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4개 계열사 초기업 노조 출범…“오롯이 근로자 이익에 집중”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한국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삼성그룹 초기업 노동조합 출범식’에서 노조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 4개 계열사 노동조합을 아우르는 통합 노동조합인 삼성그룹 초기업 노동조합이 출범했다.

삼성전자 디엑스(DX) 노조와 삼성화재 리본노조, 삼성디스플레이 열린노조,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생노조 등 4개 노조 대표들은 19일 서울 서초구 한국컨퍼런스센터에서 ‘삼성그룹 초기업 노동조합 출범식’을 열었다. 최근 출범한 삼성전기 존중노조는 규약 변경을 마치고 오는 5월께 합류할 예정이다. 초기업 노조 조합원 수는 삼성전기를 포함해 1만7900명가량이다.

노조는 출범 선언문에서 “그룹 또는 사업지원티에프(TF)라는 이름으로 각 계열사의 업황, 인력 구조, 사업 이익과 별개로 획일적으로 통제받는 지금의 불합리한 노사관계에서 탈피하고자 한다”며 “개별 계열사 노사 관계의 자주성을 확립하고 동등한 관계 하의 유연한 노사 교섭을 통해 각사 실정에 맞는 임금, 복지, 근로조건 수립을 목적으로 한다”고 밝혔다.

삼성 계열사 노조들이 연대하는 경우는 있었으나, 연대 형태가 아닌 통합 노조를 설립한 건 처음이다. 현재 한국노총 산하에 삼성전자서비스노조 등 삼성 계열사 11곳이 참여하는 삼성그룹노동조합연대가 활동 중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5개의 노조가 활동 중인데, 대표 교섭권은 한국노총 산하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이 갖고 있다. 이번에 초기업 노조에 가입한 디엑스(모바일·가전) 노조는 지난해 1월 출범한 다섯번째 노조로 전삼노에 이어 두 번째로 조합원 수가 많다. 초기업 노조에 가입한 곳들은 양대 노총 가입을 반대하는 이른바 ‘엠제트(MZ) 세대’가 주류인 곳들이다.

초기업 노조의 교섭권과 관련해 홍광흠 초기업 노조 총위원장은 “삼성의 임금협상은 임금인상률에 계열사 실정이 반영되지 않고 가이드라인의 통제를 받아왔다”며 “공식적으로 공동 요구안을 만들 생각은 없지만, 그룹 가이드라인에서 벗어나 차별적으로 교섭을 진행하자는 것이 요구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초기업 노조는 정치 성향을 배제하고 상급 단체를 두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들은 “과거의 정치적·폭력적 노동문화에서 탈피해 합법적이고 합리적인 노동문화 실현을 꿈꾸며, 철저히 정치색을 배제하고 오롯이 삼성 근로자의 경제적 이익, 삶과 업의 균형, 건강한 근로조건 수립에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다른 계열사에서 상급 단체에 가입하지 않은 노조, 노조가 없는 계열사의 노사협의회와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며 가입 노조를 확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최근 삼성디스플레이와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는 임금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 조정을 신청하기로 했다. 삼성디스플레이 열린노조 위원장인 유하람 초기업 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초기업 노조 차원에서 함께 단체행동을 하는 등 지원이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회승 기자 honest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