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훈의 배구칼럼] 인구감소로 배구부 폐교...유소년 꿈 지켜줘야

김동찬 기자 2024. 2. 19.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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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출생률 하락 속도가 마치 브레이크 고장 난 자동차처럼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이러다 영화에서만 존재하던 인구소멸이라는 대재앙을 우리가 실제 걱정해야 할 지도 모르겠다.

인구감소 체감은 배구에서도 알 수 있다. 지난달 열린 연맹회장기 전국 초등학교 배구대회에서 인구 감소로 인한 피해를 보고 있음을 두 눈으로 확인 할 수 있었다. 2024년도 첫 대회인 만큼 남자 초등부 21개팀과 여자 초등부 14개팀 총 35개의 많은 팀이 참가했다.

남자 초등부 21개팀은 6개 조로 나누어 예선전을 펼쳤고 여자 초등부 역시 14개팀이 4조로 나누어 예선전을 펼쳤다. 본인은 준결승과 결승전 중계에 해설을 맡아 예선전부터 8강까지 한 경기도 빠지지 않고 직접 관람했다. 경기장을 찾은 학부모들은 선수들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플랜카드를 제작하여 체육관 곳곳에 붙여 놓기도 했다. 그러던 중 눈에 띄는 플랜카드 문구가 보였다.

해당 플랜카드에는 '오가초등학교 배구부 선수모집 합니다. 전국에 배구를 하고 싶은 초등학생들은 연락주세요!', '대통령님 우리 아이들 배구할 수 있게 해주세요'라는 내용이 담겼다. 수많은 응원 플랜카드 중에 당연히 눈에 띄게 되었고 초등연맹 관계자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봤다.

보통 학교별로 12명 이상 인원이 대회에 참여한다. 하지만 오가초등학교는 고작 7명의 선수들만이 시합에 참여했다. 오가초등학교는 충남도 예산군에 위치해 있고 전교생이 44명, 2024년 1학년 입학생이 0명으로 학교 역시 폐교 위기에 처해있기에 겨우겨우 팀을 꾸려서 시합에 참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만의 문제가 아니였다. 작년에도 장효실 감독은 선수가 6명 밖에 없어 대회출전조차 어려웠으나 당시 학교 교장 손자들을 오가초등학교로 보내면서 배구단을 운영할 수 있었다.

모든 팀이 입모아 "수도권은 체감이 안되겠지만 지방은 다르다"고 말한 게 사실로 증명하듯 최근 지방 학교 학생수는 줄어들면서 학급이 감축되거나 폐교하는 학교가 크게 늘고 있다. 그런 상황이다보니 운동부 감독들 역시 선수 수급이 매우 힘들다고 한다. 현재 초등배구연맹에 등록된 팀의 갯수는 50개 정도가 되지만 실제로 활동을 하고 있는 곳은 40개 정도뿐이다. 활동하지 못하고 있는 나머지 팀들은 여러가지의 이유들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시합을 참여 할 수 있을만한 인원이 되지 않아 팀조차 꾸리지 못한 경우도 많았다.

앞서 언급한 오가초등학교 배구부는 폐교 위기에서 선택을 해야만 했다. 30년 전통의 명문학교를 내려 놓고 배구부를 학교에 존속시켜줄수 있는 학교를 찾아 다녀야했다. 하지만 운동부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일부 학부모들의 반대로 이루어 지지 않았고 현재는 예산군 의회에 존폐문제를 거론하여 체육회, 교육지원청과 배구부 이전을 두고 협의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가초등학교는 지난 10월 천안고등학교 체육관에서 열린 제32회 충남학생체육대회 남자초등부 배구대회에서 오가초 배구부 6명(5학년 5명, 4학년 1명)의 선수들이 교체할 단 한 명의 후보선수 없이 출전해 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대회 역시 예선전 무실 세트 전승으로 4강에 올라왔지만 아쉽게 면목초등학교에 지면서 3위라는 성적으로 마무리 했다.

김시훈 전 프로배구 선수.

이를 보면서 배구를 배우고 있는 이들의 꿈이 계속될 수 있도록 지켜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배구 선수를 꿈꾸는 우리 아이들의 입장에서는 배구를 계속 하고 싶은데 할 수 있는 학교가 사라져서, 받아줄 학교가 없어서 할 수 없게 된다는 게 얼마나 안타깝고 속상한 일인가! 배구 발전을 위해서 유소년 육성 사업에 투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지금 당장 우리 눈앞에서 일어나는 일에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에 배구인으로서, 그리고 선배로서 정말 답답하고 미안할 뿐이다.

배구의 미래를 걱정하면서 유소년 육성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배구부를 운영하고 있는 학교와 팀에 여러가지 지원과 투자가 필요하다. 특히 출생률 감소와 수도권 인구 집중 등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곳들에 적절한 지원과 대책이 필요하다. 현재 일어나고 있는 상황들을 정확하게 직시하고 현명하게 대처해야 하며, 배구를 사랑하는 유소년 친구들의 꿈을 지켜줘야 할 때다.

 

스포츠한국 김동찬 기자 dc007@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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