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태영건설 마곡 채권단, 9.5% 금리 인하 거절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서울 마곡 복합시설 '원웨스트서울' 시행사인 '마곡CP4 PFV' 등이 대주단에 PF 대출 금리 인하를 요구했지만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곡CP4는 서울 지하철 5호선 마곡역 인근 마이스(MICE) 복합단지 특별계획구역인 CP4블록에 지하 7층~지상 11층 연면적 약 46만㎡ 규모의 업무·판매시설을 짓는 사업이다. PF 대출 규모만 1조6000억원에 달한다. 태영건설의 PF 사업장 가운데 최대 규모다.
지난달 해당 사업의 시행사 마곡CP4 PFV는 55개 금융회사로 구성된 대주단과의 회의를 통해 3700억원 상당의 추가 자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재 남은 PF 대출 잔액 약 2000억원으론 남은 공사를 모두 진행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마곡CP4 PFV는 IRDV(45.2%) 태영건설(29.9%) 이지스자산운용(19.9%) 메리츠증권(5.0%) 등이 출자해 세운 회사로 시행법인 겸 차주 역할을 한다. 태영건설은 시공뿐 아니라에 지분 투자자로 마곡CP4 사업에 참여했다.
대주단은 교보생명(3000억원) 신한은행(2400억원) IBK기업은행(2000억원) 등 50여개 금융회사로 구성돼 있다. 주채권은행은 신한은행이다. 신한은행은 지난주 IRDV와 태영건설, 이지스자산운용에 공문을 보내 최소 연 9.5%(수수료 1.0% 포함)의 금리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유동성 위기를 겪은 시공능력 10대 건설업체는 시중은행들을 통해 12%대 금리로 신규 자금조달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시행사 측은 태영건설의 자금난으로 워크아웃을 신청한 상황에 이 같은 고금리는 과도하다는 의견을 전달했으나 대주단이 거절 의사를 표시했다고 밝혔다. 사업단 관계자는 "해당 사업장의 기존 대출 금리가 3~6%대인 점을 고려해 대주단의 요구가 지나치다는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태영건설은 채무 조건 완화·조정 등을 통해 기업 회생을 도모하는 워크아웃의 취지와 대주단의 요청이 상반된다는 입장이다. 마곡CP4 대주단과 금리 인하에 대한 협의를 지속해서 진행할 방침이다.
KDB산업은행 등 태영건설 채권단이 하도급업체의 유동성 해결을 위해 지원을 고려한 총 4000억원의 신규 자금 금리는 4.6%로 설정된 상태다. 지원 여부는 오는 23일 금융채권자협의회에서 결정된다.
마곡CP4 현장 대주단과 태영건설은 공정률 70% 시점부터 시공사 자체 자금으로 공사를 진행해 준공 후 잔금을 치르는 방식으로 계약했다. 하지만 공정률이 80%선을 넘어선 현재 태영건설이 자금을 투입할 수 없게 됨에 따라 공사 중단을 막기 위해 대주단의 추가 출자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기존 PF 대출금액이 1조5000억원임을 고려할 때 대주단이 평균 26%에 가까운 추가 출자를 진행해야 한다. 추가 출자가 어려운 펀드나 지역 단위 신협도 투자에 참여해 여신 비율이 큰 교보생명이나 신한은행의 부담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공사를 진행하는 데 필요한 3700억원이 추가로 마련되지 않으면 태영건설은 1조8500억원가량의 채무이행금액을 떠안게 된다. 이렇게 되면 워크아웃은 즉각 중지되고 법정관리에 돌입해 재기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워크아웃과 법정관리는 채무조정과 구조조정이 동시에 이뤄진다는 점에서 유사하지만 워크아웃은 부실 기업이, 법정관리는 법원이 기업회생절차를 밟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법정관리가 개시되면 회사의 모든 수주 계약이 해지되고 채무는 동결된다. 법원 판단 하에 경영자가 교체될 수 있다. 평균 3~4년이 소요되는 워크아웃과 달리 법정관리 기업이 정상화되는 데는 10년 안팎이 소요될 수 있다.
정영희 기자 chulsoofrien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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