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6천' 삼성 초기업노조 출범…"그룹 임금 가이드라인 폐지"(종합)
'교섭 체결권' 위임받아 '행동' 경고…업계 "연대교섭 응할 의무 없어 사별 교섭 바람직"
(서울=뉴스1) 한재준 기자 = 삼성 4개 계열사 노동조합을 합친 1만5800명 규모의 '삼성 초기업 노조'가 19일 출범했다. 이들은 그룹 차원의 임금 가이드라인 폐지와 컨트롤타워 격인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의 노사관계 관여 금지를 요구해 삼성 측 대응이 주목된다.
초기업 노조는 이날 오전 출범식을 열고 4개 계열사 통합노조 발족을 알렸다.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 노조(6100명), 삼성디스플레이 열린노조(4100명), 삼성화재해상보험 리본노조(3400명),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생노조(2200명)가 참여한다.
이들은 2100명인 삼성전기 존중노조도 5월 합류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삼성 관계사 노조 중 최대 규모인 전국삼성전자노조(1만7909명)와 맞먹는 수준이다. 삼성 계열사 노조가 연대가 아닌 통합 노조를 출범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홍광흠 초기업 노조 위원장(삼성화재 리본노조위원장)은 이날 "초기업 노조는 각 계열사의 업황, 인력구조, 사업이익과 별개로 획일적 통제를 받고 있는 불합리한 노사관계에서 탈피해 개별 계열사 노사관계의 자주성을 확립할 것"이라며 "동등한 관계 아래 유연한 노사 교섭을 통해 각 사의 실정에 맞는 임금, 복지, 근로조건 수립을 목적으로 한다"고 밝혔다.
이어 "노조 출범은 삼성 그룹 내 모든 계열사의 경제적 이윤 창출에 기여하고, 삼성 모든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 향상, 근무환경의 물리적·정서적 개선, 근로자에 대한 인격적 존중 등이 노사상생 원칙에 의거해 반드시 실현되도록 전진하는 첫 발걸음"이라고 했다.
초기업 노조는 그룹 차원의 가이드라인이 각 계열사의 실정에 맞는 임금 교섭을 방해하고 있다면서 첫 번째 요구 사항으로 가이드라인 폐지를 내걸었다.
홍 위원장은 "그룹이나 사업지원 TF가 정한 기본 인상률 가이드라인에 따라 회사 측 교섭단은 단합된 상태에서 교섭에 참여하기 때문에 근로자 측 교섭단은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에 서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초기업 노조가 출범한다 해도 법적인 한계 등으로 인해 그룹 측과 1대 1로 앉아 개별사 범위를 뛰어넘는 협상을 진행하게 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초기업 노조로서는 일단 출범 자체를 통해 각사 노조의 협상력을 높이려는 전략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한 노사관계 전문가는 "법적으로 초기업 노조가 연대교섭을 요구한다고 회사가 응할 의무는 없다"며 "4개 회사 모두 업종과 근로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계열사별로 교섭하는 것이 기업, 노조 모두 교섭비용 최소화 및 자주성 확보 측면에서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대기업 노조의 경우 근로조건 향상도 중요하지만 '사회 양극화' 문제도 고려해야 하는 만큼 초기업 노조의 활동이 자칫 국민정서와 배치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홍 위원장도 "(초기업 노조는) 공동 요구안을 만들 생각은 없다"며 "각사의 실정에 맞게 차별적으로 (교섭을) 진행하자는 것이 요구 사항"이라고 했다.
각 노조의 예산 편성권이나 교섭 운영권은 보장하되 교섭 체결권만 초기업 노조로 일원화하겠다는 것이다. 4개 노조 중 삼성전자 DX 노조를 제외한 3개 노조와 합류 예정인 삼성전기 존중 노조는 교섭권을 갖추고 있다.
다만 초기업 노조는 교섭 체결권을 통해 영향력 확대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홍 위원장은 "예년과 다름없이 그룹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면 저희도 행동에 옮길 수밖에 없다"며 "사업지원 TF로 일컬어지는 그룹의 컨트롤타워가 (임금 교섭에서) 손을 떼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초기업 노조는 상급 단체에 가입하지 않은 계열사 노조뿐만 아니라 노사협의회의 참여도 독려할 예정이다.
삼성 4개 계열사 노조는 지난해 말부터 통합 노조 설립을 추진했다. 통합 노조 설립과 관련한 찬반 투표 결과 조합원 99%가 찬성했다.
hanantwa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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