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레카] 검찰정권 책임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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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혁백 더불어민주당 공천관리위원장이 불을 지핀 '검찰정권 책임론'은 참 뜬금없다.
임 위원장이 지난 6일 "윤석열 검찰 정권 탄생에 원인을 제공하신 분들은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달라"고 한 발언을 계기로 '친명' 의원들 중심으로 문재인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낸 임종석 전 의원의 불출마를 압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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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혁백 더불어민주당 공천관리위원장이 불을 지핀 ‘검찰정권 책임론’은 참 뜬금없다. 임 위원장이 지난 6일 “윤석열 검찰 정권 탄생에 원인을 제공하신 분들은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달라”고 한 발언을 계기로 ‘친명’ 의원들 중심으로 문재인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낸 임종석 전 의원의 불출마를 압박하고 있다. 그가 ‘일개 검사’였던 윤 대통령을 서울중앙지검장 깜짝 발탁에 이어 검찰총장까지 초고속 승진시킨 인사에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검찰총장의 인사권자는 대통령이고, 그 책임은 대통령이 진다.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검찰총장 후보자를 제대로 검증하지 못한 여당 의원들은 어떤가. 2019년 7월9일 열린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윤 후보자가 지인에게 변호사를 소개한 내용의 녹취 파일이 공개됐다. 당시 야당이었던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은 윤 후보자의 사퇴를 강하게 주장했다. 변호사 소개 행위는 변호사법 위반일 뿐만 아니라, 도덕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검찰총장이 거짓말을 한 것은 중대한 결격 사유라는 일리 있는 주장이었다. 민주당의 기존 인사검증 기준으로도 윤 후보자는 ‘낙마감’이었다.
그러나 당시 민주당의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금태섭 의원을 제외하고 모두 윤 후보자를 옹호하기에 바빴다. 지금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를 맡고 있는 박주민 의원은 “오히려 녹취록은 사건 관여가 없었다는 증거”라며 “한국당은 후보자에 대한 근거 없는 정치공세를 중단해야 한다”고 했다. 대표적 ‘친명’인 정청래 최고위원은 한술 더 떴다. 그는 윤 후보자의 거짓말을 비판한 금태섭 의원을 겨냥해 “초등학교 때 보면 꼭 이런 아이들이 있다”고 타박한 뒤, “오히려 의리의 총대를 멘 윤석열이다. 문 대통령이 당연히 임명해야 한다”고 했다. 인사청문회를 유명무실하게 만든 이들에겐 책임이 없나.
정치학자인 임 위원장은 독일의 역사철학자 에른스트 블로흐가 제시한 ‘비동시성의 동시성’이란 개념으로 한국 현대 정치사를 분석했다. 같은 시간에 존재할 수 없는 역사적 사건(문화, 제도)이 동시대에 공존하며 갈등하는 현상이 한국 정치를 관통한다는 것이다. 고도의 정보화가 이뤄진 한국 사회는 ‘탈근대’를 지향하지만, 지역감정·계파정치와 같은 전근대적 요소가 공존한다. 임 위원장의 ‘검찰정권 책임론’은 또 다른 의미의 ‘비동시성의 동시성’을 보여줄 것 같다. 윤석열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가 돼야 할 이번 총선에서 때아닌 ‘문재인 정권 평가’를 보게 될 판이다.
이춘재 논설위원 c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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