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칼럼] 글로벌 AI 반도체 경쟁, 조연에 만족해선 안된다

황민규 기자 2024. 2. 19.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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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부터 세계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에서 대규모 투자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중동의 '오일머니'를 끌어와 엔비디아가 지배하고 있는 그래픽처리장치(GPU) 시장의 반도체 생태계에 새로운 청사진을 제시했다.

지금의 AI 투자 광풍은 아직 '무주공산'인 AI 반도체 시장의 헤게모니 다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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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부터 세계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에서 대규모 투자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중동의 ‘오일머니’를 끌어와 엔비디아가 지배하고 있는 그래픽처리장치(GPU) 시장의 반도체 생태계에 새로운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에 대항해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도 AI에 필수인 고성능 반도체 공급을 위해 1000억달러(약 133조2100억원) 규모의 반도체 펀드 조성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프트뱅크가 지분 90%를 보유하고 있는 반도체 설계회사 ARM을 중심으로 최강의 AI 반도체 기업을 만들겠다는 포석이다.

여기에 오픈AI와 앤트로픽의 경쟁상대로 꼽히는 캐나다 AI 스타트업 코히어도 최대 10억달러 투자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아마존은 일본에 향후 4년간 152억달러(약 20조원)를 투자해 클라우드 인프라를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앞서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도 영국에 각각 10억달러(약 1조3000억달러), 25억파운드(약 4조2000억원)를 들여 데이터센터를 건설하기로 했다.

이처럼 지금 AI 반도체 시장의 거대한 파도를 주도하고 있는 건 전통적인 종합반도체회사(IDM)가 아닌 팹리스, 설계자산(IP), 플랫폼 기업들이다. 이 기업들이 반도체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통해 새로운 반도체 시장을 창출하는 형국이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AI 시장 재편 속에 올해 주요 업체들의 합종연횡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특히 오픈AI 등 반도체 후방 시장 업체들의 전방 시장 진출을 위한 연합전선 구축이 두드러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로 대표되는 메모리 반도체 중심의 한국 반도체 업계는 엔비디아나 AMD 등 대형 팹리스에 제공하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제품 정도로 생태계에 참여하고 있다.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하고 있긴 하지만, 시장 리더 역할보다는 보조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조연’이다. 이 또한 미국 마이크론이 본격적으로 AI 메모리 시장에 참여할 경우 AI 시장에서 차지하고 있는 한국산 메모리의 입지는 지금처럼 공고하지 못할 것이다.

반도체 시장이 격동의 시기에 접어들었는 데도 국내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는 수년째 이렇다 할 메시지 없이 침묵을 지키고 있다. AI 기술 확보를 위해 매년 인수합병(M&A)에 막대한 투자를 단행하는 인텔이나 엔비디아 등에 비하면 시장 선점을 위한 골든타임을 조용히 보내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22년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출신의 반도체 투자 전문가 마코 치사리 삼성반도체혁신센터장을 영입할 때만 해도 본격적인 M&A에 나설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후로 단 1건의 M&A도 없었다.

삼성 내부적으로는 도전적인 의사결정에 나서고, 이를 책임질만한 리더가 부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도체 시장의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는 여전히 2010년대까지 이어져 온 범용 메모리 기업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보수적인 문화에 갇혀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총수인 이재용 회장이 8년째 사법 리스크에 발목이 잡혀 왔다는 것이 늘 원인으로 지목되지만, 이 회장 한 사람의 결정 없이 도전적 투자를 단행할 수 없는 그 시스템 역시 심각한 문제다.

지금의 AI 투자 광풍은 아직 ‘무주공산’인 AI 반도체 시장의 헤게모니 다툼이기도 하다. 역사적으로 우리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은 CPU, GPU 기업들이 주도해 온 반도체 혁신에서 늘 조연 역할이었다. 메모리 기업들도 새로운 시대에서 시장 주도적인 입지를 차지하려면,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인 시장 가담이 필요하다. 말로만 ‘과감한 도전’ ‘적극적인 투자’를 외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청사진과 행동이 필요한 때다.

[황민규 전자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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