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탄소 기술 막대한 비용 기업, 금융동반자 잡아야

애니 히턴 리스폰서블스틸 CEO
전세계 철강 고로의 70%
2030년 재투자 시점 도래
탈탄소 기술 재투자할지
현상 유지할지 결정해야
공급망 투명성 압력 커질것

―올해가 철강 산업 탈탄소화에서 중요한 이유가 무엇인가.

▷지난해 11월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열린 유엔 당사국총회(COP28)에서 철강 탈탄소화에 큰 진전이 있었던 점이 중요하다. 두바이에서 '철강 기준 원칙'이 수립된 것이 대표적이다. 이 원칙은 철강 산업이 배출하는 전 세계 온실가스의 최소 90%를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 이 원칙은 세계무역기구(WTO)·국제에너지기구·유엔산업개발기구 등의 지지를 얻었다. 2030년까지 전 세계 고로의 70% 이상에 재투자 시점이 도래한다는 점도 시급함을 더한다. 탄소중립 전환을 위한 기술에 재투자가 이뤄질지, 현상을 유지하는 데 쓰일지 빠르게 결정이 내려져야 한다.

―철강 기준 원칙을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달라.

▷WTO에 따르면 철강 기준 원칙은 우선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일관된 방법론을 수립하는 것을 우선시한다. 철강 산업을 탈탄소화하는 일은 그러지 않아도 어려운데, 그간 단일화된 방법론이 없고 무역정책도 파편화돼 상황을 더 복잡하게 만들었다는 데 여러 국제기구가 동의했다. 철강을 만드는 방식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고 탄소 배출량을 측정하는 방식도 통일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철강 기준 원칙은 이런 상황에서 일관된 기준을 만들기 위한 초석을 다졌다는 데 의미가 있다.

―한국 철강 기업들의 탈탄소화는 어떻게 평가하나.

▷한국은 세계적인 수준의 철강 회사들을 보유하고 있다. 그만큼 탈탄소 기술과 공급망 확보에 유리하지만 동시에 국제사회는 한국 기업들이 표준화된 기준에 따라 일관되게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할 것으로 기대한다. 포스코 같은 기업은 10년 전부터 탄소 리포트를 발표하는 등 선도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2022년에는 포스코의 포항과 광양 제철소가 동아시아 최초로 리스폰서블스틸의 인증을 받기도 했다. 현대제철도 인증 초기 단계에 있다.

한국의 경쟁력 있는 철강 기업이 이러한 행보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앞으로 탈탄소 인증을 받은 철강을 판매해야 할 것으로 예상한다. 또 국제사회에서 공급망의 투명성도 갖추기를 요구받을 것이다.

―리스폰서블스틸의 인증을 거친 기업은 어떤 곳인가.

▷총 세 단계의 평가를 거친 기업이다. 우선 기업들은 리스폰서블스틸 국제 표준에 따라 자체 평가를 실시한다. 준비가 되면 해당 기업은 리스폰서블스틸의 공인 인증 기관 중 한 곳을 지정해 현장 문서, 데이터 기록 등을 검증받는 초기 감사를 받는다. 이후에는 감사관이 현장에 방문해 현장 관리자, 근로자 및 외부 이해관계자와 인터뷰를 진행한다. 이때 리스폰서블스틸은 3명의 독립적인 전문가로 구성된 보증 패널을 임명해 감사와 감사 보고서가 우리의 요구 사항을 충족했는지 확인한다.

―이 인증이 다른 친환경 인증과 차별화되는 점은 무엇인가.

▷온실가스 배출은 리스폰서블스틸 인증의 13가지 원칙 중 하나에 불과하다. 나머지 12가지에는 오염, 생물 다양성, 물 관리 같은 주요 환경문제뿐만 아니라 노동·인권 같은 사회 원칙도 포함된다. 철강의 탄소 배출을 줄이면서 동시에 산업에 영향을 받는 수백만 명의 노동자, 현지 커뮤니티 및 생태계도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다. 독립성과 투명성에서도 다른 인증 기준과 차별점이 있다. WTO 등 국제기구의 가이드라인을 따라 만들어진 기준이기 때문이다.

―탈탄소화 기술에는 금융과 투자도 큰 역할을 한다. 인증이 이 지점에서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철강 업체들은 막대한 자금이 드는 탈탄소화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여러 재무적 수단을 고려해야 한다. 투자자들은 해당 프로젝트가 믿을 수 있는 기준을 따랐는지 알고 싶어한다. 이때 믿을 수 있는 기관에서 받은 인증은 투자자에게 신뢰감을 줘 자금 조달 비용을 줄일 수 있다.

[강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