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증시 오를대로 올랐다…유럽으로 눈 돌리는 월가

장서우 2024. 2. 19.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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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톡스유럽600지수 사상 최고치 역신
S&P500 대비 저평가 정도 역대 최대
"미·중처럼 거품 없어…안전한 투자처"
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월가에서 유럽 증시가 재평가받고 있다. 일부 투자자들이 빅테크로 대표되는 ‘매그니피센트 7’의 후광에 가려 저평가돼 있던 유럽 주식들에 눈을 돌리기 시작하면서다. 일각에선 중국 시장 의존도가 높은 유럽 기업들이 중국 시장에 간접 투자하는 통로로 활용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범유럽을 대표하는 주가지수인 스톡스유럽600지수는 지난 16일(현지시간) 전일보다 3.06(0.62%) 오른 491.59달러에 장을 닫았다. 종전 최고치였던 486.25(2022년 1월 7일)를 2년여 만에 넘어서며 새 역사를 썼다.

유럽 주식이 역사적 수준으로 저평가돼 있다고 판단한 투자자들이 돈을 붓고 있다는 분석이다. 19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 우량주를 대표하는 S&P500지수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을 스톡스유럽600지수의 PER로 나눈 비율은 현재 약 0.65로, 사상 최저치다. 이 수치가 낮을수록 유럽 증시가 저평가돼 있다는 의미다.

사상 최고치 경신한 스톡스유럽600지수.

뱅크오브아메리카가 유럽 펀드매니저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향후 1년간 유럽 증시 상승을 예측한 비율은 3개월 새 50%에서 78%까지 뛰었다. 지난해 전년 대비 3% 감소한 스톡스유럽600지수 편입 기업들의 연간 수익은 올해 4.2% 증가하며 반등할 것으로 예상된다. 골드만삭스의 샤론 벨 애널리스트는 특히 공산품 제조, 건설 등 경기 민감 업종이 에너지 가격 하락과 수요 개선에 따른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했다.

유럽 주식은 미 기술주보다 과대평가 위험도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MFS자산운용의 로버트 알메이다 전략가는 “유럽 기업들은 미국보다 실적 변동성이 낮기 때문에 확실히 더 매력적”이라고 진단했다. BCA리서치의 다발 조시 수석전략가도 “미국, 중국과 달리 유럽에는 거품이 없다”며 “향후 몇 년간 장기 투자자들에게 유럽은 좋은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 중앙은행(Fed)의 금리 결정 관련 불확실성이 증폭된 상황에서 급등세를 보여 온 미 기술주들의 추가 상승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고평가 논란’도 미 증시에 대한 회의론을 부추기고 있다.

유럽에선 명품주의 상승세가 특히 두드러진다. 명품 기업 10곳을 추종하는 스톡스럭셔리10지수는 올해 들어서만 9.3% 올랐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유럽 섬유·의류 및 명품 지수는 지난 한 달간 22%의 상승률을 나타냈다.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9.2%), 에르메스(11.8%) 등 대장주들이 상승세를 주도했다.

미래 어느 시점에서의 중국 경제 회복을 기대하는 투자자들에게도 유럽 주식은 ‘훌륭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 시장에 직접 투자하는 것보다 “비교적 안전한” 투자처라는 판단에서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스톡스럭셔리10지수에 편입된 기업들은 전체 이익의 26%를 중국에서 낸다. 중국 시장의 이익 기여도가 30%를 웃도는 메르세데스-벤츠, 폭스바겐 등 유럽 자동차 업체들의 주가도 연초 대비 각각 6.9%, 14% 오르며 강한 반등세를 나타냈다.

스위스 은행그룹 롬바르드오디에의 플로리안 이아이엘포 매크로 부문 책임자는 “유럽 주식 투자는 간접적으로 중국 시장에 노출될 수 있는 비교적 안전한 방법”이라며 “많은 유럽 기업들이 중국 경기 개선에 따라 이익을 불릴 수 있지만, 이런 가능성은 아직 주가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기 순환 측면에서 중국 경기 회복을 기대한다면 유럽이 최상의 투자처”라며 “명품, 헬스케어, 자동차, 산업재 부문이 유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롬바르드오디에는 실제로 최근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유럽 주식 비중을 높였다. 프랑스 BNP파리바 역시 유럽 명품 부문에 대한 투자 의견을 ‘비중확대’(overweight)로 상향 조정했다. 중국경제는 지난해 5.2% 성장하며 수십 년 만에 최악의 성적을 냈지만, 지난달 비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50.7로, 시장 예상(50.6)을 뛰어넘어 작년 9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반등 신호가 조금씩 감지되고 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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