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ㅇ난감’ 뜬금없는 베드신·불필요한 노출…이게 최선이었나

남지은 기자 2024. 2. 19. 15:25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넷플릭스(OTT) 드라마 '살인자ㅇ난감'을 본 이들이 난감해하는 장면이 있다.

베드신이나 노출 장면을 꺼리는 배우를 프로가 아니라고 바라보는 시선도 이런 문제를 야기한다.

한 남자 배우는 "오래전 출연한 작품에서 불필요한 베드신이 있어서 강하게 의견을 낸 적이 있다"며 "꼭 필요한 장면이라면 모르겠지만, 베드신과 노출로만 인물의 감정을 보여줄 수밖에 없느냐 따지고 들면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오티티 대한 이해 부족과 무리수로 선정적 연출”
“대체할 수 있음에도 반복하는 건 연출자의 욕망”
불필요한 노출 장면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살인자ㅇ난감’의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OTT) 드라마 ‘살인자ㅇ난감’을 본 이들이 난감해하는 장면이 있다. 두 번 등장하는 베드신이다. 맥락상 뜬금없는데다 여성의 몸을 볼거리로 활용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1회에서 주인공 이탕(최우식)은 자신이 우발적으로 죽인 남자가 연쇄살인범이라는 사실에 내심 안도하며 동아리 선배와 성관계를 하는 상상을 한다. 이때 여성의 노출신이 나온다. 이창희 감독은 “이탕의 도덕성, 해방감을 보여주기 위한 장면”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윤석진 충남대 국문과 교수는 “이탕이 처한 상황과 그의 내면 이해는커녕 앞으로 전개될 상황에 대한 집중력을 방해할 정도의 과잉∙선정적인 연출”이라고 비판했다. 원작 웹툰에서는 이탕이 다시 나타난 연쇄살인범의 환영한테 덤벼들어 으름장을 놓고 다음 날 새로 태어난 것 같은 개운함을 느끼는 것으로 해방감을 표현한다.

5회 불법 촬영물 피해 여성의 에피소드를 다루는 과정도 비슷하다. 여성이 피해를 보는 과정을 재현하면서 시청자들이 훔쳐보는 듯한 카메라 구도를 활용하고, 이 영상을 보던 남자가 “몰카가 아니었네”라고 말하면서 흥분한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최란 부소장은 “피해 상황 재현 장면은 실제 피해자들한테 당시 상황을 상기하는 트리거(촉발요인)가 될 수 있다. (여성도 동의했다는 식의) 대사 한마디가 피해 자체를 사소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세심하게 연출해야 했다”고 말했다.

드라마에서 불필요한 베드신과 노출이 볼거리로 활용되고 있다는 비판은 오래전부터 제기되어 왔지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활성화 이후 더욱 심해졌다. 오티티에서 허용된 표현의 자유가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장면으로 표출되는 경우가 많아서다. ‘오징어 게임’ 시즌1에서도 여성의 몸이 전시하듯 등장했고, ‘마이네임’에서는 필도와 지우(한소희)의 베드신이 뜬금없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오티티에서 작품을 만든 적 있는 한 케이블방송사 피디는 “영화감독들은 오티티라는 매체를 아직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고, 티브이 피디들은 티브이에서는 하지 못하던 새로운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에 무리수를 두는 것 같다”고 했다.

베드신이나 노출 장면을 꺼리는 배우를 프로가 아니라고 바라보는 시선도 이런 문제를 야기한다. 한 남자 배우는 “오래전 출연한 작품에서 불필요한 베드신이 있어서 강하게 의견을 낸 적이 있다”며 “꼭 필요한 장면이라면 모르겠지만, 베드신과 노출로만 인물의 감정을 보여줄 수밖에 없느냐 따지고 들면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했다. 티브이 드라마에서 남자 배우의 샤워신을 내보는 것도 화제성을 이용한 불필요한 노출신이라는 것이다. 아무리 베테랑 배우라도 베드신은 부담되기 마련이고, 대중의 관심이 노출에 쏠릴 우려도 있다. 한 여자 배우는 예능프로그램에서 노출 장면만 편집되어 온라인에 돌아다녀서 괴로웠던 적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황진미 대중문화평론가는 오티티가 등장한 이후 다시 노출과 관련한 선정적인 문제가 제기되는 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그는 “불법 촬영 영상물을 보여주는 장면에서 주의할 점은 2010년도 초반에도 지적됐는데 10년이 지나도 같은 일이 발생하고 있는 점이 놀랍다”며 “대체 가능한 연출 방법이 있는 상황에서 불필요한 노출 장면의 반복은 감독의 자기 무의식과 욕망을 투사하는 것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