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고 돌아온 '고려거란전쟁'은 어땠을까
아이즈 ize 이덕행 기자
KBS 2TV '고려거란전쟁'이 짧은 휴식기를 마치고 돌아왔다. 휴식기 선언 직전, 원작자와 제작진이 갈등을 벌이고 시청자들까지 강하게 항의에 나서는 등 '고려거란전쟁'을 둘러싼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고려거란전쟁'은 완성도에 초점을 맞추겠다며 휴식을 선언했다. 그렇다면, 쉬고 돌아온 '고려거란전쟁'의 완성도는 실제로 높아졌을까?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는 등 지표적인 부분은 나아졌지만, 여전히 반응은 좋지 않다.
지난 18일 방송된 '고려거란전쟁' 26화는 11.5%의 시청률(닐슨코리아, 전국 가구 기준)을 기록했다. 하루 전 방송된 25화가 8.7%의 시청률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3% 가까이 상승했다. 11.5%라는 수치는 '고려거란전쟁'의 자체 최고 기록이다. 5.5%의 시청률로 시작했던 '고려거란전쟁'의 시청률은 입소문을 타며 10% 전후까지 올랐다. 순간 최고 시청률에서는 11%를 넘기도 했지만 전체 시청률이 11%를 넘긴 건 이번이 처음이다.
'자체 최고 시청률'이라는 키워드에 주목하면 일주일의 휴식기는 성공적으로 보여진다. 휴식 이후 복귀하며 방송 시간대를 10분 앞당긴 것도 적중한 모양새다. 설 휴식기 이후 첫 방송인 25회의 8.7%라는 시청률이 아쉬울 수 있지만, 통상적으로 '고려거란전쟁'은 토요일 시청률보다 일요일 시청률이 높게 나왔다. '연인'·'밤에피는 꽃' 등 토요일에 시간대가 겹치는 경쟁자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25회 방송 역시 '밤에 피는 꽃'의 최종화 방송으로 인해 시청자가 일시적으로 이탈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이 같은 수치로만 '고려거란전쟁'의 휴식기를 평가하기엔 부족하다. '고려거란전쟁'이 설 연휴 기간 방송 대신 재정비를 택한 이유는 "1주 휴방을 통해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겠다"는 것이었다. 결국 휴식기 이후 방송 내용이 얼마나 높은 완성도를 보여줬느냐를 따져봐야 휴식기가 진정으로 효과가 있었는지 판단을 내릴 수 있다.
25~26화에서는 김훈·최질의 난이 본격적으로 진행됐다. 고려사 최초의 무신 정변으로 알려진 김훈·최질의 난은 이미 막을 내린 2차 여요전쟁과 공개를 앞둔 3차 여요전쟁 사이의 주요한 사건 중 하나다. 무신들에 대한 지나친 홀대로 촉발된 김훈·최질의 난은 현종이 재위 중 저지른 가장 큰 실책 중 하나지만, 이후 뒷수습에 성공하며 다시금 거란의 침입에 대비한다.
작품의 완성도를 평가하는 기준은 다를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배우의 연기, 감독의 연출, 작가의 스토리 전개 등을 고려해야 한다. 배우들의 연기력은 논란 이전이나 이후에도 큰 차이가 없다. 이 부분을 문제 삼은 사람들도 많이 없었다. 박진을 연기한 이재용은 여러 논란과는 별개로 소름 끼치는 연기력을 선보이고 있으며, 다른 배우들 역시 대본에 맞춰 충실하게 캐릭터를 표현하고 있다. 전우성, 김한솔 감독의 연출 역시 나름의 퀄리티를 자랑한다. 특히 많은 시청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부분은 전쟁 장면 연출로, 이미 2차 전쟁을 통해 기대감을 끌어올렸다.
다만, 많은 시청자들이 지적했던 스토리 전개는 아직 의문점이 남는다. 극 중 김훈과 최질은 계속해서 문관들에게 차별받으면서 불만을 품는 모습이 그려졌다. 주요 사건이 생략되는 와중에도 이러한 모습을 집어넣은 건 두 사람이 난을 일으킬 수밖에 없는 개연성을 만들어주기 위한 의도로 보였다. 그러나 역사와는 달리 박진이 개입하며 조금씩 뒤틀리기 시작했다. 그전까지 쌓아둔 서사보다는 박진의 이간질이 더 유효하게 작용했다. 여기에 김씨 부인(하승리)를 질투하고 있는 원정왕후(이시아)까지 엮어내며 실제 역사와는 전혀 다른 흐름이 전개되고 있다.
차근차근 서사를 빌드업하는 듯싶다가도 한 인물에 사건이 좌지우지되는 지금의 전개 방식은 추후 전개에 대해서도 불안감을 안겨줄 수밖에 없다. 작품 초반부터 쌓아온 소배압과 강감찬의 대결 구도도 한순간에 무너질지 모르고 성군이 되기 위해 다양한 경험을 쌓고 있는 현종이 또 다른 누군가의 말 한 마디에 각성하게 돼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는 뜻이다.
'고려거란전쟁'은 어느덧 작품 후반부에 돌입했다. 작품 종영까지는 채 한 달이 남지 않았다. 제작진이 자부했던 '귀주 대첩'과 다양한 영웅들의 활약은 대미를 장식할 주요 관전포인트다. 그러나 시청자들을 그곳까지 끌고 가지 못한다면 제작진의 자신감도 아무런 소용이 없다. 돌아온 '고려거란전쟁'을 향해 몇몇 시청자들은 아쉬움을 나타냈지만, 자체 최고시청률을 기록했다는 건 아직은 신뢰가 남아있다는 뜻이다. 재충전을 마치고 돌아온 '고려거란전쟁'은 남은 6화에서 어떤 완성도를 보여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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