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혜권의 에듀포인트]〈31〉의사 우대가 아닌, 이공계 우대 정책 시급하다

2024. 2. 19.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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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와 디스플레이융합공학과, 고려대 차세대통신학과와 스마트모빌리티학부, 반도체공학과.

모두 국내 대기업 취업이 보장되는 계약학과다.

연세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는 92.0%, 디스플레이융합공학과는 42.9%, 고려대 차세대통신학과는 70.0%, 스마트모빌리티학과는 65.0%, 반도체공학과는 50.0%가 1차 미등록 비율로 발표됐다.

대기업 취업이 보장된 이공계 계약학과를 포기하고 의대에 진학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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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혜권 이티에듀 대표

연세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와 디스플레이융합공학과, 고려대 차세대통신학과와 스마트모빌리티학부, 반도체공학과. 이들 학과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모두 국내 대기업 취업이 보장되는 계약학과다. 계약학과는 대기업과 대학이 계약을 맺고, 해당 기업의 맞춤형 인재를 양성하는 학과다. 대기업은 4년간 장학금과 일부 생활비, 취업 보장을 제공하고 대학은 학생에게 기업 맞춤형 교육을 실시한다.

최근 반도체, 모빌리티 등 첨단 분야에서 대기업과 상위권 대학이 협업해 계약학과를 다수 신설했다. 해당 분야 산업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이 외에도 많은 대학이 앞다퉈 계약학과를 개설하고 있다. 이처럼 취업이 보장되고, 4년간 장학금을 받는 계약학과에서 올해 무더기 등록 포기 사태가 발생했다. 그것도 최상위권 대학인 연세대와 고려대의 계약학과에서 벌어진 일이다.

연세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는 92.0%, 디스플레이융합공학과는 42.9%, 고려대 차세대통신학과는 70.0%, 스마트모빌리티학과는 65.0%, 반도체공학과는 50.0%가 1차 미등록 비율로 발표됐다. 특히 연세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미등록 비율인 92%는 충격적이다. 이처럼 미등록 비율이 높인 이유가 무엇일까. 누구나 쉽게 생각할 수 있듯 의대열풍 때문이다.

상위권 대학 계약학과에 합격한 학생 중 의대에 복수 합격한 학생 상당수가 등록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당연히 의대에 진학하기 위해서다. 등록을 포기하지 않은 계약학과 학생 중 일부는 반수를 통해 의대입시를 준비한다고 한다. 계약학과 중도포기에 따른 위약금을 지불하는 것은 문제되지 않는다.

최상위권에 해당되는 연세대, 고려대 계약학과가 이정도라면, 다른 대학 이공계열 학과는 어떠할까. 연쇄 이동에 따른 미등록 비율은 더욱 높을 것이다. 지방거점 국립대를 포함 지방대 이공대는 말할 것도 없는 실정이다.

세계적으로 많은 나라가 힘있는 강국 건설을 위해 과학기술 발전을 외치면서 인재 양성에 두 팔을 걷어 붙이고 있는데, 왠지 우리나라만 역행하는 분위기 같다. 미국 등 해외 유명 대학의 가장 인기있는 학과는 컴퓨터 사이언스 등 이공계 학과다. 입학 성적도 가장 우수하다. 명문대의 의과대학은 의과학 전공자도 많다.

왜 이렇게 우리나라만 유독, 의대만이 우수 학생 모두를 빨아 들이는 것일까. 그것도 의과학을 전공하는 학생보다 성형외과, 피부과 진료 전공 학생이 많을까. 모두 미래의 '경제적 소득' 때문이다. 물론, 의대에 진학하는 학생이 모두 경제적 소득 때문은 아니겠지만, 현실적으로 상당수인 것은 여러 조사를 통해 밝혀진 바 있다.

현재의 많은 학생은 보다 안정적이고 많은 돈을 벌기 위해 과학자나 엔지니어 보다 의사를 선택한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의사가 과학자나 엔지니어보다 더 많은 돈을 버는 것도 사실이다. 대기업 취업이 보장된 이공계 계약학과를 포기하고 의대에 진학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이러한 당연함을 당연하지 않게 만들기 위해서는, 이공계를 우대하는 정책을 만들어 시행해야 한다. 이공계를 전공하고 과학자나 엔지니어가 되도 의사보다 더 안정적이고,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도록 사회적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 앞으로 미래를 이끌 젊은 인재들이 의대만이 아닌, 이공계열로도 가지 않을까. 정보통신, 우주과학, 소재, 반도체, 모빌리티 등 향후 우리나라를 먹여 살리는 분야의 과학자가 최고 대우를 받으며 살아갈 날이 오기를 바란다. 이를 위해서라도, 과학기술 관련 예산 확대가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

신혜권 이티에듀 대표 hkshi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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