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리스크에 미수금 손실까지…증권사 4분기 적자 행진

김사무엘 기자 2024. 2. 19.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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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리스크와 투자환경 악화가 또 다시 증권사 실적의 발목을 잡았다. 중소 증권사뿐 아니라 대형사들도 적자가 속출했다. 실적이 바닥을 친 만큼 올해는 개선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지만 부동산 리스크가 여전히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상당하다.

1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한 23개 증권사의 영업이익 합계는 2645억원 손실로 전년(합산 영업손실 350억원) 대비 손실 규모가 더 확대됐다. 2022년4분기에는 레고랜드 사태로 인한 부동산 리스크와 급격한 금리 인상 등으로 증권사들이 대규모 충당금을 쌓으며 어닝 쇼크가 나타났는데 지난해 4분기 실적은 보다 심각했다.

손실의 원인은 이번에도 부동산이었다. 고금리 여파에 부동산 시장 침체가 이어지면서 PF 연체율은 급속도로 높아졌다. 특히 증권사의 부동산 PF 연체율은 지난해 3분기 기준 13.85%로 은행(0%, 이하 연체율)이나 보험사(1.11%), 저축은행(5.56%) 등 여타 금융권 대비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불안했던 시장은 태영건설의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으로 인해 크게 흔들렸다. 금융당국의 보수적인 충당금 적립 기조에 따라 증권사들이 부동산 PF 관련 리스크를 대거 충당금으로 반영하면서 손실로 인식했다. 이번 실적 부진의 상당수가 대규모 충당금 반영이 원인이었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4분기 1004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적자전환했다. 공정가치 평가 손익을 충당금으로 반영한 영향이라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하나증권은 3409억원 영업손실로 전년 대비 적자 규모가 확대됐는데 이 역시 투자자산 부실화와 자산가치 하락에 따른 충반금 반영의 영향이었다.

신한투자증권도 투자상품과 부동산 PF 관련 손실을 인식하면서 4분기 964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삼성증권도 부동산 PF와 관련해 약 2000억원의 충당금을 반영한 결과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 28억원으로 나타났다.

SK증권은 271억원, 대신증권은 7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키움증권은 예상치 못한 영풍제지 미수금 사태가 터지며 대규모 충당금을 쌓아야 했다.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은 2770억원으로 나타났다.

여전히 높은 금리 환경으로 인한 투자자산 평가 손실과 증시 거래대금 감소도 증권사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4분기 국내 증시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16조55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28% 감소했다. 증권사의 주요 수익원인 브로커리지(중개 수수료) 수익도 부진했다.

4분기 어닝 쇼크로 인해 지난해에는 영업이익 1조원 이상을 달성한 '1조 클럽' 증권사는 단 한곳 나타나지 않았다. 2022년 유일한 1조 클럽이었던 메리츠증권 역시 부동산 시장 침체의 영향으로 지난해 영업이익 8813억원에 그쳤다.

올해 증시 여건은 지난해보다 개선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무엇보다 금리 인하가 본격화하면 채권 부문의 평가이익이 반영되고 위험자산 선호 현상으로 인한 증시 거래대금 증가도 기대해 볼 수 있다.

관건은 올해도 부동산 관련 리스크를 얼마나 잘 관리하느냐다. 국내 부동산 PF 위기가 여전한 가운데 최근에는 다시 해외 상업용 부동산 관련 리스크가 불거지며 증권사 실적의 뇌관으로 떠올랐다.

이경자 삼성증권 연구원은 "커버리지 4개 증권사(미래, 한투, NH, 키움)의 지난해 말 해외 부동산 익스포저(위험 노출액)는 총 4조2000억원으로 이중 누적 손실액은 9400억원 수준으로 파악된다"며 "기초자산 가치 하락률 60%를 가정할 경우 예상되는 증권사 합산 추가 손실액은 약 5000억원이며 이는 올해 예상 연간 세전이익의 약 12.5%에 해당한다"고 분석했다.

윤유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증권산업의 가장 큰 걸림돌은 PF 리스크"라며 "(그동안 적극적인 손실 인식으로 인해) 매분기 설정하는 충당금 규모가 투자심리에 미치는 영햔을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사무엘 기자 samue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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