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컬처] "`박씨전` 작가는 누구였을까"…상상에서 시작한 `여기, 피화당`

박은희 2024. 2. 19.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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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기 조선, 병자호란이 끝나고 청나라에 끌려갔다 돌아왔지만 정절을 잃었다며 집안에서 쫓겨난 세 여자 가은비·매화·개화.

가은비 역을 맡은 정인지는 "대본을 보고 '박씨전'을 풀어내는 방법이 유쾌하고 매력적이었다"며 "세 번째 이야기까지 완결됐을 때 벅찬 감동이 있는데 대본을 넘어 무대 위에서 실험하면서 그 감동이 더 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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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플러스씨어터에서 열린 뮤지컬 '여기, 피화당' 프레스콜에서 배우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박은희 기자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플러스씨어터에서 열린 뮤지컬 '여기, 피화당' 프레스콜에서 배우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박은희 기자

17세기 조선, 병자호란이 끝나고 청나라에 끌려갔다 돌아왔지만 정절을 잃었다며 집안에서 쫓겨난 세 여자 가은비·매화·개화. 이들은 '피화당'이라고 이름 지은 동굴에 숨어 살며 생계를 위해 이야기를 쓰기 시작한다. 익명의 작가가 쓴 이야기는 저잣거리에서 큰 인기를 얻고, 선비 후량은 이름 없는 작가 선생에게 자신의 글을 의뢰하기로 결심하고 작가를 찾아 나선다.

한국문화예술의원회 '2023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신작' 선정작인 뮤지컬 '여기, 피화당'은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영웅소설 '박씨전'을 모티브로 한다. 작품을 쓴 김한솔 작가는 "'박씨전의 작가는 누구였을까'라는 상상에서 시작했다"며 "어쩌면 그가 청에 끌려갔다 목숨 걸고 돌아왔으나 자식의 관직 등용에 걸림돌이 돼 이혼·자결을 강요받은 이들 중 한명이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작품 안에서 '박씨전'은 피화당 여인들이 쓰는 이야기가 된다. '박씨전'이 세 여인의 이야기와 통하도록 뮤지컬적 판타지를 더한 극중극의 형식으로 구성했다. 각 배우들이 '박씨전' 이야기 속 인물로 분해 탈, 부채 등을 활용하는 극중극은 종이 위 쓰인 이야기에서 확장돼 잔인한 현실에도 무너지지 않는 희망을 전달한다.

김 작가는 "비단 세 여인뿐 아니라 그 겨울의 모든 여인들의 이야기이길 바랐다"며 "지금 이 시대에도 세 여인들이 겪었던 일들은 반복되고 있기에 여기 극장에 와서 화를 피하시길, 그래서 우리가 그분들에게 피화당이 돼주길, 이 안에서만큼은 희망을 가지시길 바라며 작품을 썼다"고 강조했다.

김진희 작곡가는 "극중극으로 나타내는 '박씨전'과 그 밖의 이야기를 어떤 식으로 구분하면서 서로 관련을 지어야 할지가 가장 큰 과제였다"며 "조선시대가 배경이기 때문에 국악적 느낌을 부분적으로 활용했는데 캐릭터들의 정서나 감정, 전체적인 상황에 따라 음악을 쓰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씨전' 안에서는 부분적으로 판소리 느낌을 가미하면서 국악기도 추가했다"며 "전체적으로는 우리의 것과 현대적·대중적 음악 어법이 조화를 이루면서 균형을 잡을 수 있도록 했다"고 부연했다.

가은비 역을 맡은 정인지는 "대본을 보고 '박씨전'을 풀어내는 방법이 유쾌하고 매력적이었다"며 "세 번째 이야기까지 완결됐을 때 벅찬 감동이 있는데 대본을 넘어 무대 위에서 실험하면서 그 감동이 더 컸다"고 밝혔다.

같은 배역의 김이후는 "연습하는 과정에서 정말 '박씨전'의 작가가 가은비 같은 인물이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생길 정도로 맞물리는 이야기에 감동했고, 그만큼 애정을 갖고 열심히 준비했다"고 했다. 그는 "극 중 '아무도 이름을 기억하지 못해도 괜찮아'라는 대사가 있는데 그 이야기가 이렇게 극으로 만들어져 관객들이 참여해준다는 사실이 제일 멋있고 매력 있다고 느꼈다"고 덧붙였다.

매화를 연기하는 정다예는 "역사적인 아픈 사건을 배경으로 사회를 풍자·비판하고 있는 작품인데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도 각자의 전쟁을 치르고 있지 않나"라며 "작품 속 비판 대상이 되는 사대부가 현재 내 모습은 아닌지 돌아보기도 하고, 앞으로의 인생에 내가 누군가에게 피화당이 될 수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고 전했다.

세 배우 외에 최수진, 조풍래, 조훈, 장보람, 백예은, 곽나윤, 이찬렬, 류찬열이 출연한다. 공연은 4월 14일까지 대학로 플러스씨어터에서 만나볼 수 있다.박은희기자 eh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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