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방지 해법 될까? 다시 등장한 '에스크로'... 도입 가능성은

정혜윤 기자 2024. 2. 19. 16:0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전세사기 방지 해법으로 에스크로(Escrow·결제대금예치) 카드를 다시 꺼내 들었다. 하지만 에스크로의 광범위한 도입은 전세 제도 자체를 무력화하는 등 주택 시장에 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 부분적 도입 등 단계적인 추진을 고려해야 한단 목소리가 나온다.

19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지난 18일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전세보증금 사기 문제와 관련 "에스크로 제도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이사하는 날 집주인이 바로 받아서 자기도 이 값을 써야 하는 게 시중의 관행이라 보편적으로 광범위하게 적용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에스크로를 도입하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또 "전세를 새로 얻을 때 공인중개사가 채권 관계, 전세사기 가능성 등에 대해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하는 등 의무를 강화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스크로는 중립적 제3자가 부동산거래와 관련된 재산·서류 일체를 거래 대상 부동산의 소유권 이전 시까지 관리하는 서비스다. 제3자가 부동산 거래와 관련된 대금과 권리를 담보하다 계약조건이 충실하게 이행되면 매매대금은 매도인에게, 소유권은 매수인에게 이전시켜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원희룡 전 장관 "검토 안 해" 선 그었지만... 박상우 장관 "긍정적 검토"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사진=임한별(머니S)

박 장관의 한마디에 국토부는 서둘러 검토에 나섰다. 지난해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 시절에도 에스크로 도입 관련 논의가 오간 적 있었는데 시장에서 전세제도 폐지, 무용론 등으로 받아들이면서 논란이 커졌다. 결국 원 전 장관은 "검토한 적 없다"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그런데 1년도 채 안 된 시점에서 박 장관이 다시 다른 입장을 꺼내 들었다. 국토부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으로 (에스크로 도입 검토에) 착수한 건 아니다. 임대차 제도 관련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다 검토해보겠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국토부 내부에서는 에스크로를 전체적으로 도입하는 것에 대해서는 아직 부정적인 입장이다. 또 다른 국토부 관계자는 "에스크로라는 장치가 안전성은 담보되지만, (전세)거래는 다 연쇄적으로 맞물려 있어 돈의 흐름을 막을 수 있는 상황이다. 거래의 순환, 지속성 등의 부분 등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2001년 공인중개사법(당시 부동산중개업법) 개정을 통해 부동산 에스크로 제도를 도입했다. 법상에서 개업공인중개사가 계약금·중도금 또는 잔금을 금융기관·신탁회사 등에 예치하도록 거래당사자에게 권고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이후 에스크로 활용 상품이 시범적으로 등장하긴 했지만, 권고사항이라 활용도가 낮았고 수익성 저하 등을 이유로 모두 중단됐다.

에스크로 제도는 전세 세입자의 전세금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고 집주인의 갭투자 등을 막을 수 있어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부동산거래와 관련한 대금의 지불과 양도증서의 등기가 동시에 이뤄질 수 있도록 해 거래 과정에서 불안정한 상태로 유지되는 매도인·매수인 양측의 법적 지위를 보호한다.

또 권리관계에 대한 조사를 통해 하자나 부담으로부터 발생하는 위험을 소유권 이전 등기 전에 제거해 중개 사고의 위험을 미연에 방지하는 기능을 갖는다. 부동산거래 투명성이 높아지고 양도소득세, 취득세와 등록세 등 세원 누수를 방지하는 효과도 있다.
에스크로 도입 필요... 위험한 부분부터 추진해야
하지만 에스크로를 현 상황에서 바로 도입할 경우 시장의 큰 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 부분적 도입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전세를 놓으려는 사람이나 들어가려는 사람이나 자기 자금을 충분히 가진 경우가 드물기 때문이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학과 교수는 "전반적으로 도입하면 전세시장 자체를 무력화할 수 있지만 세입자 보호, 사기 예방 측면에서 효과가 있기 때문에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가령 빌라나 다세대 주택 등을 10채 이상 보유한 임대인한테 적용한다거나 전세보증금이 매매가 대비 80% 이상 되는 경우 30% 정도를 HUG(주택도시보증공사)나 HF(한국주택금융공사) 에스크로 계좌에 넣어 보관하고 나머지 금액만 집주인에게 주는 것이다.

김 교수는 "작년과 재작년 주택 착공이 많이 줄었고, 빌라나 다세대는 위험하다는 인식 때문에 아파트 전세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며 "전세가가 뛰고 전세 사기도 많이 나타날 수 있어 에스크로 계좌를 통해 세입자를 안심시키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혜윤 기자 hyeyoon12@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