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터어워즈’ 압사 우려·분뇨 논란… 욕심만 커진 K팝 시상식들[스경X초점]

김원희 기자 2024. 2. 19.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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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주년 한터뮤직어워즈 2023’가 지난 18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진행됐다. 한터글로벌 제공



연말 가요시상식 논란의 역사 속 ‘한터뮤직어워즈’가 ‘최악의 시상식’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31주년 한터뮤직어워즈 2023’가 지난 17일과 18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개최됐다. ‘한터뮤직어워즈’는 실시간 음반 차트인 한터글로벌에서 주최하는 대중음악 시상식으로, 한터 차트의 데이터와 글로벌 투표를 바탕으로 K팝 가수들의 한 해 성과를 격려하고 축하하는 자리다. 지난 2021년 온라인으로 수상자를 발표한 데 이어 지난해 2월 진행된 ‘30주년 한터뮤직어워즈 2022’부터는 시상식부터는 오프라인으로 개최하며 본격적으로 시상식의 형태를 갖췄다.

음반 차트 노하우를 쌓아온 기간은 31년이지만, 시상식을 치렀던 역사는 짧았던 탓일까. 오프라인 시상식 개최 2년 만에 각종 문제가 발생해 오점을 남기게 됐다.

이날 시상식에는 NCT, 제로베이스원, 에스파, 에이티즈 등 인기 아이돌 그룹이 대거 참석한 만큼, 수많은 팬 또한 공연장을 메웠다. 좌석이 없이 스탠딩석으로 진행된 만큼 안전사고를 예방하는 것이 중요했으나, 주최 측의 통제 미숙으로 인해 가수들이 무대에 오를 때마다 무대 근처로 관객이 몰려 압사 사고가 우려되는 아찔한 상황들이 이어졌다. 이에 시상대에 오른 가수들은 “한 발자국씩 물러서달라” “경호원분들의 통솔을 잘 따라주면 좋겠다”고 말하는 등 안전을 당부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외에도 꼼짝하기 힘들었던 스탠딩석 상황으로 인해 웃지 못할 ‘분뇨 해프닝’이 발생했다는 후기가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퍼지기도 했다. 또 ‘욕설 논란’ 의혹이 제기된 제로베이스원의 멤버 김지웅을 향해 탈퇴를 요구하는 외침이 생중계 영상으로 송출되는가 하면 이로 인해 제로베이스원의 팬 사이 몸싸움이 벌어졌다는 글 또한 일파만파 퍼지고 있다.

지난 18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진행된 ‘31주년 한터뮤직어워즈 2023’에서 수상한 제로베이스원. 웨이크원 제공



한 시상식에서 벌어졌다고는 믿기 어려운 문제가 연속적으로 발생한 이례적인 상황에 지난해 연말부터 이어졌던 K팝 시상식의 논란들도 다시 끌어올려지고 있다. KBS ‘가요대축제’는 지난해 12월 ‘뮤직뱅크 글로벌 페스티벌’이라는 이름으로 한국이 아닌 일본에서 열려, 국내 팬들로부터 ‘공영방송의 티켓 팔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같은 달 치러진 SBS ‘가요대전’은 티켓 판매 사기로 인한 관객 피해가 속출하는가 하면, 에스파가 레드카펫에서 한 팬에게 습격당할 뻔하고 NCT U의 텐이 무대 아래로 추락하는 등 안전사고도 잇따라 논란이 됐다.

‘K팝 시상식을 해외에서 개최한다’는 모순점을 10년여 동안 팬들에게 이해 시키지 못한 채, 여러 아시아 국가를 떠돌며 치러지는 시상식 또한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코로나 팬데믹의 종식 이후 가요 시상식의 해외 개최가 폭발적으로 늘었으나, ‘현지 사정’으로 개최가 연기 및 취소되는 경우가 잦았다. ‘해외 팬들의 요청’ ‘K팝의 글로벌화’ 등이 K팝 시상식을 해외에서 개최하는 주최 측의 이유지만, 정작 해외 팬들로부터 실질적인 호응은 얻지 못했다는 평이 이어지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서는 일부 시상식에서 국내와는 달리 티켓이 고가로 판매된다는 사실을 안 현지 팬들의 취소 표가 속출했다는 소문까지 전해졌다.

이렇듯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K팝 시상식’의 남발은, K팝의 글로벌화는 커녕 국내외 팬들의 마음을 모두 잃는 위기가 될 수 있다. 글로벌화 된 K팝의 위상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욕심이 아닌 내실을 키우는 방향으로 쇄신이 필요해 보인다.

김원희 기자 kimw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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