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 수술도 연기"…빅5 등 전공의 집단사직 확산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서를 제출하면서 수술 일정이 절반가량 축소되는 등 후폭풍이 거세다. 오는 20일 전공의들의 사직서 제출이 본격화되면 의료 공백이 더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19일 의료계에 따르면 이날 오전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전공의들의 대부분이 집단으로 사직서 제출을 완료했다. 세브란스병원 관계자는 "전공의들의 대부분이 사직서 제출을 완료해 현재 이를 보건복지부와 함께 집계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서울성모병원 등 빅5 병원의 전공의들은 이날까지 전원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오는 20일 오전 6시 이후에는 병원을 떠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빅5 병원 중 세브란스병원 전공의들이 가장 먼저 행동에 돌입한 것이다.
이에 세브란스병원은 이번 주 예정된 수술 일정의 50%가량을 취소했다. 마취통증의학과에서 평소 대비 약 50% 미만으로 운영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부 공지한 때문이다. 다만 응급실과 외래진료 운영은 계속 이어갈 계획이다.
다른 병원에서도 전공의들의 사직이 줄을 잇고 있다. 서울아산병원도 아직 집계 전이나 상당수의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했다. 서울아산병원 관계자는 "많은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제출했다"며 "수술이나 입원은 진료과별로 응급도와 중증도를 고려해 최소로 일정을 조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생아 수술도 연기됐다. 올해 1월 아들을 출산한 김모씨(32)는 이날 "오는 10월 말로 예정된 신생아 비뇨기과 수술을 한 달 뒤로 연기할 수 있느냐"는 아산병원 측의 전화를 받았다고 했다. 병원 측은 "이번 주 수술이 전공의 파업으로 취소돼 가까운 날짜로 옮기는 과정에 가장 최근 예약한 9~11월 수술 예정자까지 연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서울병원은 이날 수술이 10% 줄었고 오는 20일부터는 수술 감축 폭이 15~20%로 커질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한 차례 인턴 47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복귀했던 서울성모병원은 환자 중증도에 따라 수술·입원 일정을 조정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빅5 전공의는 2745명에 이른다. 빅5 병원 전체 의사(7042명) 대비 전공의 비율은 평균 39%에 달한다.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에 나서면 의료 공백이 불가피한 이유다.
전공의 사직서 제출은 전국적으로 확산 중이다. 대전성모병원은 이날 오후 3시 기준 인턴 21명 전원이 사직서를 제출했고 그 중 3명만 근무 중이다. 레지던트도 정원 48명 중 26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전북 전주의 전북대학교병원은 20개과 전공의 189명 전원이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했다. 전북대병원은 앞으로 중증과 응급 환자 위주로 비상 진료 체제에 돌입할 예정이다.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보건복지부 산하 국립암센터도 지난 주말 일부 환자에게 암 수술 연기를 안내했다. 오는 20일부터는 수술실 운영 숫자를 기존에 일일 15개에서 10~11개로 조정한다. 국립암센터 관계자는 "지난주부터 매일 오전 비상진료대책본부를 회의를 열어 전공의 파업 규모에 따른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는 수술이 무기한 연기되는 등의 사태는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정통령 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몇몇 사례를 확인해 본 결과 아주 급하지 않은 수술이나 항암치료와 수술 간 일정을 바꾸는 경우였다"며 "수술이 무기한 연기되거나 진료에 큰 차질을 빚는 정도는 아니라고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민단체들은 환자의 생명에 위해가 가해지는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을 규탄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입장문을 내고 "의료계가 휴진 및 진료거부 등 집단행동을 예고하면서 또다시 환자 생명을 위협하는 의료대란이 우려되고 있다"면서 "의사단체는 더 이상 명분 없는 불법 파업 논의를 중단하고 환자를 살리는 본연의 임무에 전념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했다. 또 집단 진료 중단 행위를 '담합'으로 보고 집단 진료 거부에 동참하는 전공의들을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은 의사들의 집단행동을 규탄하기 위한 범국민행동인 '국민 촛불행동' 등을 추진한다. 노조는 "의대 증원을 무산시키려는 의사들의 집단 진료 중단을 막고 진료를 정상화하기 위한 범국민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박미주 기자 beyond@mt.co.kr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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