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방지 해법 될까? 다시 등장한 '에스크로'... 도입 가능성은
정부가 전세사기 방지 해법으로 에스크로(Escrow·결제대금예치) 카드를 다시 꺼내 들었다. 하지만 에스크로의 광범위한 도입은 전세 제도 자체를 무력화하는 등 주택 시장에 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 부분적 도입 등 단계적인 추진을 고려해야 한단 목소리가 나온다.
19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지난 18일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전세보증금 사기 문제와 관련 "에스크로 제도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이사하는 날 집주인이 바로 받아서 자기도 이 값을 써야 하는 게 시중의 관행이라 보편적으로 광범위하게 적용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에스크로를 도입하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또 "전세를 새로 얻을 때 공인중개사가 채권 관계, 전세사기 가능성 등에 대해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하는 등 의무를 강화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장관의 한마디에 국토부는 서둘러 검토에 나섰다. 지난해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 시절에도 에스크로 도입 관련 논의가 오간 적 있었는데 시장에서 전세제도 폐지, 무용론 등으로 받아들이면서 논란이 커졌다. 결국 원 전 장관은 "검토한 적 없다"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그런데 1년도 채 안 된 시점에서 박 장관이 다시 다른 입장을 꺼내 들었다. 국토부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으로 (에스크로 도입 검토에) 착수한 건 아니다. 임대차 제도 관련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다 검토해보겠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국토부 내부에서는 에스크로를 전체적으로 도입하는 것에 대해서는 아직 부정적인 입장이다. 또 다른 국토부 관계자는 "에스크로라는 장치가 안전성은 담보되지만, (전세)거래는 다 연쇄적으로 맞물려 있어 돈의 흐름을 막을 수 있는 상황이다. 거래의 순환, 지속성 등의 부분 등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2001년 공인중개사법(당시 부동산중개업법) 개정을 통해 부동산 에스크로 제도를 도입했다. 법상에서 개업공인중개사가 계약금·중도금 또는 잔금을 금융기관·신탁회사 등에 예치하도록 거래당사자에게 권고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이후 에스크로 활용 상품이 시범적으로 등장하긴 했지만, 권고사항이라 활용도가 낮았고 수익성 저하 등을 이유로 모두 중단됐다.
에스크로 제도는 전세 세입자의 전세금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고 집주인의 갭투자 등을 막을 수 있어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부동산거래와 관련한 대금의 지불과 양도증서의 등기가 동시에 이뤄질 수 있도록 해 거래 과정에서 불안정한 상태로 유지되는 매도인·매수인 양측의 법적 지위를 보호한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학과 교수는 "전반적으로 도입하면 전세시장 자체를 무력화할 수 있지만 세입자 보호, 사기 예방 측면에서 효과가 있기 때문에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가령 빌라나 다세대 주택 등을 10채 이상 보유한 임대인한테 적용한다거나 전세보증금이 매매가 대비 80% 이상 되는 경우 30% 정도를 HUG(주택도시보증공사)나 HF(한국주택금융공사) 에스크로 계좌에 넣어 보관하고 나머지 금액만 집주인에게 주는 것이다.
김 교수는 "작년과 재작년 주택 착공이 많이 줄었고, 빌라나 다세대는 위험하다는 인식 때문에 아파트 전세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며 "전세가가 뛰고 전세 사기도 많이 나타날 수 있어 에스크로 계좌를 통해 세입자를 안심시키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혜윤 기자 hyeyoon1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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