. 김해동 계명대학교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는 19일 한겨레와 통화에서 “시민들은 축제도 일찍 즐기고, 날씨가 따뜻해서 좋아할 수 있겠지만, 생태계에는 혼란이 온다”며 “꽃과 곤충의 활동기가 맞지 않아, 꽃은 수분을 못 하고, 곤충은 먹이가 사라진다”고 했다.

김동필 부산대 조경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꽃들은 대부분 벌레가 수분을 시켜주는 ‘충매화’고, 바람이 수분을 시켜주는 ‘풍매화’는 전체의 30% 정도”라며 “곤충이 제시기에 부화해서 날아다니지 않으면 꽃을 수분시켜주는 매개체가 사라지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기민도 기자 ke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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