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뮌헨안보회의

김병호 기자(jerome@mk.co.kr) 2024. 2. 19.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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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2월 독일 뮌헨안보회의(MSC)에 참석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미국에 대한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MSC 발언은 "소련 붕괴는 최고의 지정학적 재앙"이라는 말과 함께 푸틴의 대서방 투쟁을 예고하는 주요 근거로 간주된다.

하지만 지난 16~18일 제60회 MSC에서는 푸틴이 공격 대신 수세에 몰리며 정반대가 됐다.

하지만 푸틴이 굳이 MSC 기간에 범행을 저질러 서방의 결집을 공고하게 할 일을 벌이진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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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2월 독일 뮌헨안보회의(MSC)에 참석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미국에 대한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푸틴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확대, 체코·폴란드에 미사일방어(MD) 체제 추진을 들며 미국 군사 전략이 '일방적인 불법'이라고 했다. 특히 미국 주도 단극적 세계 질서는 근본이 비민주적이고, 이러한 일방주의가 북한과 이란 핵 개발을 촉진시켰다고 성토했다. MSC 발언은 "소련 붕괴는 최고의 지정학적 재앙"이라는 말과 함께 푸틴의 대서방 투쟁을 예고하는 주요 근거로 간주된다.

하지만 지난 16~18일 제60회 MSC에서는 푸틴이 공격 대신 수세에 몰리며 정반대가 됐다. 푸틴의 정적(政敵)이자 서방이 지지하는 알레세이 나발니가 사망하는 악재가 터졌기 때문이다. 뮌헨에 모인 주요 7개국(G7) 외무장관들은 나발니의 명복을 비는 묵념 시간을 가졌다. 푸틴 독살설을 암시하는 듯한 맹비난도 이어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푸틴은 원하기만 하면 표적이 되는 사람은 다 죽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푸틴이 굳이 MSC 기간에 범행을 저질러 서방의 결집을 공고하게 할 일을 벌이진 않았을 것이다.

1963년 설립된 MSC는 매년 2월 주요 인사들이 모여 안보 이슈를 논의하는 장이다. 안보 분야의 '다보스포럼'으로도 불린다. MSC는 반(反)나치주의자로 영화 '작전명 발키리'로 알려진 히틀러 암살 모의에도 가담했던 출판업자 에발트 하인리히 폰 클라이스트가 유럽 평화 논의를 위해 만든 회의에서 시작됐다. 처음엔 나토 회원국들만 참가했지만 소련 붕괴를 계기로 논의 대상과 참석 인사 외연이 넓어졌다.

우리나라도 외교장관들이 줄곧 참석해왔다. 2017년에는 한반도 특별세션이 처음 열렸다. 2020년에는 김선경 북한 외무성 부상이 초청됐지만 막판에 불참하면서 강경화 장관과 면담이 불발됐다. 올해 MSC 홈페이지를 보면 중국과 일본인 참석자는 각각 10명, 5명이다. 반면 우리는 한 명도 없다. 북핵 위협이 거세진 마당에 MSC 무대를 활용하지 못해 아쉽다.

[김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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