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의대생 대출까지 막는다’ 댓글·커뮤니티 덮친 가짜 정보, 갈등 키운다

허지윤 기자 2024. 2. 19.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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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과기부 등 “가짜 뉴스”
‘온라인 선동’에 의사·환자 갈등 심화 우려
18일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뉴스1

정부의 의대 정원 2000명 확대 발표 이후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집단 행동이 가시화하면서 의정 간 갈등은 물론 일반인과 의사들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온라인에서는 기사 댓글을 비롯해 각종 커뮤니티, 직업별 게시판을 통해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소문들이 빠르게 퍼지면서 갈등을 키우는 불쏘시개 역할을 하고 있다.

19일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주요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의사불법행동 부처별 대응 방안’이라는 내용을 담은 정보지, 이른바 ‘지라시’가 확산되고 있다.

정부 방침에 반발하고 있는 의료계에 정부가 대응하기 위해 각 부처별로 대응책을 마련해 추진 중이라는 내용으로, ‘의사 불법 행동과 관련한 검찰·경찰, 금융당국, 법무부, 법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주무 부처별 추진·검토 사항’이 담겨있다.

그 중 하나가 ‘금융 당국이 의사, 의대생 대상 신용대출 실태 감독·조사를 추진하고, ‘기한이익상실’을 적극적으로 요구한다’는 내용이었다. 기한이익상실이란 채권자가 채무자의 신용위험이 커졌다고 판단하면 대출만기 이전에라도 남은 채무를 일시에 회수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하지만 해당 관련 부처와 관계자들에게 확인한 결과 이는 사실이 아니다. 금융위원회 은행과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듣지도 보지도 못한 얘기”라고 답했다.

이 정보지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진료를 거부하는 병·의원을 ‘착한병원포털’에 연계해 안내하는 방안을 추진해 대응한다’는 내용도 담겼는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역시 “가짜 뉴스”라고 답했다.

소수가 쓴 극단적이고 확인되지 않은 내용의 글이 의사 커뮤니티와 일반인 커뮤니티로 빠르게 유통되면서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는 우려와 지적이 나온다.

실제 온라인상에서 불명확한 소문을 근거로 사직을 선동하는 일부 의사들과 의사 직군에 대한 혐오성 발언을 담은 글들이 잇따라 유통되고 있다.

한 익명의 작성자는 지난 17일 “의사들을 대상으로 한 경찰의 소환 조사가 임박했다”며 “18일에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업무 개시 명령을 발표한다고 하니 그 전에 빨리 사직서를 내야 불이익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작성자는 “사직서를 내는 전공의들에 대해서 형법 87조에 따라 내란죄를 적용할 수 있다더라”며 “휴학만 해도 내란죄가 적용된다는데, 업무 개시 명령 후에 사직서를 내면 바로 면허가 박탈되고 구속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지난 18일 담화는 윤 대통령이 아닌 한덕수 국무총리가 진행했고, 정부는 이날 업무 개시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 경찰이 전공의들을 소환 조사하겠다는 것 역시 확인되지 않은 정보였다.

일러스트=이은현

20~30대가 주로 가입된 온라인 카페와 유튜브에서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이 의료 민영화를 추진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게시물도 여럿 있다.

한 유튜브 이용자는 영상물에서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추진은 의료 민영화 수용의 명분을 얻기 위한 과정”이라며 “건강보험 재정의 고갈의 끝에서 민영화로 넘어가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의사 커뮤니티에는 “정부가 의대 정원을 확대하는 건 소위 ‘높으신 분’들이 자기 자녀를 꽂아주기 위해 만들었다는 의혹이 강하다”는 글도 올라왔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차관의 딸이 고등학교 3학년인데 박 차관과 같은 고위 공무원이 자녀를 의대에 보내기 위해 정원을 늘린다는 취지였다. 박 차관과 딸을 향한 원색적인 비난 댓글도 달렸다. 이에 박 차관은 언론 브리핑에서 “딸은 고등학교 국제반으로, 해외 유학을 준비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환자들이 이용하는 커뮤니티에는 의사에 대한 혐오를 부추기는 글도 쏟아지고 있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의사들이 작성했다는 출처 불명의 글이 올라왔는데, 의사 관련 협회가 환자를 ‘개돼지’로 규정하며 “절대 혼자 죽지 않고 반드시 복수한다”는 글을 돌렸다는 것이다.

‘의사들이 무고한 사람이 죽든 말든 신경 안 쓴다는 발언을 단체 카톡방에 올렸다’, ‘의사들이 환자를 가장해 댓글 공작을 하고 있다’는 등의 글도 잇따르는데 모두 확인되지 않은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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