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동상이몽?...7조원 팔아치운 개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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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기대감에 국내 증시가 반등하고 있지만 정작 개인 투자자들은 빠르게 이탈하고 있다.
정부가 '국내 증시 저평가를 해소하기 위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도입하겠다'고 밝힌 이후 개인과 외국인, 기관이 반대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를 앞두고 '저PBR주'가 테마 양상으로 과열되면서 장기 상승 기대감보다 단기 급등 후 조정 가능성에 무게를 둔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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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개인은 코스피시장에서 7조7515억원어치를 팔았다. 지난달엔 4조5914억원어치를 사들였지만 한 달 만에 분위기가 급변했다. 거래일로 따지면 보름이 채 되지 않아 8조원 가까이 순매도했다.
반면, 같은 기간 외국인과 기관은 국내 주식을 대거 순매수하며 지수 상승을 뒷받침했다. 이 기간 코스피에서 각각 6조7079억원, 1조1560억원의 매수 우위를 나타냈다. 정부가 '국내 증시 저평가를 해소하기 위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도입하겠다'고 밝힌 이후 개인과 외국인, 기관이 반대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특히 개인은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아 주목받은 종목들을 집중 매도하며 차익 실현에 나서고 있다. 이달 들어 코스피시장에서 개인이 가장 많이 판 종목은 현대차로 순매도 금액이 1조9625억원에 달했다. 삼성물산(-4838억원), SK하이닉스(-4483억원), 기아(-3619억원), KB금융(-2354억원) 등도 상위권을 차지했다.
이들 종목은 최근 '저PBR' 열풍을 타고 주가가 크게 올랐다. 대표적으로 현대차는 이달 들어 19만4600원에서 25만2500원으로 29.75% 상승했다. 이 밖에 삼성물산(23.48%), 기아(14.92%), KB금융(21.55%) 등도 가파른 오름세를 기록했다.
연초 부진을 겪던 국내 증시가 상승세를 타자 개인은 발빠르게 손을 터는 모습이다. 대신, 해외 증시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이달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주식 순매수액은 10억1382만달러(16일 기준)로 나타났다. 지난달 전체 순매수 금액(7억2979만달러)을 보름 만에 뛰어넘은 셈이다. 같은 기간 일본주식도 2759만달러어치 사들이며 매수세를 이어가고 있다.
정부가 국내 증시 저평가를 해소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지만 정작 개인은 국내 증시를 떠나는 분위기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를 앞두고 '저PBR주'가 테마 양상으로 과열되면서 장기 상승 기대감보다 단기 급등 후 조정 가능성에 무게를 둔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오는 26일 발표될 밸류업 프로그램의 세부 내용이 시장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면 지수 급락 등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개인의 순매도 가속화는 물론 최근 대거 유입된 외국인 투자자금도 재차 유출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이남우 회장은 "이번 발표에서 시장이 기대하는 내용이 나오지 않으면 역효과가 날 수 있다"며 "특히 외국인들이 실망해서 많은 매물을 쏟아낼 수 있다"고 짚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제대로 시행하지 않으면 일본 같은 효과는커녕 저PBR 테마주 같은 테마 양상만 나타날 수 있다"며 "기존 테마주들처럼 급등했다가 버블이 꺼지는 현상만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zoom@fnnews.com 이주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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