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경력 34년' 학폭 전담조사관 "여청과 시절 교사 애로사항 와닿아"

성소의 기자 2024. 2. 19.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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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교육청, 1호 학폭 전담조사관 188명 연수 실시
생활지도부장 경력만 7년…前교장도 조사관 위촉
'34년' 베테랑 형사도 조사관 참여…"소통에 강점"
학폭위 위원 7년 경력 청소년 전문가도 조사관에
[서울=뉴시스] 2024학년도 1학기 서울 학교폭력 전담 조사관으로 위촉된 세 조사관들. 왼쪽부터 전경재 조사관, 주지헌 조사관, 전민식 조사관. (사진=서울시교육청 출입기자단). 2024.02.1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세종=뉴시스]성소의 기자 = "전담 조사관은 학교폭력 사안을 제3자의 객관적 입장에서 사실에 근거해 조사하기 때문에 학부모와 학생으로부터 신뢰감이 있지 않을까 합니다. 그걸 토대로 학부모의 민원과 학교의 어려움을 도와줘서 학교 현장이 안정화되는 데 일조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올해 1학기부터 서울 강서·양천 지역 학교폭력 전담조사관으로 위촉된 전민식 조사관은 19일 이같이 말했다.

학교폭력 전담 조사관은 학교 안팎에서 벌어지는 학교폭력 사안 조사 등을 교사 대신 퇴직 교원·경찰이 담당하는 제도로 올해 1학기 처음 도입된다.

서울에서만 총 188명이 투입되며, 새학기가 시작되는 다음 달 2일부터 학교에서 벌어지는 학교폭력 사안은 교사가 아닌 이들이 조사하게 된다.

민감한 학교폭력 사안을 조사하는 만큼 학생 지도나 수사, 조사 등에 오랜 경력을 지닌 사람들이 조사관으로 위촉됐다. 서울시교육청은 조사관들을 학교에 본격 투입하기에 앞서 역량 강화 연수를 이날부터 실시하고 있다.

이날 연수에 참가한 전민식(63) 조사관은 38년9개월 동안 교단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다 지난해 8월30일 정년 퇴직한 전(前) 교장이다.

처음 교편을 잡을 때부터 생활지도부에서 근무했다. 생활지도부장 경력만 7년에 이른다. 학교폭력이 발생했을 때 관계자들이 겪는 고충과 학교 현장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전 조사관은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사안 처리 과정이 녹록치 않다"며 "피해 학생과 학부모가 많이 화가 난 상태에서 학교에 와서 큰 소리를 치는 등 대처 과정에서 학교가 난감한 경우가 있다. 그래서 학교 현장에서는 학교폭력 담당 업무를 서로 기피한다"고 말했다.

이어 "조사관이 와서 조사를 하면 좀 더 객관적인 조사가 이뤄지면서 관련된 업무를 많이 경감시켜주지 않을까 한다"며 "처음 생긴 제도인 만큼 학교현장에 실질적인 도움될 수 있도록 조사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전 조사관은 "그동안의 학교생활 지도 업무를 해온 것을 살려 약간의 봉사를 해야겠다는 마음도 있었다"며 전담 조사관 지원 계기를 전했다.

이날 연수에 참가한 조사관들 중에서는 34년 간의 수사 경력을 보유한 베테랑 형사 출신도 있었다. 서울 성동·광진 지역 조사관으로 근무하게 될 전경재(61) 조사관이다.

전 조사관은 지난해까지 서울 성동경찰서 여성·청소년(여청) 수사과 수사 담당 팀장을 맡아오다 퇴직하면서 조사관에 지원하게 됐다. 아들 4명을 키우는 학부모로서의 경험이 조사관 지원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는 "학부모로서 학교폭력 관련 어려움을 많이 느끼고, 학교도 몇 번 방문한 적도 있다"며 "수사 형사만 한 사람이 여성·청소년과(여청)에 가기 쉽지 않은데, 여청 수사팀을 지원한 것도 그런 영향이 있었다"고 말했다.

전 조사관은 "학생이라는 부분 (때문에) 조율하기가 어렵고, 수사 방향이나 이해관계의 원만한 합의 때문에 어려움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약 6년 정도 근무했다"며 "그런 과정에서 많은 선생님들을 애로사항을 접했고, 그런 부분이 와닿아 지원하게 됐다"고 했다.

전 조사관은 "(전담 조사관은) 가해자, 피해자와 충분히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이 1차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소통에 있어) 어려움이 크지 않을 거라 생각하고 충분히 소통이 될 것 같다"며 경찰로서의 오랜 근무 경력이 조사관 역할 수행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교육학을 전공한 뒤 청소년 상담복지센터 등에서 근무해온 주지헌 조사관(48)도 새학기부터 서울 영등포·금천·구로구 학교폭력 전담 조사관으로 투입된다. 자녀 2명을 키우며 학교폭력위원회 대책 심의위원회로 약 7년 간 활동한 경험도 있다.

오랜 기간 청소년 전문가와 학폭위 심의 위원으로 일해온 주 조사관의 강점은 '면담'에 있다.

주 조사관은 "7년 간 학교에서 (학교폭력) 사안 조사를 했다"며 "판단이나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었지만, 면담을 통해 이 행위가 본인이 한 게 맞는지, 그 친구가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 지에 중점을 두고 조사를 했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들이 같은 현장에서 같은 경험을 했지만 이해도가 다른 것이 있는데, 상대와의 입장 차이를 알게 하는 것이 (조사관 업무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주 조사관은 "수사와 조사는 다르고, 저희는(청소년 전문가들은) 면담을 통해서 정확하게 당사자들이 자신이 한 말이나 행동을 어떻게 알고 있는지, 이해하고 있는지를 명료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세 조사관들은 조사관으로서 맡게 될 업무에 대한 기대감과 동시에 우려도 나타냈다. 관련 당사자가 아닌 외부인이 학교폭력 사안을 조사하는 것에 대한 학생과 학교 현장의 거부감이 있을 수 있고, 조사 협조가 잘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 대표적이다.

전민식 조사관은 "외부에서 누가 왔을 때 (관련 학생들이) 고분고분하게 조사에 임하지 않을 경우, 어떻게 슬기롭게 설득해서 조사에 임하게 할 것인지 염려가 된다"며 "학교에서는 외부의 사람이 와서 또 다른 일을 만드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을 수 있고, 사회에서는 이 제도가 적합한지 의문이 적잖이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서울시교육청이 19일 서울 성수공업고등학교에서 2024학년도 1학기 서울 학교폭력 전담 조사관으로 위촉된 188명의 조사관들을 대상으로 역량 강화 연수를 실시하고 있다. (사진=서울시교육청 제공). 2024.02.1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학교 내 자체 종결할 수 있는 가벼운 다툼조차 '학교폭력'으로 분류돼 조사관들이 담당하게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전경재 조사관은 "(여청팀 수사관으로 일할 때) 대부분 사람들이 인정을 하고 좋게 합의하는 부분도 수사까지 와야 하는 사건들이 있었다"며 "이 부분에 아쉬움이 있었고, 보충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조사관 보수가 건당 18만원으로 책정돼 낮은 점에 대해서는 "안정적인 지원이 필요한 것이지 돈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퇴직한 분들이기 때문에, 안정적인 자리를 만들어서 전문성 있게 가꿔야 (조사관 업무가) 활성화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o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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