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한 전공의 대신 업무 떠맡는 간호사들··· “업무 범위 명시화해야”

김태훈 기자 2024. 2. 19.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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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전공의들이 집단적으로 진료 중단에 나선 19일 어린이병원 로비에서 의료진들이 지나가고 있다. 김창길 기자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하는 전공의들이 의료현장을 이탈하자 일부 수련병원에서 이들이 담당했던 업무까지 떠맡게 된 간호사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정부가 전공의를 대체해 투입하겠다는 PA(진료보조) 간호사들이 맡을 업무에 대한 법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19일 간호계에 따르면 전공의 중에서도 일부 인턴들이 먼저 현장을 떠난 병원을 중심으로 해당 업무가 간호사에게 전가된 데 따른 불만이 이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위 ‘빅5’(서울대·세브란스·서울성모·서울아산·삼성서울병원) 병원 소속인 한 간호사는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앱 ‘블라인드’에 올린 게시글에서 “간호사가 인턴 업무하고 있다”며 “전공의(레지던트)까지 파업하면 간호사들이 환자의 컴플레인(불만)과 의사의 업무를 덮어쓰고, 환자가 잘못될 경우 법적으로 간호사가 모든 책임을 떠안도록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장에서 벌어지는 환자·의료인력의 피해·고충사례를 수집하고 있는 보건의료노조에서도 전공의 업무를 간호사가 떠맡으면서 실제 법적인 업무경계를 넘어선 불법의료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조가 파악한 사례 중 전공의 업무를 간호사가 대신한 예로는 동의서 서명, 드레싱, 동맥혈 가스 검사, 배설관리(인공항문·방광) 등이 포함됐다. 노조는 “의료현장에서는 전공의 진료중단에 따른 불법의료 발생, 의료사고 위험, 간호사들의 업무량 폭증과 번아웃, 환자들의 민원 폭발이 우려되고 있다”고 밝혔다.

대한간호협회(간협)도 정부가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명확히 규정하지 않으면 의료공백을 메우기 위해 PA 간호사를 투입하는 방침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나섰다. 간협은 앞서 간호법 국회 통과 이후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정부와 대치한 바 있지만, 의대 증원을 포함한 의료개혁 정책에 대해선 협조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러나 의료공백 사태가 장기화되고, 업무 범위에 대한 명문화 없이 간호사가 대체 업무에 투입되면 법정 범위 외의 업무와 책임을 떠맡는 전례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간협은 이날 낸 설명자료에서 “정부의 PA 간호사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발표와 관련해 대한간호협회와 사전 협의한 바 없었으며 이후에도 공식적인 협의가 없었다”면서 “정부가 먼저 간호사 업무 범위 명확화 및 법적 보장과 안전망 구축을 약속하고 반드시 이를 법 보호체계에 명시화해야 업무를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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