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있던 코리아 디스카운트…중국보다 배당 적었다니까

홍순빈 기자, 김창현 기자 2024. 2. 19.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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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뜨거워진 한국, 훈풍부는 아시아증시-④
[편집자주] 한국증시가 예상보다 강한 랠리에 돌입했다. 정부가 준비중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시작되면 상장기업 저평가가 해소, 전반적인 주가레벨이 크게 상향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반영되는 모습이다. 외국인들도 한국에 뭉칫돈을 넣고 있는데, 불황을 피해 중국에서 탈출해 표류하던 자금까지 가세하는 중이다. 앞서 밸류업 프로그램을 도입한 일본에 이어 대만도 비슷한 정책을 준비하는 분위기라 아시아 전반에 훈풍이 분다.

김기백 한국투자신탁운용 매니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결, 결국 주주환원이 핵심 키(Key)다."

한국 주식시장은 '만년 저평가' 늪에 빠진 채 투자자들을 힘들게 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기업들의 일감 몰아주기, 물적분할 후 재상장, 깜깜이 공시 행태에 손사레를 치며 떠났다. 글로벌 기업 대비 낮은 주주환원율도 문제로 지적되기 일쑤였다.

이런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시장 저평가)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직접 나선다. PBR(주가순자산비율) 1배 미만인 기업들의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기업 빌류업 프로그램' 실시를 예고했다. 시장은 환호했고 그간 저PBR로 꼽혔던 금융, 지주사 등의 주가가 활활 타올랐다.

여의도의 진정한 가치투자자로 불리는 김기백 한국투자신탁운용 매니저는 정부가 밸류업 프로그램으로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방아쇠를 당겼다고 설명했다. 그는 2009년부터 현재까지 한국 자본시장에 몸담으며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실체와 부조리를 온몸으로 경험했다.

김 매니저는 "정부의 제도 미비, 징벌적인 상속·증여세, 투자자들의 주주의식 부족 등으로 지배주주와 일반주주의 이해관계가 불일치해왔다"며 "이 과정에서 낮은 주주환원이 문제가 됐고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연결됐다"고 지적했다.


중국보다 못한 배당성향…코리아 디스카운트, 해결하려면?
코스피지수는 좀처럼 PBR 1배를 넘기 힘들었다. 최근 1년간 단 이틀(2023년 6월5, 7일)을 제외한 나머지는 1배 미만에 머물렀다.

배당성향도 다른 국가에 비해 낮았다. 그의 저서인 '주주환원 시대 숨어있는 명품 우량주로 승부하라'에 따르면 2022년 주요 선진국인 영국(72%), 프랑스(54.2%), 독일(51%), 일본(47.7%)의 배당성향은 40~50% 이상인 것에 비해 한국의 배당성향은 20%로 매우 낮았다. 금융 개방이 덜 된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26%)보다도 낮았다.

김 매니저는 고질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를 뿌리째 뽑으려면 정부의 제도 개선만 가지고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투자자들의 인식과 기업 내부적인 변화가 함께 수반돼야한다고 말했다. 그래야만 기업들의 이익이 모든 주주들에게 돌아가는 제대로 된 주주환원이 일어날 수 있다고 봤다.

김 매니저는 "주주가치가 올라가려면 사회, 제도, 기업 내부적 변화 등 3가치 축이 맞물려야 한다"며 "주주환원을 통해 지배주주와 일반주주들의 이해관계가 일치되도록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연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도 단순한 거수기 역할이 아닌 기업들의 주주환원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

'걸어다니는 리서치센터'라 불릴 만큼 그는 그간 수많은 기업 관계자들을 만났다. 현장에서 한국 자본시장을 체험한 셈이다. 최근 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자신의 권리와 이익을 찾는 주주행동주의 움직임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행동주의 펀드가 주축이 됐지만 이젠 개인 투자자들도 여기에 관심을 가져야한다고 말했다.

김 매니저는 "일반 투자자들이 주주환원에 관심을 갖고 얼마나 적극적으로 필요성을 피력하는가에 따라 변화의 속도가 결정된다"며 "주식투자를 하지 않는 국민들도 국민연금, 퇴직연금 등에 가입돼 있기에 자본시장의 질적 개선이 이뤄지면 함께 수혜를 받는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했다.


주주환원 시대, 중소형 저평가 우량주 뜬다
주주환원 시대에는 자산가치가 풍부한 기업과 주주환원을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기업들이 각광받을 것이라고 김 매니저는 예측했다. 과거 그는 타 기업에 비해 수익성이 높고 지속적인 성장성을 갖췄으며 자본 구성에도 안정적인 '중소형 저평가 우량주'에 투자해 수익을 냈다.

그가 발굴한 기업들은 세계적인 기술 경쟁력을 갖추거나 경쟁우위를 확보했지만 시장이 주목하지 않았었다. 김 매니저는 소외된 틈을 타 이 기업들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고 미리 투자, 시장이 환호할 때 수익을 보는 방법으로 투자를 이어갔다

최근 저PBR주가 크게 주목받고 있는데 김 매니저는 이중에서도 옥석을 가려야한다고 조언했다. 투자자들이 직접 좋은 기업을 발굴하고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따져보는 등의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단순히 PBR이 낮은 기업에 투자하는 게 아니라 수익, 자산가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주주환원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기업들을 골라야 한다"며 "10년치 재무제표를 해석해 비즈니스 모델과 장단점을 모두 읽는 '금융노가다'를 지금도 하고 있다"고 했다.

김 매니저는 한국투자중소밸류증권자투자신탁과 같은 가치주 공모펀드와 ACE 주주환원가치주액티브 ETF(상장지수펀드) 등을 운용하고 있다. 한국 기업의 주주환원과 지배주고 변화에 관심 있는 투자자 혹은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원하는 연금 투자자를 위한 상품이다.

김기백 한국투자신탁운용 매니저/사진=한국투자신탁운용 제공


홍순빈 기자 binihong@mt.co.kr 김창현 기자 hyun15@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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