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의 난, 가족의 난…대주주 간 ‘주주 제안’ 주총 전쟁 승자는
한미약품·롯데알미늄 주총 격돌 예상
총수 일가, 행동주의 펀드와 협력도
다음달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올해 경영권 분쟁과 관련한 주주제안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그동안 행동주의 펀드 중심으로 주주제안이 이뤄졌던 것과 달리, 올해에는 지배주주와 다른 목소리를 내는 총수 일가들이 적극적으로 주주제안을 행사하고 있다.
19일 아주기업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4월1일부터 올해 2월14일까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올라온 ‘소송 등의 제기·신청(경영권 분쟁 소송)’ 공시는 모두 180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148건이었던 전년 동기(2022년 4월1일∼2023년 2월14일) 대비 21.62% 늘어난 수치다.
경영권 분쟁이 발생한 기업의 경우, 주주가 주총에서 이사 선임이나 정관 변경 등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해당 공시를 ‘주주제안 선행 지표’로 볼 수 있다고 연구소는 설명했다.
실제 주총이 몰려 있는 3월 말을 6주 정도 남기고 일부 기업의 주주들이 경영권 분쟁과 관련한 제안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최근 OCI그룹의 통합 결정 과정에서 배제된 한미약품이 대표적이다. 통합에 반대하는 장남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과 차남 임종훈 한미정밀화학 대표는 지난 8일 경영에 나서겠다며 자신을 포함한 6명을 한미사이언스 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주총에 상정해달라고 제안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일으켰던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도 주주 제안을 예고한 상태다. SDJ코퍼레이션에 따르면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은 롯데알미늄 물적분할을 막는 주주제안을 제출했다.
롯데알미늄은 양극박 사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롯데알미늄비엠주식회사(가칭), 롯데알미늄피엠주식회사(가칭)를 신설하는 분할계획서 승인안을 3월 주총에 상정할 계획이다. 물적분할안이 승인되면 롯데알미늄 기존 법인에는 자동판매기와 쇼케이스 사업 부문만 남게 된다.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양극박 사업은 신설법인인 롯데알미늄비엠주식회사로 넘어가게 돼 기존 주주들은 손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행동주의 펀드의 입지가 커지면서 일부 그룹 총수 일가는 이들과 손을 잡기도 했다. 박철완 전 금호석유화학 상무는 지난 15일 자사주 소각과 감사위원회 위원을 맡을 사외이사 선임 등을 제안하며 행동주의 펀드인 차파트너스자산운용에 권리를 위임했다. 박 전 상무는 금호석유화학 지분 9.10%를 가진 단일 최대 주주이지만,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과 박 회장의 아들인 박준경 금호석유화학 사장 등에 밀려 경영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한국앤컴퍼니그룹(옛 한국타이어그룹) 지주사인 한국앤컴퍼니 경영권 분쟁에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MBK파트너스가 개입했다. 조양래 명예회장의 장남인 한국앤컴퍼니 조현식 전 고문과 차녀인 조희원씨는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명분으로 조현범 회장과의 ‘표 대결’을 위해 지분 공개매수를 추진했지만 결국 무산됐다.
김남은 아주기업경영연구소 부본부장은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경영 공백 등 일시적인 혼란이 일어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경영 전문성과 투명성 등 건전한 지배구조가 구축될 수 있는 기초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에는 주주제안이 실제 가결로 이어지는 사례가 늘어날지도 주목된다. 경제개혁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정기 주총에서 주주제안이 확인된 114개 안건 중 약 9.6%인 11개 안건만 가결됐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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