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야기를 누군가가 공감해준다는 것

한겨레 2024. 2. 19.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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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방학을 맞아 책장을 둘러보다 눈에 들어온 책이 바로 히가시노 게이고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다.

잡화점과 도둑이 무슨 관련이 있는지 예측이 되지 않아 뒷이야기가 궁금해 책장을 넘기는 속도가 빨라졌다.

다섯 이야기가 서로 연관 있는 것 같으면서도, 각 이야기에 등장하는 인물 개개인의 사정과 감정이 잘 묘사된 책이다.

신박한 설정과 몰입되는 이야기, 훈훈한 감동에 책이 술술 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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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ㅣ 너와 함께 읽고 싶은 책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겨울방학을 맞아 책장을 둘러보다 눈에 들어온 책이 바로 히가시노 게이고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다. 전에 재미있게 읽었던 책 ‘라플라스의 마녀’와 같은 저자였다. 기대와 설렘을 눌러 담고 첫 장을 펼치자 도둑 세 명이 폐가로 도주하며 이야기가 시작됐다. 잡화점과 도둑이 무슨 관련이 있는지 예측이 되지 않아 뒷이야기가 궁금해 책장을 넘기는 속도가 빨라졌다.

세 도둑이 들어간 폐가는 나미야 잡화점이었다. 과거 나미야 잡화점에는 사람들의 고민을 들어주는 할아버지가 계셨다. (할아버지의 이야기는 제3장에 나온다.) 세 도둑은 얼떨결에 고민상담을 해주게 되는데, 신기한 것은 사연자들이 다 과거의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과거의 사연자와 현재의 상담자가 편지를 주고받는 설정이 신선하고 흥미로웠다.

다섯 가지 이야기 중에 나는 제1장과 제2장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제1장은 암에 걸린 남자친구를 옆에서 간호할지 올림픽 훈련을 할지 고민하는 올림픽 선수 후보자의 이야기다. 세 도둑은 국가 간의 문제로 일본이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한 것을 알고 있기에 남자친구를 간호하라고 권유한다. 바깥의 시간과 잡화점 안의 시간이 흐르는 속도가 달랐고 곧 편지가 도착한다. 선수는 올림픽 훈련을 택했으나 선수로 뽑히지 못했고, 더불어 올림픽이 취소됐다고 말이다.

그러나 사연자는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며 세 도둑에게 진심으로 고마워했다. 사연자는 세 도둑이 연인에게 가라고 한 조언을 “올림픽은 깨끗이 잊으라는 말을 덥석 따랐다면 올림픽에 거는 기대가 겨우 그 정도뿐이었겠지요. 하지만 나미야씨가 아무리 포기하라고 해도 제가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머뭇거렸다면, 그만큼 올림픽에 거는 기대가 강하다는 얘기예요”라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석했다.

이 장면이 참 인상 깊었다. 세 도둑은 미래를 알기에 답답해서 막 쓴 편지에 사연자는 진심으로 경의를 표하며 고마워했다.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은 참 좋은 일이다. 꼭 정답을 제시하지 않아도 누군가의 고민을 들어주는 일은 가치 있다고 생각했다.

제2장은 아버지의 생선가게를 물려받아야 할지, 하고 싶은 음악을 계속해야 할지 고민하는 뮤지션의 이야기다. 세 도둑은 뮤지션에게 “당신이 음악 외길을 걸어간 것은 절대로 쓸모없는 일이 되지는 않습니다. 당신의 노래에 구원을 받는 사람이 있어요”라고 말한다. 뮤지션은 갸우뚱하며 마을회관에 음악 연주 봉사를 하러 갔다. 그런데 불이 났고 한 아이를 구하며 내 노래에 구원받는 사람이 있다는 것, 세상에 발자취를 남겼다는 것을 끝까지 믿었다. 결국 뮤지션은 큰 화상을 입고 사망하지만 훗날 뮤지션의 노래인 ‘재생’은 오래 세상에 남게 된다. 뮤지션이 구했던 아이의 누나가 유명가수가 되어 평생 그 은혜를 갚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제2장은 정말 소름이 돋았다. 문장 하나하나에 감정이입이 잘 되었다.

다섯 이야기가 서로 연관 있는 것 같으면서도, 각 이야기에 등장하는 인물 개개인의 사정과 감정이 잘 묘사된 책이다. 신박한 설정과 몰입되는 이야기, 훈훈한 감동에 책이 술술 읽혔다. 개인주의가 강해지고 세상이 차가워졌다지만, 나의 이야기를 털어놓고 또 누군가의 이야기를 공감하며 들어준다면, 우리 인생 한 켠에 따뜻함이 녹아들지 않을까.

안민지 서울 관악고 예비 1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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