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칼럼] 올해 높아진 채권 금리를 바라보는 시각

2024. 2. 19.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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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호 우리은행 투자상품전략부
 

 올해 들어 글로벌 채권시장의 약세 흐름 지속

2024년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이 시작될 것이라는 믿음이 무색하게 채권 시장은 올해 들어 약세 흐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국 2년물과 10년물 금리가 모두 연초대비 40bp 정도 올랐고, 독일과 한국 등 주요 국가들의 10년물 금리도 대부분 연초대비 30bp 내외로 금리가 올라버린 상황이다. 그래도 “올해는 어쨌건 인플레이션은 안정되고 기준금리는 결국 내려갈 것이다”라는 큰 흐름에 베팅하던 대기 매수도 점점 조심스러워지는 모습을 보이며 채권 금리 상단이 슬금슬금 올라가는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밀리면 사자”는 목소리가 약해지는 현상은 작년말 채권시장의 지나친 강세 흐름에 대한 기술적 되돌림만으로 해석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 미국 채권 시장에서 금리를 밀어올리는 저변(底邊)을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채권 금리를 결정하는 요인은 대부분 거시경제적 요인이다. 그 중에서 가장 절대적인 요인은 모두가 알고 있는 인플레이션이지만, 문제는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너무나 많다는 것이다. 특히 인플레이션은 성장성에서 파생되는 함수이기도 한데, 일반적으로 성장성이 약해지면 인플레이션 압력이 완화되고 금리는 함께 내려오는 패턴을 보인다. 이런 로직에서 최근의 상황을 살펴보자. 작년 미국 경제는 연간 3.1% 성장했다. 올해는 블룸버그 컨센서스를 기준으로 작년보다는 약한 1.6%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시장의 메인 시나리오이다. 그렇게 본다면 미국 경기는 방향성 측면에서 둔화되는게 맞다. 1월 미국 소비자물가가 보여준 바와 같이 인플레이션도 시장의 기대만큼 빠르게 내려오고 있지는 않으나 방향성 측면에서 아래쪽을 향해가고 있다. 그렇다면 채권 금리도 같이 내려가는게 합리적인데, 불편하게도 올해 채권 금리는 앞에서 얘기한 것처럼 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 상향 조정 흐름과 앞서 나간 채권 시장의 되돌림

여기에는 경기와 금리가 꺾이는 속도에 대한 인식 차이가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앞서 2024년 미국의 경제성장률 예상치 컨센서스가 1.6%라고 얘기했는데, 이 수치가 처음부터 1.6% 중반으로 수렴된 것은 아니다. 불과 두달전인 작년 말까지만 하더라도 2024년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 컨센서스는 1.0%에 불과했다. 심지어 더욱 비관적인 기관에서는 1% 이하로 전망하는 하우스들도 있었다. 즉 그 당시에는, 2023년 3.1% 성장했던 속도 비하면 2024년 미국 경제는 비교적 빠르게 경기가 꺾일 것이라고 보는게 시장의 시각이었다. 경기가 하강하는 속도가 가파른 만큼 연준은 그에 대응하기 위해 금리를 빠르게 인하할 것이라고 보았고, 그래서 채권시장은 2024년 기준금리 인하가 5~6회(125~150bp) 정도 진행될 것으로 보고 대응한 결과가 작년말 나타났던 채권시장의 랠리라고 볼 수 있겠다.

하지만 올해 두달여 남짓 흘러간 지금, 미국의 고용시장은 “예상보다” 강했고, 인플레이션은 “예상보다” 빠르게 내려오지 않았다. 시장의 예상에서 엇나간 경기 지표들로 인해 시장의 예상치는 빠르게 재조정되기 시작했고, 그 결과로 나타난 현상이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1.6%까지 올라간 것으로 볼 수 있다. 성장성이 상향 조정되었으니 금리인하 속도에 대한 기대도 조정되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래서 작년말 5~6회(125~150bp)에 달하던 시장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는, 이제 3~4회(75~100bp)까지 줄어들면서 채권 시장 금리도 함께 올라간 것으로 볼 수 있다. 결국 올해 나타난 채권시장의 약세 흐름의 저변에는 “미국 경제가 그렇게 나쁘지는 않다”라는 관점이 힘을 얻었기 때문이다.

 경기가 예상만큼 나쁘지 않을 경우, 투자자들의 셈법

일상적인 생활에서 “경기가 예상만큼 나쁘지 않다”라는 뉴스 타이틀만 놓고 본다면 그리 불편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금융시장 참여자들의 입장에서는 셈법이 다소 복잡해질 수 있다. 먼저 주식 투자자 입장에서는 경기가 예상만큼 나쁜건 아니니, 기업이익 개선에 대한 기대를 다시 걸어볼 수 있겠다. 작년말부터 나타난 글로벌 주식시장의 랠리가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주가 할인률 하락) 네러티브에 기댄 현상이었기 때문에, 추가적인 주가 상승이 이어지기 위해서는 기업이익과 같은 성장성 지표들의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면에서 올해 기준금리 인하 속도가 완만해진다고 하더라도, 그 이면에는 “경기가 예상보다 안정적”이라는 점이 내포되어 있는 것이기 때문에 주식 투자를 굳이 나쁘게 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채권 투자자들은 경계감을 좀 더 높이고 듀레이션(duration) 관리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채권 가격을 결정하는 요인은 주식과는 다르게 이익 전망치와 같은 미래 변수가 반영되지 않는다. 발행되는 순간 미래 가격이 정해져있는 채권을 현재 가격으로 환산하는 할인율은 오직 시장금리와 인플레이션의 함수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이연되면서 속도마저 완만해진다면, 그 이면에 내포되어 있는 “경기가 예상보다 안정적”이라는 점은 채권 투자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특히 연준이 주시하는 근원(core PCE) 물가 상승률의 부문별 기여도(contribution decomposition)를 살펴보면, 최근까지도 경기(cyclical) 물가의 기여도가 비경기(Acyclical) 물가의 기여도보다 높고, 경기 물가의 하방경직화도 나타나고 있다.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 기본적으로 총수요 관리 정책의 일환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기준금리 인상으로 유도했던 바가 비경기 물가를 꺾는 것이 목표였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연준 위원들이 올해 들어 재차 강조하고 있는 “신중한 금리인하”, “금리인하를 서두르지 않겠다”와 같은 발언들이 단순한 수사(rhetoric)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을 열어놓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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