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제 관광 117조 쓴 中, “소비 부활” 대대적 홍보

김철중 기자 2024. 2. 19.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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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春節·중국 설)’ 연휴 동안 내수 여행객 수와 소비 금액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수치를 모두 넘어섰다. 특히 춘제 연휴 기간의 영화 입장권 판매 수입은 사상최고치를 기록했다. 관영 언론은 부동산 시장 부실, 증시 하락,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압력 등에 시달리는 경제에 모처럼 호재가 나왔다며 관련 소식을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다만 지난해 중국에 대한 외국기업의 직접투자가 3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중국 경제가 본격적인 회복 국면에 들어서려면 아직 멀었다는 반론도 상당하다. 춘제 연휴 기간의 경제 호황 또한 고향 방문, 관광 등에 국한된 일시적 현상이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 코로나19 이전 넘어선 ‘춘제 특수’

중국 문화여유부(문화관광부)는 춘제 연휴 기간인 이달 10~17일 국내 여행객의 수가 4억7400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4.3% 증가했다고 18일 밝혔다. 코로나19 발발 직전인 2019년과 비교해도 19% 늘었다.

이 기간 여행객들이 쓴 돈 또한 6326억8700만 위안(약 117조 원)으로 47.3% 증가했다. 2019년보다도 7.7% 늘었다.

극장가 역시 춘제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유명 여배우 자링(賈玲·42)이 감독과 주연을 모두 맡은 ‘러러군탕(熱辣滾燙·단 한 번만 산다)’은 27억1500만 위안의 입장권 수입을 올렸다. 과체중 여성이 권투로 대대적인 체중 감량에 성공한다는 내용이며 실제 자링 역시 약 50kg를 감량해 큰 화제를 모았다.

이를 포함해 춘제 연휴 기간 극장을 찾은 관객은 1억6300만 명, 입장권 수입은 80억1600만 위안에 달했다. 모두 역대 춘제 박스오피스 최고 기록이다.

당국은 모처럼의 내수 회복 기미에 반색했다.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소비 회복은 전반적인 경제 활력의 반등을 의미한다”고 논평했다. 베이징청년보 역시 “뜨거운 춘제 소비는 중국 경제의 역동성을 보여준다”고 가세했다. 이런 기대감을 반영하듯 19일 중국 증시의 상하이종합지수 역시 전거래일 대비 1.56% 상승 마감했다.

리창(李强) 총리는 연휴 복귀 첫 날인 18일 국무원(행정부) 회의를 주재하며 “모든 부서가 양질의 (경제) 발전을 촉진하기 위해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경기 둔화에 대한 ‘신속한 해결’을 주문했다. 광둥성 등 경제가 발전한 주요 지방자치단체 또한 대책 마련으로 분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 외국 직접투자 급감…디플레 우려 여전

다만 춘제를 계기로 중국 내수가 본격적으로 살아날 지는 미지수다. 과거 춘제에는 여행객 수만 늘어난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자동차, 고급가전 등 값비싼 품목을 대거 사들였지만 올해 춘제에서는 그런 모습을 볼 수 없다는 지적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실제 19일 로이터통신의 자체 집계에 따르면 춘제 여행객 1인당 평균 소비액은 1335위안(약 24만7000원)으로, 2019년 1475위안보다 오히려 줄었다. 여행객 수가 늘어난 것은 맞지만 개개인의 씀씀이는 오히려 줄어든 것이다.

올해 춘제 연휴가 지난해보다 하루 더 길어 소비가 늘어난 듯한 ‘착시 현상’이 벌어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중국매체 차이신은 “연휴 여행객 1인당 소비액은 하루 평균으로 따져보면 166위안으로 지난해 174위안보다 오히려 5% 가까이 감소했다”며 “소비 회복 속도가 기대만큼 빠르지 않다”고 전했다.

주요 경제지표 또한 이런 분석에 힘을 더한다. 1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0.8% 떨어졌다. 지난해 10월 이후 4개월 연속 하락했고, 2009년 이후 약 15년 만의 최대 하락폭이다. 내수 침체의 대표 현상으로 꼽히는 디플레이션 우려에서 자유롭지 못함을 보여준다.

‘반(反)간첩법’ 확대 시행 등 외국인 투자자에 적대적인 각종 정책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지난해 외국기업의 대(對)중국 직접투자액(FDI)은 330억 달러(약 44조 원)로 집계됐다. 지난해 1802억 달러보다 약 80% 줄었고, 불과 2년 전인 2021년 3441억 달러와 비교하면 10분의 1 미만으로 급감했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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