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전 앞두고 악몽 꾸고, 잠도 못 자" 고백, 그러나 결과는 '3-0 압승'→이제 대만 '집중경계' [2024 부산세계탁구선수권]

부산=양정웅 기자 2024. 2. 19.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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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부산=양정웅 기자]
남자 탁구대표팀 임종훈, 이상수, 장우진(왼쪽부터)이 19일 오전 10시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초피홀(제1경기장)에서 열린 인도와 경기 종료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2024부산탁구선수권대회조직위 제공
"어제 전쟁이 일어나는 악몽까지 꾸고, 아침에 나올 때도 컨디션이 영 아니었다. 너무 힘들어서 연습하다 안되면 바꿔달라고 할 생각이었다." (임종훈)

전날 경기를 망치고, 자다가 악몽까지 꾸며 긴장할 정도의 복병을 만났다. 하지만 결과는 너무나 무난한 승리였다.

세계랭킹 3위의 남자 탁구대표팀은 19일 오전 10시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초피홀(제1경기장)에서 열린 인도(세계랭킹 16위)와 BNK부산은행 2024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 3조 조별예선 4라운드 경기에서 매치 스코어 3-0(3-0 3-0 3-1)으로 승리했다.

단 한 세트만 내주고 인도를 꺾은 이로써 한국은 조별예선을 4전 전승으로 마감, 조 1위를 확정했다. 전날 이미 3연승으로 조 1위를 결정지은 여자대표팀과 동반 쾌거였다. 첫날(16일) 열린 폴란드(19위)와 개막전에서는 매치 스코어 3-1(3-2 3-1 1-3 3-0)로 이겼고, 다음날에는 뉴질랜드(35위)와 맞붙어 3-0(3-0 3-0 3-0)으로 승리를 거뒀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18일에는 칠레(33위)에도 단 한 세트도 내주지 않고 3-0으로 이겼다. 이렇게 되면서 24강 토너먼트 대신 1위에만 주어지는 16강 직행 티켓을 따냈다.

사실 인도는 한국보다 세계랭킹은 13계단 낮지만, 절대 무시할 수 없는 팀이다. 이번 대회에서는 여자 탁구에서 세계 최강 중국을 꺾을 뻔하며 이변을 연출하기 직전까지 향했다. 이에 남자대표팀 주세혁(44) 감독은 "쉽게 볼 상대가 아니다. 인도 선수들은 경험이 많고 게임 수가 좋다. 상대의 경기 운영에 말리지 않는 게 중요하다. 큰 기술보다는 테이블 가까이에서 펼치는 잔기술이 강한 편인데, 상대 서비스나 플릭 등에 대해 준비를 잘하고 들어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남자 탁구대표팀 이상수, 장우진, 임종훈(왼쪽부터). /사진=2024부산탁구선수권대회조직위 제공
한국은 장우진(29), 임종훈(27·한국거래소), 이상수(34·삼성생명)로 매치업을 구성했다. 전날 칠레전과 비교해 임종훈과 장우진의 순서를 바꿔서 나섰다. 이에 맞서는 인도는 하르밋 데사이(세계랭킹 67위), 샤라드 카말 아찬타(95위), 사티얀 그나나세카란(104위)을 출격시켜 맞대응했다.

경기에서는 인도를 압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첫 주자 장우진은 강력한 포핸드 공격과 안정적인 리시브로 상대를 당황하게 만들며 기선제압에 나섰고, 2세트에는 8-10으로 뒤지다 페이스를 되찾아 역전에 성공했다. 이어 접전 끝에 11-8로 3세트까지 쓸어담았다. 2번째 주자 임종훈은 상대의 불안한 리시브를 놓치지 않고 맹공을 펼쳐 여유롭게 앞서나갔고, 이번에도 3세트 스윕승을 거뒀다.

3번째 매치 주인공으로 나온 이상수는 다소 불안한 모습을 보이며 1세트부터 접전 끝에 겨우 승리했고, 2세트는 범실을 저지르며 결국 8-11로 내주고 말았다. 하지만 3세트 중반부터 상대를 압도한 이상수는 결국 4세트까지 흐름을 이어가며 세트 스코어 3-1로 승리했다.

경기 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주 감독은 "오늘 스코어만 봐서는 인도전이 쉽게 끝난 것 같지만, 내용을 보면 쉽지 않았다"며 "그래도 장우진 선수가 고비를 잘 넘겨서 조 1위를 무난하게 할 수 있었다"고 총평했다. 그러면서 "인도가 지금 사티얀 (그나나세카란)선수가 부상인지 컨디션이 안 좋은 것 같아서 크게 의미를 안 두려고 한다"며 "인도는 언제든지 위협을 줄 수 있는 팀이기 때문에 오늘 경기에 대해 의미를 두지 않도록 선수들에게 말할 것이다"고 했다.

주세혁 남자대표팀 감독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양정웅 기자
첫 주자 장우진은 "부담감은 있었지만, (임)종훈이가 에이스로 나와 좀 더 부담됐을 거라 생각한다"며 "어제 생각한 전략대로 나오면서 괜찮겠다는 생각을 가졌던 게 심리적으로 좋았다"고 말했다. 이상수는 "(한 세트를 내준 건) 딱히 신경쓰지 않았고, 이기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그런 건 크게 개의치 않았다"고 이야기했다.

까다로운 상대를 만난 임종훈은 "오늘은 제 자신과 싸움이었다. 인도가 인프라도 잘 돼있고 많이 올라오는 추세여서 견제를 많이 하다보니 어제는 악몽도 꾸고 컨디션이 영 아니었다"고 말했다. 앞서 전날 열린 칠레전에서 임종훈은 구스타보 고메즈에게 2세트를 내줬는데, 경기 후 그는 "사실 오늘 경기(18일)부터 내일 있을 인도전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집중력이 떨어져 한 게임을 내주고 말았다"고 털어놓았다.

여러모로 인도전 준비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은 임종훈은 "전쟁이 나서 도망다니는 악몽도 꿨다. 잠도 제대로 못 자고 너무 힘들어서 연습하다가 안되면 감독님께 말씀드려서 바꾸던지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고백했다. 그래도 연습을 통해 긴장을 풀어낸 임종훈은 "원래 경기 전에 긴장을 하고 시합 들어가면 괜찮은 타입이라 경기 중엔 좋았다"고 말했다.

임종훈. /사진=2024부산탁구선수권대회조직위 제공
이제 16강 진출을 확정한 한국은 토너먼트에서 가장 주의해야 할 상대로 세계랭킹 9위 대만을 꼽았다. 임종훈은 "대만 선수들이 다른 2등 팀보다는 힘든 경기가 될 것 같다. 엄청 어렵진 않지만 실력이 있기 때문에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이상수는 "다들 비슷한 생각이다"고 말하며 "어느 하나 어렵지 않은 팀이 없지만, 그렇다고 불리하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누가 올라오더라도 준비 잘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16강전은 하루 휴식 후 21일에 열릴 예정이다. 주 감독은 "기술적으로 선수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건 있다"며 "대진표가 20일 저녁에 나오기 때문에 거기에 맞춰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4일 연속 경기를 펼친 상황에서 주 감독은 "체력이 떨어질까봐 이를 유지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남자 탁구 대표팀이 16강 진출 확정 후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장우진, 박규현, 안재현, 주세혁 감독, 임종훈. /사진=2024부산탁구선수권대회조직위 제공

부산=양정웅 기자 orionbear@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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