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횡으로 뭉친다···삼성 ‘초기업노조’ 첫 출범, 삼전 4개 노조도 통합 추진
전자·보험·디스플레이·바이오 등 업종이 제각기 다른 삼성 4개 계열사 노동조합이 ‘초기업 노조’로 뭉쳤다. 이와 별개로 삼성전자 내 산재한 4개 노조도 ‘통합노조’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반도체 부문에서 15조원 가까운 적자를 낸 가운데, 획일적 노사협상에 불만을 품은 삼성전자 내·외부 직원들이 종횡으로 뭉치며 덩치를 키우고 있는 양상이다.
삼성그룹 초기업노조는 19일 서울 서초구 한국컨퍼런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식 출범을 첫 선언했다. 삼성전자 DX(디바이스경험) 노조와 삼성디스플레이 ‘열린노조’, 삼성화재 ‘리본노조’,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생노조’ 등 4개 노조가 뭉쳤다. 삼성전기 노조도 오는 5월 참여한다. 초기업노조는 조직의 범위가 개별 기업에 한정되지 않은 노동조합을 뜻한다.
삼성그룹 초기업노조 조합원은 총 1만5800여명이다. 삼성전자 DX부문 직원 6100명, 삼성화재 3400명, 삼성디스플레이 4100명, 삼성바이오로직스 2200여명 등이다.
업종이 다른 계열사 노조들이 뭉친 이유는 삼성 그룹 차원의 노무관리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초기업노조 측은 삼성전자 사업지원태스크포스(TF)가 그룹 ‘콘트롤타워’ 역할을 하며 각 계열사의 노사 협상에 관여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삼성전자가 그룹 주도권을 쥔 만큼, 그 아래 각 계열사는 성과에 걸맞은 이익 배분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는 불만이 깔려 있다.
예컨대 삼성전자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2008년 이후 가장 적은 수준이지만, 5조5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삼성디스플레이, 역대 최대 이익(2조3573억원)을 낸 삼성화재 등은 삼성전자와는 별개의 성과 배분을 해야 한다는 논리다. 따라서 먼저 ‘그룹 대 그룹’의 노사 협상 구조를 만들어 그룹 차원의 획일적인 통제를 견제하고, 궁극적으로는 각 계열사 실정에 걸맞는 임금·복지를 얻어내겠다는 목표다. 홍광흠 초기업노조 총위원장은 “우리의 목표는 각 계열사별로 독립적인 노사관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업종은 물론이고 기업별 실정과 노조 협상력 모두 제각각인 초기업노조가 얼마나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선도 있다. 단적으로 삼성전자 내부에만 총 5개 노조가 있는데, 조합원 수 1만7000여명에 달하는 전국삼성전자노조가 1노조로 교섭권을 갖고 있어 DX 노조는 사측과의 협상에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없다.
한편 이와 별개로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통합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번에 초기업노조에 참여한 DX노조를 제외한 전국삼성전자노조, 삼성전자 사무직 노조, 삼성전자 구미 노조, 삼성전자노조 ‘동행’ 등 1~4노조는 오는 21일 4개 조직을 합치기 위한 통합추진위원회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현재 임금협상 중인 삼성전자는 사측이 임금 인상률로 2.5%를 제시한 데 반해 노조는 8.1%를 주장하며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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