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도달하고 싶은 교육’은 무엇일까

한겨레 2024. 2. 19.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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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나카마 치호 선생님(작업치료사)의 '학교에는 작업치료가 필요합니다' 북콘서트에 다녀왔다.

책은 발달장애 학생이 있는 교실에 작업치료사가 들어갔을 때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데, 치호 선생님은 '도달하고 싶은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런데 교장선생님은 (본인이 의도했는지 여부는 모르겠지만) '학생들이 행복한 학교'를 성취 목표가 아닌 '도달하고 싶은 교육'의 방향성으로 설정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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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ㅣ 장애 & 비장애 함께 살기

지난 주말 나카마 치호 선생님(작업치료사)의 ‘학교에는 작업치료가 필요합니다’ 북콘서트에 다녀왔다. 책은 발달장애 학생이 있는 교실에 작업치료사가 들어갔을 때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데, 치호 선생님은 ‘도달하고 싶은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우리 교육에는 비슷한 개념으로 ‘성취 목표’라는 게 있지만 ‘도달하고 싶은 교육’과 ‘성취 목표’는 차이가 있어 보인다. ‘성취 목표’가 학습적 생활적 성취에 방점을 찍고 있다면 ‘도달하고 싶은 교육’은 활동과 참여, 사회적 관계와 심리에 무게를 싣고 있는 느낌이랄까.

지난해에 이 책을 읽고 여운에 잠겨 있을 때 마침 “‘도달하고 싶은 교육’이란 무엇인가”를 이해할 수 있는 사례를 가까운 주변에서 접하게 됐다.

딸은 사립중학교에 다니는데 최근 의외의 얘길 듣게 됐다. 딸 학교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학교폭력 사안이 둘째 가라면 서러울 만큼 많은 학교였다는 것이다. 지금 학교 분위기에선 상상도 못 할 일이다.

알고 보니 당시 교장선생님이 새로 부임하면서 ‘학생들이 행복한 학교’를 만들고자 했다고 한다. 만약 ‘학생들이 행복한 학교’가 성취 목표였다면 너무 뻔한 목표라 아무 목표도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런데 교장선생님은 (본인이 의도했는지 여부는 모르겠지만) ‘학생들이 행복한 학교’를 성취 목표가 아닌 ‘도달하고 싶은 교육’의 방향성으로 설정했던 것 같다.

그러자 학교 운영이 달라졌다. 예산과 인력, 전문가 투입과 교육 등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총동원해 학생들 간 ‘관계 회복 프로그램’이 상시 작동하는 시스템이 정착될 수 있도록 공을 들였다. 학폭 사태가 발생한 다음에 처리 결과로서 프로그램에 참여시키는 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갈등 상황이 보이면 선제적으로 개입한 것이다. 그 결과 지금은 학폭 접수가 한 건도 없는 학교가 되기에 이르렀다.

지난해부터 딸 학교에선 학생들에게 무상으로 아침밥(빵이나 스프, 주먹밥 등)을 제공한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여기에도 ‘학생들이 행복한 학교’가 되길 바라는 교장선생님의 마음이 담겨 있었다. 성취 목표가 아닌 ‘도달하고 싶은 교육’의 일환이어야만 가능한 사업이었기 때문이다.

이제 2주 후면 새로운 학년이 시작된다. 딸의 엄마일 땐 담임과 소통할 일이 없지만, 아들(자폐성 장애)의 엄마로선 담임과의 소통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정작 소통이 많은 특수교사와 학부모의 관계에서 그동안 한 번도 서로의 ‘도달하고 싶은 교육’이 무엇인가에 대해 얘길 나눈 적 없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새 학기부턴 교사와 학부모가, 교사와 교사가, 학부모와 학부모가 서로의 ‘도달하고 싶은 교육’에 대해 얘기 나누는 시간이 있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취 목표’에 앞선 ‘도달하고 싶은 교육’, 어쩌면 모두가 놓쳤던 교육의 출발점이었는지도 모른다. 그것을 놓친 대가를 지금 모두가 함께 지고 있는 것인지도.

류승연 ‘사양합니다, 동네 바보 형이라는 말’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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