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4개사 '초기업 노조' 출범…"불합리한 노사관계 탈피"
전삼노 가입자 규모 넘어서…"임금교섭시 그룹 통제 벗어나 각사 실정 반영 요구"
[아이뉴스24 권용삼 기자] 삼성 4개 계열사의 노동조합을 아우르는 통합 노동조합인 삼성그룹 '초기업 노동조합'이 정식으로 출범했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 초기업 노조는 이날 서울 강남역에 위치한 한국 컨퍼런스센터에서 출범식을 열고 4개 계열사 통합노조 발족을 알렸다. 이번 초기업 노조에는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 노조 △삼성화재 리본노조 △삼성디스플레이 열린노조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생노조 등이 참여했다. 최근 출범한 삼성전기 존중노조는 아직 정식으로 가입하지 않았으나, 규약 변경을 마치고 오는 5월께 합류할 예정이다.
출범일 기준 초기업 노조에 소속된 회원 수는 1만5800명 수준이다. 5월 삼성전기 존중노조(2100명 추산)가 추가로 편입되면 총 규모는 약 1만7900명이다. 현재 삼성그룹 노조 중 최대 규모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1만6600명)의 규모를 넘어서게 된다. 그동안 삼성 계열사 노조들이 연대하는 경우는 종종 있었으나, 연대 형태가 아닌 통합 노조 설립은 이번이 처음이다.
노조는 출범 선언문에서 "우리는 그동안 그룹 또는 사업지원 TF(태스크포스)라는 이름으로 각 계열사의 업황, 인력구조, 사업이익과 별개로 획일적으로 통제받는 지금의 불합리한 노사관계에서 탈피하고자 한다"며 "개별 계열사 노사관계의 자주성을 확립하고 동등한 관계 하의 유연한 노사 교섭을 통해 각사 실정에 맞는 임금, 복지, 근로조건 수립을 목적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홍광흠 초기업 노조 총위원장은 "삼성의 임금협상은 임금인상률에 계열사 실정이 반영되지 않고 가이드라인의 통제를 받아왔다"며 "공식적으로 공동 요구안을 만들 생각은 없지만 그룹 가이드라인에서 벗어나 차별적으로 교섭을 진행하자는 것이 요구 사항"이라고 말했다.
특히 초기업 노조는 정치색이나 상급 단체 없이 오직 삼성 근로자의 권익 향상과 건강한 노사 문화 정립에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과거의 정치적·폭력적 노동문화에서 탈피해 합법적이고 합리적인 노동문화 실현을 꿈꾸며 철저히 정치색을 배제하고 오롯이 삼성 근로자의 경제적 이익, 삶과 업의 균형, 건강한 근로조건 수립에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노사 간 상호존중 문화, 이익의 합리적 배분을 통한 근로자의 삶의 질 향상과 회사의 균형 발전에 이바지하고, 외부 노동단체가 아닌 우리 내부로부터의 자발적 변화를 통해 대한민국 노동문화의 새로운 파랑이 되겠다"고 덧붙였다.
앞으로 다른 삼성 계열사 노조가 추가로 초기업 노조에 합류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홍 총위원장은 "다른 계열사에서 상급 단체에 가입하지 않은 노조, 노조가 없는 계열사의 노사협의회와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며 "노조 없는 계열사에서 뜻있는 분들이 나서면 지부 설립을 도와드리고 교섭도 지원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 기존 노조들의 '강성' 이미지에서 탈피해 상식적이고 원만한 합의를 도출하겠다는 입장도 전했다. 홍 총위원장은 "초기업노조의 목표는 그룹 컨트롤타워로부터 벗어난 계열사별 독립적인 노사 협상이기 때문에 여타 통합노조와 달리 공동요구안 등을 만들지 않고 각 지부의 자율적인 협상을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우리는 근로자기 때문에 결국 회사가 잘돼야 우리가 잘되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라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호출 등 무리한 요구는 하지 않고 국민들로부터 공감과 존중을 받을 수 있는 합리적인 노동 문화 실현에 앞장서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초기업 노조에 참여하는 삼성디스플레이 열린노조와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생노조는 최근 각 사측과의 임금협상에서 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 노동쟁의 조정을 신청하기로 했다. 삼성디스플레이 열린노조 위원장인 유하람 초기업 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중노위 중재가 없고 사측에서 중재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같이 단체행동을 하는 등 초기업 노조 차원에서 지원이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권용삼 기자(dragonbuy@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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