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법정] '붉은 깃발'로 AI 막을수 있나

2024. 2. 19. 17:12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2022년 8월 미국 콜로라도 주립 박람회 미술 대회의 디지털 아트 부문 수상작은 '스페이스 오페라 극장', 출품 작가는 '미드저니를 통한 제이슨 M 앨런'이었다.

미드저니는 2022년 7월 출시된 인공지능(AI) 이미지 생성 소프트웨어다.

문제는 심사위원이 미드저니를 몰랐던 것도, AI가 생성한 이미지인줄 알아채지 못했던 것도 아니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AI에 예술 저작권 흔들리자
창작자들 규제 요구 거세져
기술 급속발전에 혼란 가중
제이슨 M 앨런이 미드저니로 그린 '스페이스 오페라 극장'. 트위터 캡처

2022년 8월 미국 콜로라도 주립 박람회 미술 대회의 디지털 아트 부문 수상작은 '스페이스 오페라 극장', 출품 작가는 '미드저니를 통한 제이슨 M 앨런'이었다. 미드저니는 2022년 7월 출시된 인공지능(AI) 이미지 생성 소프트웨어다. 디지털 아티스트 제이슨 M 앨런은 다른 디지털 아트처럼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창작했을 뿐이며 출품 작가명에 미드저니 이용 사실을 밝혔기 때문에 문제없다는 입장이었다.

문제는 심사위원이 미드저니를 몰랐던 것도, AI가 생성한 이미지인줄 알아채지 못했던 것도 아니었다. 작가의 주장처럼 디지털 도구를 사용한 다른 디지털 '아트'와 어떻게 구별할 것인가에 있다.

모범답안을 미리 적자면, 미학적 또는 예술적 측면에서는 창작자의 의도가 있어야 하고 창작자가 직접 표현해야 하며, 실행적 측면에서는 그 창작 과정을 인간이 주도하는가 아니면 AI가 주도하는가에 있다. 지난해 8월 미국 법원은 AI로 생성된 이미지는 저작권법상 보호대상이 아니라고 판시했다. 이어 미국 저작권청은 최종 완성품에 인간의 창의적 노력이 포함됐음을 증명할 수 있다면 저작물로서 인정한다는 가이드라인을 내놓았다. 앨런은 미드저니를 이용해 80시간 동안 900번의 명령어를 넣고 스스로 후반 작업을 거쳐 작품을 완성했다. 이는 앨런의 저작물인가, AI의 생성물인가.

지난해 급속도로 진화한 생성형 AI를 대중의 컴퓨터와 스마트폰으로 끌고 들어온 챗GPT 시대가 열린 순간, 인류 패러다임을 바꿀 '게임 체인저'의 등장곡이 울려 퍼졌다. 누구나 스마트폰을 열고 텍스트만 입력하면 그럴듯한 이미지들을 끝없이 생산할 수 있다. 흡사 명화 한 점 만드는 데 1분이면 족하다.

1901년의 뉴욕 맨해튼 5번가에 마차들 사이로 자동차 한 대가 홀로 달리는 사진을 본 적이 있다. 12년 후인 1913년, 같은 도로, 자동차의 행렬 속에 마차는 종적을 감추었다. 1865년 영국은 증기기관차로 인해 실직 위기에 놓은 마부들을 보호하기 위한 법률, 이른바 '붉은 깃발법'을 제정했다. 이후 자동차에도 적용됐는데 기수가 깃발을 들고 앞서면 자동차는 55m 거리를 두고 뒤따라야 했고, 최고 주행 속도도 3.2㎞/h로 제한됐다.

예술창작 생태계를 통째로 파괴할 것 같은 괴수, 오픈AI를 저지하기 위한 금세기 '붉은 깃발법' 요구가 거세다. 지난해 할리우드에서는 작가와 배우들이 장기 파업을 통해 시나리오 작업에 AI 활용 금지를 관철했고, 이어 다양한 직군의 창작자들이 생성형 AI 서비스 제공사들을 상대로 잇달아 소를 제기하고 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말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를 상대로 소를 제기하며 뉴욕타임스도 붉은 깃발 대열에 가세했다.

'붉은 깃발법'에도 불구하고 결국 마차와 마부는 사라졌다. 예술창작자도 마부처럼 사라질까. 그날은 아마도 인류 최후의 날일 것이다.

[캐슬린 김 미국 뉴욕주 변호사]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