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남결'을 끝까지 살린 이이경과 송하윤의 원작을 뛰어넘는 악역 연기

박생강 칼럼니스트 2024. 2. 19.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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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이경과 송하윤은 어떻게 존재감을 최고로 끌어올렸나(‘내남결’)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생강의 옆구리tv] tvN 월화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는 망하기 쉽지 않은 드라마다. 원작이 워낙 히트한 것도 그렇지만, 불륜녀와 남편을 응징하는 심약한 여주인공의 복수극은 드라마에서 흔하지만 늘 인기 있는 메뉴다. 여기에 JTBC <재벌집 막내아들> 이후 시청자가 받아들이기 쉬워진 회귀물 설정 역시 <내 남편과 결혼해줘>의 재미에 한몫한다. 인생 2회 차에 남편과 불륜녀를 응징하고 본인의 커리어가 승승장구하며 새로운 사랑까지 얻는 복수극이라니.

일단 폼 자체가 성공을 보장받아서일까? <내 남편과 결혼해줘>는 주인공 강지원 역의 박민영 역 외에는 스타 캐스팅에 힘준 느낌은 없어보였다. 워낙 주인공의 원톱 드라마 성격이 강한 데다, 남자주인공 유지혁(나인우) 역시 여주인공을 돕는 조력자 선에서 그치는 역할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물론 유지혁을 연기하는 나인우는 배우 자체가 지닌 분위기 있고 매력적인 젠틀남의 매력이 있다. 하지만 캐릭터 자체의 틀을 벗어나기는 어려운 면이 있었다.

흥미롭게도 극 종반에 다다른 지금 <내 남편과 결혼해줘>는 감초 아닌 독초 같던 악역 2인방 박민환(이이경)과 정수민(송하윤)의 역할이 굉장히 도드라져 보인다. 물론 히트작의 악역 자체가 원래 튀는 존재이기는 하다. 또 유지혁 같은 순정남 캐릭터와 달리 배우들이 악역을 쥐고 흔들리며 신들린 듯 연기하면 오히려 그 맛이 더 강렬해지기 마련이다.

배우 이이경과 송하윤은 <내 남편과 결혼해줘> 통해 다소 부족했던 두 사람의 연기 존재감을 최고로 끌어올리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두 사람은 사실 악역의 이미지가 강한 배우들은 아니었다. 이이경은 JTBC의 시트콤 <으랏차차 와이키키>를 통해 눈길 끄는 코믹연기를 소화했고 이후에는 다양한 예능캐로 활약했다. 송하윤은 KBS <쌈, 마이웨이>의 백설희 같은 청순하고 여린 이미지가 아직까지 남아 있는 배우였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이 드라마에서 본인들의 강점을 살리면서 악역의 분위기를 잘 살리는데 성공했다. 이이경의 박민환은 사실 이기적이고 나쁜 남자지만 동시에 코믹한 캐릭터이기도 하다. 이이경은 본인의 장점을 살려 코믹한 장면들을 찰떡같이 살렸다. 나쁜 놈이지만 코믹한 박민환 때문에 드라마는 스트레스 받는 장면들이 이어지는 상황도 코믹하게 넘길 수 있었다. 그러면서도 사이사이 깐죽깐죽 들어가는 악역의 대사까지 맛깔나게 살려냈다.

송하윤 역시 정수민을 센 캐릭터의 악역으로만 소화한 것은 아니었다. 송하윤이 그려낸 큰 눈과 자그마한 몸집의 정수민은 보호본능을 일으키는 말투와 표정으로 모두에게 사랑받으려 한다. 강지원 역시 그런 이유로 정수민을 챙기고 떨쳐내지 못한다. 하지만 정수민은 그 여린 얼굴 안에 사악한 악역의 캐릭터를 감추고 있다. 송하윤은 이 두 얼굴을 오가면서 깊이 있는 악역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두 사람의 연기는 중반부까지 재미와 긴장의 텐션을 이어가던 <내 남편과 결혼해줘>가 후반부에 재미가 반감된 후에도 빛이 났다. 극 후반부에는 사실 오유라(보아)라는 전형적인 악역이 등장한다. 처음부터 악역이요, 날 때부터 악역이며, 감정이라고는 없는 사이코패스 냉혈한이다. 하지만 보아의 악역 연기는 사이코패스보다는 MBTI 중 T성향의 어색한 감정표현처럼 다가올 따름이었다.

오히려 후반부에 흥미로운 건 박민환과 정수민의 캐릭터 변화였다. 후반부에 박민환은 코믹함이 사라진 악역으로, 정수민은 두 얼굴이 붕괴된 악역으로 변모한다. 이이경은 강지원의 목을 조르는 섬뜩한 장면을 스릴러처럼 훌륭히 소화해냈다. 송하윤 역시 정수민의 자아가 처절하게 붕괴되는 모습을 놀라울 만큼 강렬하게 보여줬다. <내 남편과 결혼해줘>의 원작은 성공한 웹소설이자 웹툰이다. 하지만 두 배우 모두 만화나 소설과는 다른 차원의 악역 연기를 보여주는 데 성공했다.

칼럼니스트 박생강 pillgoo9@gmail.com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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