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렬의 금융레이다] 자본이 잠식해가는 금융권, 그들만의 리그

김경렬 2024. 2. 19.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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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동문끼리 모여 게임사를 세우고, 그 게임사의 히트작이 세상을 흔드는 창업 성공 사례는 젊은이들의 로망이다.

중국 13억 인구가 사용하는 중국판 카카오톡 '위챗', 줌미팅과 같은 중국판 화상미팅 프로그램 '텐센트미팅'은 물론 '위챗페이', 삼성화재와 합작한 보험사 등과 같은 금융 영역도 문어발 확장역량을 보여줬다.

카카오톡과 카카오페이 등 IT와 금융을 오가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선보였던 카카오그룹은 시세조작 혐의로 금융당국과 수사당국에게 회초리를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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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대학 동문끼리 모여 게임사를 세우고, 그 게임사의 히트작이 세상을 흔드는 창업 성공 사례는 젊은이들의 로망이다.

대표적인 것이 카이스트 동문이 창업한 '넥슨'이다. 넥슨은 던전앤파이터, 서든어택, 메이플, 카트라이더 등 2000년대 초반 PC방 열풍을 이끌었다. 최상단 지배기업은 제주도에 두고, 게임 개발 핵심 자회사는 일본에 둔 탓에 국부유출이라는 오명을 쓰기도 했지만, 연간 조단위 돈을 벌어들인 고(故) 김정주 넥슨 회장은 창업 꿈나무의 밝은 등대가 되기 충분했다.

요즘에는 'LoL(롤, 리그오브레전드)'이라는 게임이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게임 내 계급을 뜻하는 '티어' 경쟁으로 젊은이들의 밤잠을 앗아가고 있다. 롤 역시 미국 캘리포니아의 한 대학 졸업생들이 설립한 '라이엇게임즈'가 개발했다. 게임은 수년째 수천만 유저들을 몰입시키고 있는데, 오죽하면 이들 사이에서 "롤을 하다 연인의 전화를 받으면 정말 사랑하는 것"이라는 말이 통할 정도다.

라이엇게임즈는 홍콩증권거래소에 상장돼 시가총액만 550조에 이르는 대기업 '텐센트'의 자회사다. 롤이 출시되기도 전에 텐센트가 라이엇게임즈에 투자했고, 곧 나머지 지분도 모두 인수했다. 텐센트가 막강한 자본을 통해 손댄 영역은 정보기술(IT) 전반에 걸쳐있다. 중국 13억 인구가 사용하는 중국판 카카오톡 '위챗', 줌미팅과 같은 중국판 화상미팅 프로그램 '텐센트미팅'은 물론 '위챗페이', 삼성화재와 합작한 보험사 등과 같은 금융 영역도 문어발 확장역량을 보여줬다.

이처럼 작은 업체들의 꿈을 사는 자본의 힘은 우리나라 금융권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최근 몇 년 새 금융권에는 핀테크 스타트업들이 대거 진입했다. 이들이 내건 명분은 '중저신용자들에 대한 금융지원'. 명분은 훌륭했고 실리도 챙길 수 있는 아이템이었다. 당국도 '금융권의 메기가 될 것'이라며 치켜세웠다. 다만 아직까지 은행의 아성을 무너뜨리는 사례는 없었다.

카카오톡과 카카오페이 등 IT와 금융을 오가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선보였던 카카오그룹은 시세조작 혐의로 금융당국과 수사당국에게 회초리를 맞고 있다. 네이버는 국내에서 미래에셋대우와 금융 사업을 하려다 실패했고, 일본에서 소프트뱅크, 야후 등 현지 대형사와 손잡았다가 뚜렷한 소득 없이 모바일 메신저 '라인'을 내준 꼴이 돼버렸다.

정부의 규제도 한몫했다. 최근 고금리 폭탄으로 금융시장은 아수라장이다. 리듬을 잘못 탔거나 반 박자 느린 정책은 시장 상황을 복잡하게 만든다. 예를 들어 저축은행의 부실사업을 정부가 압박한 경우, 업체의 손실은 커지고, 신용은 낮아진다. 불안한 마음에 고객 발길이 뚝 끊긴다. 반면 정부의 압박을 받은 은행은 고객 지원에 나서 신뢰를 더 쌓는다. 안전한 대출을 취급하면 고금리로 마진이 올라 실적이 개선된다. 실적이 불면, 충당금을 쌓고, 다시 건전한 대출을 내어준다. 높은 신용도에 찾는 고객은 늘어 자금조달에도 막힘이 없다.

얼마 전 LS증권(이베스트투자증권) 탄생 소식을 듣고 "자본이 자본을 낳는 시대"라는 누군가의 푸념 섞인 말이 떠올랐다. 대기업인 LS그룹은 오래전부터 규제에 막혀 이베스트투자증권을 자회사로 들이지 못했다. 사모펀드를 통해 우회적으로 보유했을 뿐이다. LS그룹은 이베스트투자증권의 상황이 어려울 때 도와주면서도 겉으로는 관련 없는 회사처럼 대해야 했다. 오는 6월 이베스트투자증권은 그토록 염원하던 'LS' 이름을 회사 간판에 걸게 됐다. 강자끼리 경쟁한 그들만의 리그에서 LS의 승리를 확인한 것이다. 김경렬기자 iam1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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