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볼모 접점 없는 ‘강대강 대치’ 지속···전공의 집단행동 확산에 촉각

김향미·고귀한·박준철 기자 2024. 2. 19.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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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병원 전공의 집단행동 본격화
정부, 진료유지 명령 등 강경대응
복지부·의협, 20일 첫 방송 토론
서울 대형종합병원 이른바 빅5(서울대·세브란스·서울성모·서울아산·삼성서울병원)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내일부터 근무하지 않겠다고 예고한 19일 서울의 한 종합병원에서 의료진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2024.02.19 한수빈 기자

전국 대형병원에서 일하는 전공의(인턴·레지던트)들이 19일 집단행동을 본격화하고 정부도 강경대응 방침을 유지하면서 양측의 ‘강대강 대치’가 지속되고 있다.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이 장기화할 경우 의료공백이 확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2000년 전공의 집단행동 당시 상황을 참고해 약 2~3주 정도는 큰 차질없이 비상진료체계를 유지할 수 있지만 그 이상으로 길어지면 진료 피로도가 누적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정부는 서울 5개 대형병원(빅5·서울대병원, 서울삼성병원,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성모병원) 전공의들이 ‘근무 중단’을 예고한 20일을 이번 사태의 ‘디 데이(D-day)’로 보고 있다. 국내 수련병원 221곳에 근무하는 인턴과 레지던트 등 전공의는 1만3000여명이다. 이 중 서울 5개 대형병원 전공의는 총 2745명이며, 각 병원 전체 의사의 30~40%를 차지한다. 이미 세브란스병원 전공의 상당수는 19일 오전부터 출근하지 않았다.

빅5’ 병원의 전공의들이 집단으로 사직서를 낸 뒤 병원을 떠나기로 한 시점을 하루 앞둔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의사집단행동 대응 관계장관회의가 열리고 있다. 2024.2.19 이준헌 기자

이런 움직임은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다. 부산대병원, 전북대병원, 충남대병원, 제주대병원 등 서울 밖 주요 상급종합병원 전공의들도 이날 집단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고 일부는 출근하지 않았다. 189명의 전공의가 사직서를 제출한 전북대병원 측은 20일 오전 6시를 기해 전공의 업무가 모두 중단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인천에서는 11개 병원 전공의 540명 중 144명이 지난 18일 사직서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전국 상황을 종합하면 20일 전국적으로 수천명의 전공의들이 수련병원에 출근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은 20일 낮 12시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연다. 사직서 제출·출근 거부 이후 대응 방안 등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전공의들은 대형병원 업무의 ‘핵심 인력’으로 꼽힌다. 개원의 중심의 대한의사협회(의협)와 달리 전공의들의 집단행동 파급력이 큰 이유다.

정부는 이날 전국 수련병원 전공의들에게 진료유지 명령을 내렸다. 출근하지 않은 전공의들에겐 각 병원에 파견된 현장점검팀을 통해 업무개시(복귀) 명령을 내리고 있다. 불응하면 의료법 위반으로 보고 사법 절차를 따르겠다고 했다. 지난해 의료법이 개정되면서 ‘불법 파업’으로 인해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 의사 면허 취소까지 가능하다.

정부는 또 의협 집행부 2명에 ‘집단행동 교사금지 명령’을 위반한 혐의로 의사 면허정지 행정처분에 관한 사전통지서를 보냈다. 정부가 의사들의 집단행동 개시 전부터 일관되게 강경한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의사들도 ‘의대 증원 계획 전면 백지화’를 요구하며 집단행동을 멈추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이 같은 대치 국면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고 장기화할 경우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들이 보게 된다는 점이다. 의협 차원에서 별도로 예고한 집단행동 규모가 예상을 벗어날 때 혼선이 커질 수 있다.

2020년 당시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를 추진할 때 개원의는 물론 전공의들이 총파업에 나서면서 실제 응급실로 제때 이송되지 못한 환자가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당시 정부는 코로나19 대유행 와중에 의료피해가 커지자 의대 증원 추진을 중단했다. 정부는 “2020년과 같은 구제와 선처는 없을 것”이라며 당장은 2020년 상황과는 비교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때보다 의사단체 집단행동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은 의료계에 부담이다.

정통령 복지부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본부(중수본) 중앙비상진료대책상황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집단행동이 길어질 경우 정부 대책이 유의미한 최대 기간이 얼마냐’는 질의를 받고 “지난 2000년 (의약분업 국면 당시) 전공의 집단행동 당시 상황을 토대로 검토한 결과, 병원마다 사정이 다르지만 대체적으로 30~50% 정도의 진료축소가 있었다”고 했다.

정 실장은 이어 “축소된 진료체계로 2~3주는 교수님들과 전임의, 전담의 등이 비상근무 당직체계를 짜서 진료에 큰 차질이 없을 것으로 보이며 그 이후엔 이분들의 피로가 누적된 상황이 오면 군의관 또는 공중보건의(약 1400명, 전문의는 약 400명) 등 필요한 인력들을 병원의 필요에 맞게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복지부와 의협은 20일 밤 11시30분 MBC ‘100분 토론’에서 첫 방송 공개토론을 벌인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고귀한 기자 go@kyunghyang.com, 박준철 기자 terry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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